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 교수
김선일 교수©기독일보DB

김선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가 13일 복음과 도시 홈페이지에서 ‘가나안 성도 현상: 목회적 반성과 대응’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김 교수는 “가나안 성도의 증가는 목회자들이 반성하고 고민해야 할 사안이다. 목회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점과 고쳐야 할 점을 동시에 모색해야 한다”며 뉴질랜드의 신학자 앨런 제이미슨(Alan Jemieson) 및 미국의 목회자 짐 데이비스와 마이클 그레이엄의 책을 인용했다.

그는 가나안 성도의 발생 이유로 “먼저 짐 데이비스와 마이클 그레이엄의 ‘탈 기독교 시대 교회(The Great Dechurching)’은 오늘날의 가나안 성도 상황을 분석하면서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의 목회적 권면을 제시한다”며 “첫째, 사람들이 교회와 신앙을 떠나는 것은 늘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했다.

이어 “가나안 성도 가운데 교회로 돌아오려는 사람들도 있으나, 어떤 이들은 애당초 믿음이 없거나 교회에 대한 소속감이 없었다. 가족이나 주변의 지인들을 따라 교회를 다녔던 명목상의 관습적 그리스도인들이 스스로 신앙의 동기부여를 얻지 못하고 가나안 성도가 되기도 한다”며 “한국의 가나안 성도 가운데 교회로 돌아올 의향이 있다는 이들은 42.9%나 된다. 반면 돌아오지 않겠다는 이들은 36.7%인데, 이들 중에는 신앙 수준이 1단계에 머문 자들이 가장 많다(한국 기독교 분석 리포트: 2023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의식 조사, 110쪽 이하)”고 했다.

그러면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인격적 신앙의 부재가 결국에는 교회를 떠나게 하는 주된 요인 가운데 하나님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며 “물론 신앙을 버리는 일은 과거 교회 중직자나 목회자 중에서도 일어난다. 그러나 ‘그들이 나간 것은 다 우리에게 속하지 아니함을 나타내려 함’(요일 2:19)이라는 사도 요한의 조언을 냉정하게 되새길 필요도 있다”고 했다.

아울러 “둘째, 극단적 반응은 신앙에 회의를 품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다. 교회를 떠난 이들이 모두 믿음이 없거나 약해서라고 그들을 탓하는 것은 가나안 성도를 더욱 증가시킬 수 있다”며 “분명히 더 많은 사람이 교회에 대한 실망과 상처 때문에 교회를 떠난다. 순수하고 확고한 믿음의 사람들만이 교회를 다니지 않는다. 교회 안에는 믿음에 관해서 다양한 경험과 인식을 지닌 이들이 있다. 그들 모두가 각자의 상황에서 예수 그리스도께로 나아가는 자들이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일률적인 신앙의 강요가 사람들로 하여금 교회를 떠나게 하곤 한다. 가나안 성도들은 권위적, 위계적 교회 문화의 희생자일 수도 있다. 너무 방임적이어서도, 너무 율법적이어서도 곤란하다”며 “그래도 ‘긍휼은 심판을 이기고 자랑하느니라’(약 2:13)는 말씀은 교회 문화의 근간이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셋째, 가나안 성도에 대해서 인내하라. 그들이 교회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도 있다. 기존 교회를 떠나는 그들의 고민은 관습적 신앙생활에 대한 경종일 수 있다”며 “그리고 그들은 단순히 교회나 신앙을 떠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신앙 공동체를 찾아 나서는 순례자일 수도 있다. 실제로 새로운 모습의 선교적 교회들에서 기존 교회에 적응하지 못한 가나안 성도들이 참여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넷째, 목양의 중심성을 회복하라. 가나안 성도들 가운데 소그룹 활동에 정기적으로 참석한 경험이 있는 이들의 82.7%가 교회에 재출석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며 “반면 소그룹 활동을 경험한 적이 없는 가나안 성도들에게서는 교회 재출석 의향이 있다는 응답(40.7%)과 재출석 의향이 없다는 응답(37.8%) 간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목양은 목회자가 오롯이 떠맡아야 하는 몫은 아니다. 교회는 진실하고 책임 있는 공동체 안에서 성도들이 서로를 돌보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 소그룹 사역은 그러한 공동체적 돌봄을 제공하는 가장 유력한 사역 모델 가운데 하나다”라며 “서로 누구인지를 알고, 서로의 필요를 위해서 기도하고 격려하는 공동체는 가나안 성도 현상을 예방하는 주요 전략”이라고 했다.

또한 “다섯째, 성도를 구비시키라(equip the saints). 소그룹과 공동체를 통한 목양적 돌봄이 가나안 성도의 양산을 막는 방어적 전략이라면, 성도를 구비시키는 일은 가나안 성도를 넘어서는 건설적인 전략”이라며 “바울은 에베소 교회에 보내는 편지에서 하나님께서 교회의 직분자를 삼으신 이유는 성도를 온전히 구비시켜 봉사의 일을 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엡 4:11-12). 교회의 직제는 성도를 구비시키기 위함이다. 봉사의 일이란 교회 안에서만이 아니라 성도가 세상의 일에서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기 위함”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가나안 성도에 대한 목양 지침으로 “첫째, 사람들로 하여금 신앙의 의문과 의심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라. 사람들이 신앙에 대한 불만과 고민을 표출할 수 있게 하라. 하나님은 대답 속에서만 존재하시는 게 아니라 질문 속에서도 임재하신다”고 했다.

이어 “둘째, 여정의 신학을 제공하라. 신앙은 구원의 확신 이후에도 평생에 걸쳐 지속되는 과정이다. 이러한 신앙의 여정에는 고통과 방황도 포함된다”며 “셋째, 신앙에 대한 의문을 정죄하지 말고 관용하라. 신앙에 대한 의심과 불만을 표현하는 이들을 신앙을 잃은 자로 단정하지 말고, 많은 이들이 신앙의 갈등 여정을 지나왔음을 알려주라”고 했다.

나아가 “넷째, 하나님은 특정한 신학 관점보다 훨씬 크시다. 현재 교회의 신앙 전통이 절대 기준이고 그 기준을 벗어난 탐구와 의심은 용납하지 않는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며 “다섯째, 율법적 신앙보다 정직한 신앙의 모델을 제공하라.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자유하게 하시는 복음을 주셨지만, 너무나도 많은 교회가 금기와 법칙을 강요하고 있다. 사람들이 인생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하나님과 진실하게 대면하게 하라”고 했다.

또한 “여섯째, 감정과 직관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라. 사람들이 자신들의 마음 상태를 하나님과 회중 앞에서 숨기는 습관을 지녀서는 안 된다. 공 예배 중에 하나님 앞에서 탄식하고 절규하는 시간을 갖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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