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배기 사랑이를 살리기 위해 아버지 전요셉 목사가 24일간 880km를 걸은 사연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사랑이는 근육이 점차 위축돼 자가 호흡이 어려워지는 희귀 유전질환인 듀센 근이영양증(DMD)을 앓고 있다. 현재로서는 미국에서 개발된 유전자 치료제 '엘레비디스'가 사실상 유일한 치료 수단이다.
전 씨는 약 46억 원의 치료비 중 44억 원을 국내외에서 어렵게 모금했지만, 미국 시민권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치료 허가를 받지 못했다. 이로 인해 사랑이 가족은 현재 캐나다에 체류하며 치료 방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치료제가 존재하지만 제도적 장벽으로 인해 치료에 접근하지 못하는 현실은 비단 사랑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주혁 소아희귀난치안과질환환우회 회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랑이 사례는 수많은 희귀질환 환아들의 현실을 대변한다"며 "우리나라가 유전자 치료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다면 이런 고통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전자·세포 치료는 희귀난치성 질환이나 소아암 등 유전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중증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핵심 전략이다. 이에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유전자 세포 바이오 특화 연구소'는 조기 진단과 환자 데이터베이스 구축, 기초연구, 전임상·임상, 그리고 산업화까지 연결하는 전 주기적 플랫폼으로 기능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기획재정부와 국회가 조속히 예산을 편성하고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지난달 국회에서 발의된 '첨단재생바이오법' 개정안, 즉 '유전자·세포 치료 활성화 법안'이 통과되면 지금까지 제도적으로 막혀 있던 임상 연구의 길이 열리면서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 회장은 "국내 유전자 치료 인프라가 매우 열악하다"며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은 정부 주도로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R\&D 예산과 제도, 기반 시설 모두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유전자·세포 치료는 고위험·고비용 영역이라 기업이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국가의 선제적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출생 직후 안과 검진 제도가 부재한 현실을 지적하며, 많은 희귀 안질환 환아들이 조기 진단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24년 권고한 '신생아 눈 건강 선별검사(UNES)' 지침조차 아직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은 상태다. 실제로 레베르선천성흑암시(LCA)를 앓고 있는 한 아동은 생후 4개월 만에 진단을 받았지만, 지방에서 적절한 교육 및 치료기관을 찾지 못해 전맹 상태에 이르렀고, 망막색소변성증을 앓는 또 다른 아이는 8세 무렵에야 정확한 진단을 받았다.
이 회장은 "진단이 늦어지면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발달 지연이나 중복 장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출생 직후의 안과 검진과 진단, 그리고 치료로 이어지는 흐름을 일관되게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추진 중인 유전자 세포 바이오 특화 연구소에 대해서도 그는 "진단-연구-임상-치료로 이어지는 전 주기적 가치사슬의 출발점이자 중심축"이라며, "AI 분석, 임상 시료 생산, 전문 인력 교육까지 포괄하는 이 연구소는 유전자 치료의 실현 가능성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회장은 특히 첨단재생바이오법 개정안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으로 인비보(in-vivo) 유전자 치료의 제도적 정의 신설과 유전자 치료 인프라 구축의 법적 근거 마련을 꼽았다. 그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막혀 있던 임상 연구가 가능해지고, 실제로 희귀질환 아동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며 "미국 FDA나 유럽, 일본처럼 한국도 유전자 치료에 대한 신속한 허가 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 회장은 "유전자·세포 치료는 많은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사실상 유일한 희망이다"며 "아이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실질적 변화가 하루라도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