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 김정석 목사, 이하 감리회) 선교국이 21일 오전 일산광림교회(담임 박동찬 목사)에서 평화통일기도의 집 건립 기념 포럼을 ‘한국감리교회와 DMZ’라는 주제로 개최했다.
행사는 예배, 강연 및 토의 순으로 진행됐으며 예배는 박상규 목사(감리교통일선교 신학연구소 사무총장)의 사회로 드려졌다. 황건원 목사(계동교회)가 대표기도를 드렸으며 박동찬 목사가 ‘십자가의 능력’(에베소서 2:14-18)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박 목사는 “하나님의 역사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는 자리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통일을 향한 우리의 소망이 현실 속에서 멀어지는 듯 보일 때조차도, 하나님은 여전히 이 땅과 북한 땅,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일하고 계신다. 사막에 꽃이 피듯 청년들이 찬양과 기도로 하나님께 나아가는 모습을 통해, 하나님의 계획은 우리의 이해를 뛰어넘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우리가 보기에는 닫혀 있는 문 같아도, 하나님은 그 문 너머에서 여전히 사람들을 세우고, 복음의 길을 열어 가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할 때, 우리는 통일과 회복을 준비하는 태도도 달라져야 한다. 우리의 힘이나 계산이 아닌,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며 기도와 헌신으로 그날을 기다려야 한다. 감리교는 최근 DMZ 인근에 평화통일기도의집을 세우기로 하였는데 이 장소가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자리가 되고 깨어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 이 민족을 향한 구원의 역사를 이루실 것이다. 통일은 단순한 민족적 과제가 아니라 하나님의 계획 속에 있는 영적 여정이며, 그날을 준비하는 가장 큰 힘은 변함없는 기도와 믿음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김광년 목사(신내교회)와 황병배 목사(선교국 총무)가 각각 축사를 전했다. 먼저 김광년 목사는 “형제가 하나 되어 연합하는 모습은 성경에서 가장 선하고 아름다운 일로 묘사된다. 시편 133편은 그것을 두 가지 비유로 보여 준다. 머리에 부어진 기름이 아론의 수염을 타고 옷깃까지 흘러내리는 장면처럼, 연합은 거룩하고 존귀한 은혜의 자리다. 또한 이슬이 시온 산에 내려 생명을 살리고 풍요를 더하는 것처럼, 연합은 생명과 회복을 가져오는 통로다. 창세기의 요셉 이야기도 같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원수처럼 여겼던 형제들을 하나님의 섭리로 다시 형제로 품고 화해하는 순간, 깨어진 관계가 하나님의 뜻 안에서 회복되는 진정한 연합의 역사가 이루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우리 민족이 분단의 현실 속에 있지만, 하나님은 여전히 남과 북의 화해와 연합을 이끄시는 분이다. 상황이 절망적으로 보이고, 통일을 말하기조차 힘든 현실일지라도 기도의 손을 놓지 않는 것이 우리의 몫이다. 하나님 앞에서 겸손히, 그리고 인내하며 평화와 통일을 위해 기도할 때, 큰 산도 평지가 되게 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이 나타날 것이다. 작은 기도의 모임과 간절한 마음들이 모여 이 땅에 평화와 연합의 새 역사를 여는 씨앗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황병배 목사는 “2025년은 개신교 한국 선교 140주년의 기쁨과 함께, 광복 80주년의 감사와 분단 80년의 아픔을 동시에 기억해야 하는 해다. 강화 부근에 건립 중인 평화통일기도의집이11월경 완공되면, 이곳은 북한 동포의 안녕과 한반도의 평화 통일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가 이어지는 자리로 세워질 것이다. 여전히 휴전 상태인 한반도의 현실은 평화와 통일이 단순한 희망이 아니라 반드시 감당해야 할 시대적 과제임을 보여준다. 이 포럼이 한국 교회가 분단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하나님의 평화를 이루기 위한 연합과 기도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진 강연에서 유관지 목사(북녘교회연구원 원장)가 ‘DMZ는 감리교회의 땅입니다!’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유 목사는 “DMZ는 단순히 분단의 상징만이 아니라, 한국 감리교회의 역사와 깊이 연결된 땅이다. 