정부가 지난 10월 15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이후 수도권 전월세 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특히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두 차례로 확대하고 임대차 기간을 3년으로 늘리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면서, 전세 매물이 빠르게 줄고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범여권 의원 10명은 지난 2일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을 현행 1회에서 2회로 늘리고, 임대차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것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임차인은 최대 9년간 동일 주택에 거주할 수 있게 된다. 즉, 현행 ‘2+2’ 구조가 ‘3+3+3’으로 변경되는 셈이다.

법안은 또한 임대인의 정보 공개 의무를 강화해 건강보험료 납부 내역까지 임차인에게 제공하도록 했다. 주택이 제3자에게 양도될 경우 새 임대인의 인적사항과 재정 정보를 서면으로 통보해야 하며, 임차보증금은 선순위 담보권과 세금 체납액 등을 포함해 주택가격의 70%를 초과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정부의 10·15 대책과 맞물리며 시장 불안을 더욱 키우고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를 원천 차단하고, 전세대출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하는 등 강력한 규제를 도입했다.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 성남 분당 등 주요 지역은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3중 규제’를 받게 됐다. 규제지역 내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6개월 이내 전입해야 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실거주 의무도 2년으로 강화됐다.

이로 인해 갭투자 억제 효과는 기대되지만, 실거주 의무 강화와 전세대출 제한으로 전세 매물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6·27 대책 이후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전면 금지된 데 이어, 추가 규제와 법안 발의가 겹치면서 전세시장 위축이 한층 심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구매 수요 억제로 내 집 마련 실수요자들이 임대차 시장에 머무르게 되고, 기준금리 인하, 입주 물량 감소, 전세대출 규제 등이 맞물리며 전세가 상승 압력이 이어질 수 있다”며 “전세대출 제한으로 갭투자 문제는 줄겠지만, 보증부 월세 등 월세화에 따른 임차인 주거비 부담은 새로운 숙제로 남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계약갱신청구권이 두 차례로 확대되고 임대차 기간이 9년으로 늘어나면, 집주인들이 전세보다 월세나 반전세를 선호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따라 임대차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미 문재인 정부 시절 도입된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 시행 당시의 부작용을 경고하고 있다. 당시 세입자 보호를 목적으로 한 제도였지만, 결과적으로 매물 감소와 전셋값 상승을 초래했다. 국토연구원과 민사법학회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임대차2법 도입 전 1년간 3.86% 상승했으나, 도입 후 1년 6개월 동안 8.13% 올랐다. 또한 집주인들이 4년치 임대료를 한꺼번에 반영하면서 갱신 계약과 신규 계약 간 보증금 격차가 커지는 ‘이중가격’ 현상도 나타났다.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포착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올해 1월 1일 3만1814건에서 지난 17일 기준 2만4418건으로 23.3% 감소했다. 전세 물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임대차법이 강화될 경우 시장 불균형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실거주 의무로 인해 임대 목적 매입이 어려워지면 민간임대 공급이 감소하고, 세입자들은 전세에서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며 “거래 위축, 임대공급 감소, 세입자 부담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규제 강화와 법 개정 추진이 단기적으로는 시장 안정 효과를 노린 것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전세시장 축소와 임대료 상승이라는 역효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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