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에서 죽으신 예수는 장사된지 삼일 만에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 나셨다. 그는 하나님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죽음이 그를 묶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사렛 예수의 독특성은 그의 대속의 죽으심에만 있지 않고 그의 다시 살아나심에 있다. 그가 다시 살지 못하셨더라면 그의 죽음은 우리에게 대속(代贖)의 구원을 가져다 주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사도 바울은 고린도교회에 보내는 서신에서 다음같이 증언한다: “그리스도께서 다시 살아나신 일이 없으면 너희의 믿음도 헛되고 너희가 여전히 죄 가운데 있을 것이요”(고전 15:17). 예수께서 다시 살아나심으로 그 빛 속에서 그의 죽으심은 다시 조명되어, 그의 말씀이 사실이라는 것을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 부활의 역사적 사실에 관하여 사(四)복음서와 사도들의 서신은 가장 명료하게 증언해주고 있다.
I. 돌 무덤에 안장(安葬)됨
예수는 십자가 상에서 운명하셨다. 저물었을 때에 제자인 아리마대 요셉이 와서 빌라도에게 예수의 시신(屍身)을 달라고 요구한다(마 27:59). 유대의 문화적 배경에 의하면 미쉬나에서는 시신(屍身)은 매장할 것을 요구한다. 설사 유죄판결을 받은 죄인의 시신이라 할지라도 해가 지기 전에 매장해야 했다. 로마 총독부는 그런 매장을 허락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죄인의 시신은 가족에게 양도되지 않았고 죄인은 가족 묘지에 안치될 수도 없었다. 아리마대 요셉이 예수 시신을 수습하게 된 것도 이런 배경이었다. 마가는 아리마대 요셉에 관하여 “역시 하나님의 나라를 기다리는 자”(막 15:4)라고 언급하고 있다. 마태에 따르면 그는 예수를 추종한 제자였다: “저물었을 때에 아리마대의 부자 요셉이라 하는 사람이 왔으니 그도 예수의 제자라”(마 27:57). 당시 치욕의 극형을 당한 자의 시체를 달라는 것은 제자됨의 용기가 없는 자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아리마대 요셉은 부자로서 당시 사회에서는 안정된 지위에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자기에게 다가올 수 있는 불이익과 어려움을 감수하면서 예수의 시신을 요구한 것이다. 요셉은 예수의 시체를 깨끗한 세마포로 싸서 바위 속에 판 자기 새 무덤에 넣어 두고 큰 돌을 굴려 무덤 문에 놓는다(마 27:60).
사도 요한은 아리마데 요셉이 예수의 익명적 제자임을 다음 같이 기록하고 있다: “아리마대 사람 요셉은 예수의 제자이나 유대인이 두려워 그것을 숨기더니 이 일 후에 빌라도에게 예수의 시체를 가져가기를 구하매 빌라도가 허락하는지라. 이에 가서 예수의 시체를 가져가니라”(요 19:38). 복음서 저자 요한은 밤에 예수의 사역 초기에 그를 찾아와서 중생의 도리를 배우고 돌아갔던 니고데모의 조문(弔問)에 대하여 기록하고 있다: “일찍 예수께 밤에 나아왔던 니고데모도 몰약과 침향 섞은 것을 백 근쯤 가지고 온지라”(요 19:39). 백근은 33킬로로 어마어마한 분량으로서 망자(亡者)에 대한 탁월한 명예를 표시하는 것이다. 이로 보아 니고데모는 예수를 만난 그날 밤 중생을 경험했고, 유대 관원으로서 예수의 충실한 제자가 되었음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예수는 돌 무덤에 안장되었다. 제자들의 관점에서는 모든 일이 끝났다. 제자들은 자기 일상으로 되돌아 갔다. 예수가 전파한 하나님 나라의 복음운동은 그의 처참한 죽음으로 끝나는 것 같아 보였다. 그러나 예수를 따르던 여성 제자들에게는 끝나지 않았다. 유대 관습에 의하면 매장 후 7일에 걸쳐 시신을 물로 씻고 헝겊으로 싸매고 기름을 발랐다. 이것은 죽은 자 애도(哀悼)를 위한 방편이었다. 여인들은 여건이 허락하는대로 최대한 빨리 무덤으로 달려 갔다. 안식일로 인해 장례가 중단되었기 때문에 안식일 후 첫 날 여인들은 시신에 기름을 붓기 위하여 무덤으로 달려갔던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인간들로서는 전혀 예기치 못한 일을 행하신 것이다. 그것이 사흘 후에 죽으신 예수께서 다시 살아나심이다. (계속)
김영한(기독교학술원장, 샬롬나비 대표,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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