한강과 강화도, 민통선 지역을 포함한 이 일대는 초기 한국교회 선교의 중심지였고, 감리교회가 집중적으로 사역했던 곳이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많은 감리교 신앙인들이 이곳에서 순교하거나 희생되었고, 지금도 그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그래서 DMZ는 감리교회가 과거의 역사를 기억하고, 미래의 회복과 통일을 준비하는 중요한 사역의 무대라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감리교회와 장로교회는 선교 효율성을 위해 지역을 분할해 사역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DMZ 일대는 감리교회의 주요 선교 구역으로 자리 잡았고, 그 영향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강원도 일대가 감리교 중심의 지역으로 성장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이 지역의 역사적 가치와 사명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채 지나쳐 온 것이 사실이다. DMZ와 감리교회의 연결고리를 다시 새롭게 인식하는 것이 지금 필요한 출발점이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감리교회가 DMZ와 관련해 감당해야 할 일은 많다. DMZ 탐방기도회를 더욱 활성화하고, 이 지역의 역사와 선교적 의미를 설명할 해설사 양성을 체계화해야 한다. 김화읍교회를 복원하거나 기념비를 세우는 일도 중요하며, 감리교 중심의 DMZ 관련 자료와 책자를 발간해 그 역사를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개성과 연계된 남감리교회의 뿌리를 되돌아보고, DMZ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지방회를 신설하는 논의도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DMZ와 그 인접 지역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사명을 잇는 신앙의 현장이다. 그곳은 여전히 하나님의 역사가 이어지고 있는 자리이며, 한국 교회의 주류가 사실상 북한 교회였다는 역사적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오늘 이 자리에서 공유된 ‘DMZ는 감리교회의 땅입니다’라는 인식이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통일과 복음의 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최태관 교수(감리교신학대학교)가 ‘독일의 통일 과정에서 본 동·서독 교회의 책임과 역할’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최 교수는 “한반도의 분단 현실은 70여 년 동안 이어져 왔고, DMZ는 그 상징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아 왔다. 이로 인해 남과 북은 군사적 긴장을 높이며 대립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비극이 되풀이되었다. 그러나 독일의 분단과 통일 과정을 돌아보면, 분단의 상처를 극복하고 평화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중요한 통찰을 얻게 된다. 서독이 현실적인 정책과 소통의 의지를 바탕으로 동독과의 관계를 풀어나갔듯이, 한반도 역시 분단의 현실을 인정하고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고 했다,
그는 “독일의 통일은 단번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긴 시간의 대화와 교류, 그리고 평화를 향한 염원이 모여 이뤄낸 결실이었다. 서독 정부는 흡수통일을 주장하지 않고, 동독을 동등한 파트너로 대하며 상호 신뢰를 쌓아갔다. 서독 교회 역시 동독 교회를 돕고 연대하면서도, 그들의 정체성과 자립을 존중하는 균형 있는 태도를 유지했다. 이 같은 노력은 단순한 정치적 협상을 넘어 하나의 민족이라는 인식 아래 평화와 통합으로 이어지는 기반이 되었다”고 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교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 동독 교회는 억압적인 체제 속에서도 평화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고 연대했다. 서독 교회는 재정과 인적 지원을 통해 동독 교회를 지탱했고, 동서독 교회는 평화를 주제로 한 대화와 활동을 이어가면서 민족의 화합을 촉진했다. 이러한 경험은 오늘날 한반도 상황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 교회가 정치적 갈등을 넘어 평화를 위한 다리 역할을 하고, 남과 북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그 시작이 될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먼저 DMZ를 단순한 분단의 상징이 아닌 평화와 화해의 공간으로 인식하고 기도와 실천으로 그 의미를 확장해야 한다. 젊은 세대가 분단의 현실을 기억하고 평화와 통합의 비전을 공유할 수 있도록 교육과 참여의 장을 넓히는 것도 필요하다. 독일의 ‘그린벨트’처럼 DMZ 또한 생태적, 역사적 자산으로 가꾸어 나간다면, 한반도 평화 정착의 토대가 될 수 있다. 교회의 지속적인 기도와 헌신, 그리고 국민과의 협력이 함께할 때, 한반도의 분단을 넘어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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