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 위치한 앨먼도프-리처드슨 합동군사기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약 3시간 동안 진행된 회담은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지만, 기대와 달리 즉각적인 휴전 합의는 발표되지 않았다.
이번 만남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미·러 정상 간 대면이자, 두 정상이 6년 만에 다시 마주한 자리였다. 푸틴 대통령이 서방 영토를 밟은 것도 2022년 2월 전쟁 발발 이후 처음이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각각 전용기를 타고 도착해 레드카펫 위에서 미소와 함께 악수를 나눴으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으로 함께 차량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 회담장으로 향했다.
회담은 오전 11시27분부터 약 2시간30분 동안 진행됐다. 소수의 참모들만 배석한 3대3 회담 형식으로 치러졌으며, 당초 예정돼 있던 확대 회담은 생략됐다. 두 정상은 회담을 마친 직후 곧바로 공동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한 길을 열기를 희망한다”며 휴전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안보가 자연스럽게 보장돼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동의한다”며 협력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동시에 “분쟁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며 러시아의 정당한 우려와 안보 균형 회복이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이는 영토 문제와 안보 보장 등 핵심 쟁점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했다”며 “많은 지점에서 합의가 있었지만 몇 가지 중요한 사안에서는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큰 틀에서 진전을 이뤘으나 최종 합의는 아니며, 결국 젤렌스키 대통령과 유럽, 나토 정상들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는 상황을 막아야 하며, 곧 다시 푸틴 대통령과 만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날 기자회견은 양측의 모두발언만 이어진 채 질의응답은 없이 약 12분 만에 종료됐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합의 성사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조건에 동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합의하라”는 짧은 답만 내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회담을 ‘노 딜(No Deal)’로 규정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진전이 있었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밝히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실질적 성과 없이 끝났다”고 평가했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 사이에서도 허탈한 반응이 나왔다.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새로운 공격을 감행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회담의 한계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만남이 2차 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하며, 젤렌스키 대통령은 물론 유럽 정상들이 참여하는 다자 회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기자회견 말미에 푸틴 대통령이 “다음에는 모스크바에서 보자”고 제안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흥미로운 제안이다.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더 지켜봐야 한다”고 답했다. 이번 회담으로 향후 휴전 협상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지, 실제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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