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와 감금, 살인 사건이 잇따르며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이 지나치게 늦고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뒤늦게 정부 합동대응팀 파견을 지시했지만, 이미 피해가 확산된 뒤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무엇보다 피해자 보호와 사건 연루자들의 국내 송환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며 “국민의 안전을 확보할 모든 방안을 즉시 동원하라”고 지시했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캄보디아에 구금된 우리 국민이 63명으로 파악됐다”며 “정부가 피해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송환 절차를 신속히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외교부, 법무부, 경찰청 등 관계 부처는 오는 15일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급파하기로 했다. 대응팀에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과 국정원 관계자 등이 포함되며, 현지 수사당국과의 공조를 통해 피해자 송환과 사건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또한 정부는 캄보디아 주요 범죄 지역의 여행경보 격상을 검토하고, 주캄보디아 대사관의 인력 보강과 대응 역량 강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캄보디아 내에서 ‘고수익 일자리’ 등을 미끼로 한국인들을 유인해 감금·폭행·살해하는 사건이 급증했지만, 정부는 몇 달 동안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실제로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 신고는 지난해 220건에서 올해 8월까지 330건으로 급증했다.
지난 8월 중국계 범죄조직에 납치돼 고문 끝에 사망한 20대 대학생 A씨 사건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외교부는 사건 발생 두 달이 지난 이달 10일이 되어서야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초치했다. 피해자들이 현지 한국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했음에도 “캄보디아 경찰에 직접 신고하라”며 도움을 거부한 사례도 알려지며 비판이 커지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현지 대사관도 사건의 심각성을 늦게 인식했다”고 시인했다.
정치권에서도 정부의 미흡한 외교 대응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사건 발생 두 달이 지나도록 시신 송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재명 정부의 무능 외교이자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특히 주캄보디아 대사 자리가 공석인 점을 지적하며 “국민 생명을 지켜야 할 외교 최전선이 텅 빈 상태에서 어떻게 신속한 대응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외교안보특위는 “현재 173개 재외공관 중 43곳이 대사나 총영사 없이 방치돼 있다”며 “이 같은 인사 공백은 외교 비상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도 “국민의 생명 보호는 국가의 기본 책무”라며 “인력과 예산 부족을 이유로 하기보다 외교적 수단을 총동원해 피해자 송환과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 현지 경찰은 대학생 A씨가 중국계 범죄조직의 고문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으로 심장마비를 일으켜 숨졌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세안 국가들과의 초국가적 범죄 공조 체계를 강화하고, 해외 취업 광고 모니터링 및 불법 인신매매 단속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그러나 국민 불신은 여전하다. 사건 발생 두 달이 지나서야 정부가 본격 대응에 나선 것은 ‘늑장 행정’이라는 지적이 여전히 거세며, 특히 외교부의 소극적인 태도와 현지 공관의 무능함이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는 단순한 외교 실패가 아니라 해외 체류 국민 보호 체계 전반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사건”이라며 “외교 인력 확충과 재외공관 기능 강화 등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