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 교수(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선교와문화)가 최근 복음과도시 홈페이지에 ‘영국 교회의 조용한 부흥’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김 교수는 “인도에서 38년 간의 선교 사역을 마치고 돌아온 레슬리 뉴비긴이 목도한 영국의 기독교 상황은 암울했다”며 “자신을 선교사로 파송한 영국이 오히려 선교를 받아야 할 세속적인 국가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뉴비긴이 마지막으로 눈을 감던 1998년에도 영국 교회는 쇠퇴 일로에 있었다”고 했다.
이어 “매년 수백 개의 교회가 술집으로 전락한다는 소식이 최근까지도 전해졌다. 그런데 최근 영국에서 뜻밖의 일이 일어난다고 한다”며 “영국 성서공회가 잉글랜드와 웨일즈 지역의 1만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월 1회 이상 교회 출석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2018년 8퍼센트에서 24년에는 12퍼센트로 늘었다. 이러한 성장은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국 교회의 성장은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요인은 이민”이라며 “영국의 대표적인 교단인 성공회 신자의 출석률은 줄어들었지만, 오순절과 정교회 계열의 교회들에서 출석률이 크게 늘었다. 이는 브렉시트 이후 유럽연합에 속하지 않은 아프리카와 동유럽 국가의 이민자들이 증가하면서 교회 지형에 변동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또 “두 번째로 고려해야 할 요인은 젊은 세대의 종교성”이라며 “이번 조사에서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는 교회 출석률에서뿐 아니라 신앙 활동에서도 기성세대보다 더욱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18~24세의 젊은이들 가운데 정기적인 기도나 성경을 읽는 등의 영적 실천을 하는 비율은 기성세대보다 더욱 높게 나왔다”고 했다.
그는 “그렇다면 기독교 신앙이 퇴색되어 가던 곳에서 사람들이 다시 교회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며 “첫째, 교회는 삶에 만족감을 주는 곳”이라고 했다.
이어 “둘째, 교회는 삶의 근본 질문을 탐색하는 공간이다. ‘나는 왜 존재하는가?’ ‘죽음 이후엔 무엇이 있는가?’ 이와 같은 근본적인 인생 질문을 논할 수 있는 교회”라며 “셋째, 교회는 소속감을 주는 곳이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다”고 했다.
또한 “넷째, 교회는 더 큰 세계에 참여하는 경험을 제공한다”며 “교인들은 자원봉사, 자선 기부, 푸드뱅크 후원 등에 더 많이 참여한다. 이들은 삶의 더 깊은 의미를 관전하는 자가 아니라, 의미에 참여하는 자가 되어 교회를 경험한다”고 했다.
더불어 “다섯째, 교회는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곳”이라며 “빠르게 흘러가는 현대 사회 속에서, 특히 숨 가쁜 디지털 혁명 속에서 신앙은 우리의 삶을 잠시 멈추고 돌아보게 한다. 기도와 고요한 묵상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내면을 정돈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했다.
김 교수는 “영국 성서공회는 이러한 현상을 ‘조용한 부흥(Quiet Revival)'이라고 명명했다”며 “과거와 같은 거대한 대중 집회나 부흥사 중심의 운동이 아니라, 작고 조용하지만 실질적인 신앙 회복이라는 의미”라고 했다.
이어 “영국 교회의 조용한 부흥은 우리에게 중요한 과제를 제기한다. 갈수록 불확실성이 급증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교회가 의미와 공동체, 그리고 섬김과 희망의 공간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교회에 대한 신뢰와 호감이 현저히 낮은 한국 사회에서 이 조용한 부흥의 조짐은 기독교 선교의 가능성을 일깨운다”고 했다.
또한 “기독교 신앙의 매력은 기존의 종교적 관습과 규칙을 얼마나 엄격히 고수하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복음의 의미가 실질적인 삶에서 얼마나 생동감 있는 변화를 일으키느냐에 있다”며 “예수 그리스도는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시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세속적 자유주의와 인본주의의 물결이 거세지만 이러한 시대의 풍조는 인간에게 견고한 희망을 줄 수 없다. 자기 정체성과 권리 주장이 서로 경쟁하며 충돌할수록, 인간의 불안과 고립감은 더욱 깊어진다”며 “문제는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그의 몸 된 교회가 이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사람들이 진정한 행복과 자유를 발견하는 곳이라는 사명과 자신감이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2,000년 기독교 역사 속에서 교회는 늘 쇠퇴와 성장을 반복해 왔다”며 “시대와 문화에 대한 겸손한 이해와 배움 속에서 복음의 깊이를 재발견하고 이웃 섬김에 헌신할 때, 교회의 쇠퇴와 세속주의의 범람은 더 이상 정해진 경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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