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는 방안을 공식화하면서 사회 갈등이 본격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교계는 제3의 성이 포함된 ‘성평등’이 위헌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정기획위는 지난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민보고대회를 개최하고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는 안을 포함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국정기획위는 ‘성평등가족부’ 확대 개편이 이재명 정부 국정철학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명칭을 변경하려는 표면적인 이유는 정책의 확대·개편에 있다. 하지만 부처 명칭에 ‘여성’을 ‘성평등’으로 바꾸는 것을 단순한 정책 확대·개편 차원으로 볼 순 없다.

보다 심각한 건 '여성'을 '성평등'으로 대체하는 것이 헌법이 명시한 양성평등 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중차대한 사안이란 점이다. 겉으론 포괄적이고 진일보한 개념처럼 포장했지만 ‘성평등’이라는 용어에 내포된 의미와 그로 인해 파생될 사회적 혼란과 갈등이 간과하고 있는 거다.

‘양성평등’과 ‘성평등’은 단순히 글자 하나 있고 없고의 차이가 아니다. 평등의 대상을 규정하는 개념과 기준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양성평등(Sex Equality)은 생물학적 성(Sex)인 남성과 여성, 이 두 가지 성을 기반으로 한다. 즉, 남성과 여성이 성별에 따른 차별 없이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누려야 한다는 가치를 지향한다. 반면에 성평등(Gender Equality)은 사회적 성(Gender)의 평등을 뜻한다. 여기서 젠더는 스스로 정체화하는 모든 성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을 넘어 수십, 수백 가지의 다양한 성 정체성을 인정하는 개념이란 점에서 완전히 다르다.

개념적 구분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가 있다. ‘양성평등’은 헌법과 양성평등기본법이 명시하고 있는 기본 원칙이다. ‘양성’이라는 명확한 실체가 대상이기 때문에 정책의 방향과 적용 범위가 명확하다. 반면에 ‘성평등’은 지극히 주관적인 사회적 성 개념이란 점에서 이를 국가 정책의 기준으로 삼을 경우 사회적 혼란 야기가 불 보듯 뻔하다. 이는 앞서 ‘성평등’ 개념을 도입한 여러 서구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성평등’은 통합과 포용, 지속 가능한 사회를 실현하는 핵심 가치”라며, ‘성평등가족부’가 모두의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진작하는 컨트롤타워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기존 ‘여성가족부’가 여성·가족·청소년 정책을 주로 담당했다면, 앞으로는 남녀 모두의 성평등, 소수자 배려, 가족 다양성, 디지털 성범죄 대응 등 사회 변화에 맞춘 정책 영역이 더욱 넓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문제는 이런 구상이 여성가족부가 존립하는 목적과 방향성에서 빗겨나 있다는 점이다. ‘여성가족부’는 태생적으로 우리 사회의 구조적 차별 속에서 어려움을 겪어온 '여성'의 권익을 보호하고 신장시키기 위해 설립된 부처이다. 그런데 '여성'을 '성평등' 개념으로 대체할 경우, 기존의 여성 보호 및 지원 정책들은 명분과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국정기획위의 발표가 나오자마자 여성과 가족, 나아가 사회 전체에 미칠 심대한 파장을 고려하지 않은 위험한 시도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새 정부가 이념적 구호에 치우쳐 부처의 정체성까지 바꾸려 한다는 지적이다.

교계는 즉각 반발했다. 동반연, 진평연 등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성평등가족부 반대 대책위원회’는 국정기획위 국민보고대회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성평등가족부’는 남녀 성별 2분법제와 양성평등이라는 헌법 질서에 반하는 위헌”이라며 정부의 시도와 국회의 정부조직법 개정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 대응할 뜻을 밝혔다.

교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성평등가족부’로의 전환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깊이 연계돼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교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주된 근거는 ‘성 정체성’을 차별금지 사유에 포함한 데 있다. 정부가 ‘성평등’을 정책 전면에 내세우게 되면 이는 곧 차별금지법을 정당화하는 핵심 이념적 기반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교계는 ‘여성가족부’가 ‘성평등가족부’로의 명칭 변경을 사실상 ‘성평등’을 관장하는 정부 부처의 신설로 여기는 분위기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제도적 발판을 마련하는 포석이자 교계가 숱하게 우려했던 건강한 사회적 토론과 비판마저 ‘차별’ ‘혐오’라는 이름으로 봉쇄하려는 지극히 위험한 시도로 보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과거 여러 정부에서 역할과 기능을 놓고 존폐 논란을 빚었다. 새 정부 역시 이런 문제를 놓고 보완과 개혁 과제를 고민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가 ‘성평등’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성평등’, 젠더 이데올로기를 국정의 지표로 설정하는 문제는 ‘양성평등’을 기반으로 한 헌법위반이자 생물학적 성을 해체하는 매우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사회적 합의조차 안 된 이런 중대한 사안을 대통령의 국정철학이란 이름으로 밀어붙이는 게 능사는 아닐 것이다. 새 정부가 우리 사회의 기본 가치 체계를 흔드는 극심한 사회적 혼란과 국론 분열을 바라지 않는다면 지금이라도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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