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적어도 두 차례는 미국을 방문해서 한 두 달 살다가 오는 편이다. 아이들이 거기 살고 있기 때문이요, 세미나와 집회 초청을 받기도 하고 또 유학과 목회하느라 10년간 거주했던 제2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몇 달간 아이들과 정을 쌓고 아름다운 미국의 볼거리를 구경하다 보면 국내에 들어오기 싫어질 때가 많다. 누가 미국과 한국을 비교해서 설명해달라면 난 단번에 말할 수 있다. ‘미국은 재미없는 천국이요, 한국은 재미 좋은 지옥’이라고 말이다.
그렇다. 재미 좋은 천국은 주님 계신 천국밖에 없을까를 생각하다가 한 가지 이루어질 수 없는 상상을 늘 하곤 한다. 재미 좋은 한국을 드넓은 미국 땅에 갖다 놓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미국 서남부 애리조나주에 ‘썬 밸리’(Sun Valley)라는 곳이 있다. 이곳에는 자기 재산이 얼마인지조차 알지 못할 정도로 돈이 많은 억만장자들이 은퇴 후에 살고 있다.
이곳은 모든 시설이 초현대화된 곳으로, 호화로운 곳일 뿐만 아니라 55세 이하는 입주가 허락되지 않는 아주 특수한 곳이기도 하다. 일반 평범한 동네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아이들의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도 없다. 아무 데서나 볼썽사납게 애정 표현을 하는 그런 젊은 커플도 볼 수 없는 청정지역으로 소문난 곳이다. 갖가지 잡다한 음식 냄새를 풍기는 노점상이 없을 뿐 아니라 길거리 벤치에 누워서 자는 노숙자도 물론 볼 수 없는 곳이다.
그곳은 자동차 소음도 없고, 노인들을 놀라게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자동차도 시속 25킬로미터 이하의 속도로 달려야만 하는 곳이다. 그야말로 지상 천국이라 생각되는 곳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언제 보아도 마냥 행복하게 살고 있을 것 같은 그들임에도 불구하고, 외지 사람들보다 치매 발병률이 훨씬 더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예상을 뒤엎는 이 의외의 결과에 대해 미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들까지 놀라게 되었다.
이러한 충격적인 사실 보도에 대해 우리나라 의료인 이시형(李時炯) 박사가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직접 그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 직접 가서 보니 정말 지상낙원이 따로 없었다고 했다. 모든 편의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고, 최신 의료시설에 최고 실력을 지닌 의사들이 배치되어 있는 곳이었다. 아무 걱정 근심 없이 살 것 같은 그곳 사람들의 치매 발병률이 어째서 타지 사람들의 그것보다 더 높단 말일까?
거기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로, 그들에게는 일상적으로 겪는 ‘스트레스’(Stress)가 전혀 없었고, 둘째로, 생활에 ‘불편한 점이나 걱정거리’가 전혀 없었고, 셋째로, ‘생활에 변화’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그래서 이곳에 와서 살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자신들이 원래 살았던, 복잡하고 시끌벅적한 마을로 서서히 다시 돌아가고 있었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걱정거리가 없고 편안하고 안전한 환경 그 자체가 오히려 병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 사실을 확인하고 나니 속에서 감사가 절로 터져 나왔다. 금수저로 태어나거나 많은 재물을 모은 덕에 경치 좋은 곳에 넓은 집을 사서 편안하고 안전한 삶을 누리는 이들을 보면 부러울 때가 있었는데, 세상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실에 대해 새삼 돌아보게 되는 마음이 생겨났다.
그러고 보니 무조건 아무 걱정 없이 편안하게 사는 것만이 행복한 삶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진정한 행복은 근심이나 불편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절한 긴장과 변화, 그리고 고민과 갈등과 도전 속에서 발견되는 것이다. 시끄러운 아이들의 소란과 일상의 작은 불편, 가끔씩 맞닥뜨리는 갈등과 고난이 우리를 지치게도 하지만, 동시에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고 인격을 다듬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행복은 고요한 정적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끼리 부대끼며 살아가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기쁨과 감사를 통해 주어지는 선물이다. 그래서 성경도 “범사에 감사하라”(살전 5:18)고 권면한다. 감사할 이유가 전혀 없는 곳이 아니라, 오히려 불편과 부족, 심지어는 눈물 속에서도 감사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행복을 누리는 사람이다.
그렇다. 참 기쁨과 행복은 편안하고 안전한 삶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굶주림과 매 맞음과 추위와 갇힘 속에서도 자유로운 이들을 향해서 “기뻐하라”라고 말했던 바울 같은 이들이 그리스도 안에서의 참 평안과 행복을 알고 있는 이들이리라.
참 기쁨과 행복은 외적인 환경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마음 속 주인으로 모시고 살아가는 삶에서 발견되는 것임을 알고, 어떤 환경에서라도 그리스도 한 분으로 자족하는 삶을 살아가는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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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