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안창호 위원장을 둘러싸고 진보·보수 진영 간의 갈등이 갈수록 첨예화하고 있다. 진보진영에서 안 위원장의 성 소수자 인식을 문제 삼으며 사퇴를 압박하자 보수 진영은 ‘마녀사냥’을 중단하라며 엄호에 나섰다.

인권위 내부의 갈등이 최근 본격적으로 표면화하게 된 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국가인권위원회 지부가 내부 게시판에 안창호 위원장의 반인권적 언행에 대한 제보를 접수한다고 공지하면서부터다. 이들이 공지한 지 하루 만에 인권위 직원 내부망에 약 40건의 제보가 들어왔다.

이에 대해 안 위원장은 본인의 발언과 관련해 의도와 달리 논란이 제기된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하는 등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일부 직원들은 안 위원장이 인권위 회의 석상에서의 종교적 편향 발언과 직원들을 대상으로 성적 지향을 묻는 등의 언행을 문제 삼아 사퇴를 요구하는 등 집단행동에 돌입한 모습이다.

이런 갈등은 사실 안 위원장이 인권위에 부임한 초기부터 조짐이 나타났다. 친 진보 정권 성향의 인권위에 윤석열 대통령이 보수 성향의 안창호 전 대법권을 위원장에 임명하자 진보진영과 일부 직원들까지 합세해 노골적인 반발과 저항에 나서게 된 거다.

내재된 갈등이 밖으로까지 분출하게 된 건 지난해 12.3 계엄 직후다. 인권위가 윤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을 권고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극에 달했다. 당시 인권위 직원들과 진보단체들은 인권위가 정권의 안위를 위한 기관으로 전락했다며 맹비난을 퍼부으며 거부 행동에 돌입했다.

그 이후 국민의 힘이 국가인권위 상임위원으로 지영준 변호사를 추천했다가 철회하는 과정에서 안 위원장이 지 변호사와 접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진보진영에선 지 변호사와 안 위원장 모두 성 소수자에 대한 편향 의식을 드러내는 등 공통점을 지닌 인물이라며 이를 안 위원장의 인사 개입 의혹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이런 일련의 사태 속에서 전공노 소속 인권위 직원들이 내부망에 안 위원장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과 함께 사퇴를 종용하는 글이 게시되면서 갈등이 가라앉기 어려운 수준으로 번진 모습이다. 안 위원장의 ‘여호와의 증인’ 집총거부에 대한 발언과 직원을 대상으로 성적 지향 조사를 했다는 게 주된 요인이다.

이에 대해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자유인권실천국민행동 등 보수단체들은 지난 5일 국가인권위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 위원장에 대한 ‘마녀사냥’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성명에서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에 대한 집단적 항명 및 비난 행동은 2001년 국가인권위 설립 이후 자신들의 뜻과 이익에 부합하면 무조건 찬성·지지하고, 자신들의 노선과 다르면 무조건 배척해 온 대표적인 사례”라며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한민국 어느 국가기관에서 국가인권위처럼 하극상이 난무하고 수장에 대한 집단따돌림이 버젓이 자행되는가”라고 비판했다.

지난 김대중 정부 시절에 설립된 국가인권위는 그동안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국가기관이란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특정 이념과 정치적 성향에 기울어진 숱한 편향적 행태로 지적을 받아왔다. 진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진보진영의 입맛에 맞는 이념과 사상을 구현하는 도구란 비판이 제기되고, 보수 정권에 의해 인권위가 재편되면 반대로 극우, 또는 편향 구설이 뒤따르는 등 국민 눈에 갈등과 반목의 온상으로 비치기 일쑤였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정치적 탄핵으로 무너지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진보진영이 인권위를 완전히 장악했다는 말이 돌 정도로 이념적 편향성을 드러내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민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인권위가 국민을 역차별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국회에 대놓고 압박을 가한 일일 것이다.

이런 인권위의 인권 일탈적 행보에 제동을 건 게 지난 윤석열 정부다. 안 위원장 또한 이 법이 지닌 반 인권적 요소를 지적하며 인권위원장 부임 이후 인권위 체질 개선에 나섰던 인물이다.

이런 여러 정황을 감안하면 인권위 내부의 저항과 반발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감이 잡힌다. 지난 1월 13일 전공노 소속 인권위 직원들과 시민단체가 인권위원장과 상임위원 및 비상임위원들의 회의장 입장을 원천 봉쇄하는 사태를 벌인 것도 이런 일련의 기류와 맞닿아 있다고 본다. 보수 진영은 인권위 상임위원 구성에서 보수가 우위를 차지하자 인권위 회의를 완력을 저지하고 안 위원장에 온갖 구설을 붙여 흔들어 다시 인권위를 손아귀에 넣으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진보 측이 부르짖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보수에겐 제외되는 개념인가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안 위원장에 대한 전공노 소속 인권위 직원들의 공격을 보면 이런 생각이 굳어진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1조는 “국가인권위원회를 설립하여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했다. 그렇다면 그 법이 누구에게는 적용되고 누구에겐 적용되지 않는지 더욱 궁금해진다.

국가인권위가 존재하는 목적은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수호하는 데 있다. 그런데 이를 무너뜨리려는 이들의 힘과 완력에 인권위가 볼모 잡혀 있지 않나 의심하는 국민이 많다. 이 시점에서 인권위 구성원 모두가 여태껏 권력 혹은 진영의 홍위병 역할을 해 온 게 아닌지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하는 데서 다시 출발해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고 계속해서 반 인권적 행태나 노출할 거면 스스로 해체하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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