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와 가난
도서 「성서와 가난」

“가난은 게으름의 결과가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 낸 구조적 불의의 산물이다.” 세계적인 구약학자이자 예언자적 신학자로 불리는 월터 브루그만(Walter Brueggemann)이 현 시대에 던지는 질문인을 <성서와 가난>에 담겼다. 2023년 세상을 떠난 이후 첫 번째로 출간된 이 책은, 그가 평생 탐구해 온 ‘성서의 정의’와 ‘하나님의 경제’를 집약하며, 약속의 땅 한가운데 여전히 자리한 가난의 현실과 그 구조적 원인을 신랄하게 파헤친다.

성서와 사회학의 만남 — 불평등을 직시하는 새로운 시각

이 책은 퓰리처상 수상 사회학자 매슈 데즈먼드(Matthew Desmond)의 <미국이 만든 가난(Poverty, by America)>에 대한 브루그만의 응답에서 시작된다. 데즈먼드가 미국 사회에 고착화된 빈곤과 불평등의 구조를 해부했다면, 브루그만은 여기에 성서가 말하는 하나님의 경제 질서와 희년의 비전을 겹쳐 읽는다.

출애굽기의 해방 사건, 광야에서의 만나 분배, 예언자들의 준엄한 경고, 그리고 초대교회의 공동체적 나눔까지. 브루그만은 성서를 관통하며 하나님이 설계하신 세상, “모두가 빼앗김 없이 자기 몫을 누리는 세상”을 그려낸다.

그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가난은 자선의 문제가 아니라 정의의 문제”이며, 가난한 이들은 동정의 대상이 아닌 이웃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선언은 경제를 지배하는 탐욕과 경쟁의 논리에 익숙한 현대 사회에 묵직한 도전장을 내민다.

나눔과 연대의 경제 — 성서가 말하는 대안

<성서와 가난>은 ‘맘몬의 질서’ 대신 ‘하나님의 질서’를 선택하라는 강력한 초대를 던진다. 브루그만은 “소유가 아닌 나눔, 경쟁이 아닌 연대, 배제가 아닌 환대”라는 성서의 길을 구체적으로 풀어낸다.

사도행전 4장 34절, “그들 가운데 곤궁한 사람이 없었다”는 구절을 소환하며, 초대교회가 보여준 공동체의 실천을 오늘의 교회와 사회에 적용하라고 촉구한다. “가난은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 아니다.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바꿀 수도 있다.” 이 명료한 선언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행동을 촉구하는 예언자의 외침처럼 다가온다.

오늘의 교회를 향한 예언자의 경고

브루그만은 오늘날 교회가 처한 현실에도 냉철하다. 교회는 ‘선교’와 ‘사역’이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프로그램을 만들어 왔지만, 교회 출석률은 계속 감소하고, 다음 세대는 교회를 떠나고 있다. 그는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정체성을 회복하지 못한 교회가 탐욕의 구조 속에서 무기력해진 현실을 지적한다.

그러나 동시에 희망도 제시한다. “샬롬을 이웃에게 건네는 곳에서 하나님 나라의 회복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바벨론 포로기에도 하나님의 샬롬을 꿈꾸었던 이스라엘처럼, 교회가 가난한 이웃과 고통을 나누는 자리에 설 때 비로소 참된 변화가 시작된다고 말한다.

추천 서문에서 울려 퍼지는 도전

본 도서의 추천 서문은 이 책의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 “이 책은 하나님이 만드신 최고의 문학 칵테일이다. 브루그만의 탁월한 해석과 데즈먼드의 심오한 사회 분석이 어우러진 작품.”

이 책은 단순한 해석을 넘어, 성서의 비전과 현실의 문제의식을 결합한 통찰로 독자들을 이끈다. 마틴 루터 킹, 투투 대주교, 본회퍼의 목소리까지 인용하며, 불의의 구조를 직시하고 그것을 넘어설 용기를 촉구한다.

추천 대상

이 책은 ▲브루그만의 신학과 사상을 깊이 이해하고 싶은 독자 ▲신앙과 사회적 책임의 교차점에서 고민하는 목회자, 신학생, 교사, 단체 활동가 ▲가난과 불평등을 신앙적 시각으로 성찰하고 공동체적 실천의 길을 찾고자 하는 이들 ▲신앙과 삶의 통합, 그리고 사회적 영성을 추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된다.

<성서와 가난>은 가난과 불평등이라는 시대적 문제를 단순히 진단하는 책이 아니다. “샬롬의 공동체”라는 성서적 비전을 통해, 이 땅의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이웃과 연대하며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길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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