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를 영접하라”(출애굽기 22:21, 마태복음 25:35, 히브리서 13:2)

서헌제 박사(교회법학회장, 중앙대 명예교수, 대학교회 목사)
서헌제 박사(교회법학회장, 중앙대 명예교수, 대학교회 목사)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너는 이방 나그네를 압제하지 말며 학대하지 말라. 너희도 애굽 땅에서 나그네였음이라”(출 22:21, 레 19:33–34, 신 10:18–19)고 명하시며, 타국인을 차별하지 말고 본토인과 같이 사랑할 것을 공동체 윤리로 제시하셨다. 예수님께서도 양과 염소의 비유에서 “내가 나그네 되었을 때에 너희가 영접하였다”(마 25:35)고 말씀하셨고, 히브리서 기자는 “나그네 대접하기를 잊지 말라. 이로써 부지중에 천사들을 대접한 이들도 있었다”(히 13:2)고 강조하였다. 이는 곧 나그네를 영접하는 것이 예수님, 혹은 천사를 영접하는 것임을 시사한다.

오늘날의 ‘이방 나그네’는 다양한 사유로 본국을 떠나 타국에 정착하는 이민자들이 대부분이지만, 그중에서도 내전, 정치적 박해, 극심한 빈곤이나 종교적 이유로 인해 도저히 본국에 머물 수 없어 다른 나라로 피신하는 난민 문제가 국제사회에서 큰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종래에 난민 수용에 관대하던 유럽이나 미국도 자국 내 경제 사정과 사회 갈등을 이유로 수용 정책을 둘러싸고 진통을 겪고 있다.

국제사회는 인도적 차원에서 난민을 보호하고자 1951년 유엔 난민협약(Refugee Convention)을 채택했고, 대한민국도 이에 가입하여 2012년 독립적인 「난민법」을 제정하였다. 이 협약 및 법률이 정의하는 ‘난민’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fear)를 가진 자”로 규정된다.

이 중 특히 ‘종교를 이유로 한 난민’은 국제 인권과 종교 자유 보장의 핵심 사안으로, 종교적 신념으로 인해 박해를 받는 개인이 보호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약 8만 명이 난민을 신청했으나, 그 중 난민으로 인정된 인원은 약 1,200명에 불과하여 난민 인정률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특히 종교적 난민 인정 사례는 극히 드물다. 법원은 이슬람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이집트인, 미얀마의 소수민족인 친(Chin)족 출신 목사, 중국 가정교회 예배자로서 단속 대상이 된 자 및 한국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이란인에게 난민 지위를 인정한 바 있다.

난민 인정의 핵심 요건은 종교로 인해 ‘박해의 공포’를 받는가이다. 대법원은 위 이란인 개종 사건에서 “지난 몇 년간 이란의 기독교 신자들에 대한 박해가 심화되고 있으며, 기독교로 개종한 경우 예배활동만으로도 박해를 받을 수 있고, 심지어 사형에 처해질 수 있는 상황에 비추어, 이란으로 귀국할 경우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대한민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문명국가들은 정교분리원칙을 바탕으로 국교를 인정하지 않으며, 종교적 이유로 박해를 받는 일이 드물다. 그러나 국교가 있는 국가나 특정 종교의 신봉자가 국민 다수를 차지하는 국가들, 특히 이슬람권 일부 국가들에서는 기독교로의 개종자에 대한 폭력과 테러가 공공연하게 발생하고 있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대규모 난민 유입 경험이 적어, 오랫동안 난민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제도적 대비가 미흡했다. 그 결과, 정부의 난민 인정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비판을 받아왔으며, 국제사회에서 난민 인권 보호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로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난민의 공포심을 ‘박해’로 인정한 대법원 판단은 국제 기준을 충실히 따르고 보편적 인권 보장의 관점에서 환영할 만한 진전이라 할 수 있다.

난민 가운데에서도 종교적 난민은 특히 중요한 인권 사안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활발히 선교 활동을 펼치는 국가 중 하나로, 다수의 선교사들이 종교의 자유가 제한된 국가에서 사역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박해를 겪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 종교적 난민 보호는 우리 교회와 기독교 공동체가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과제이다.

“나그네를 영접하는 것이 곧 나를 영접한 것이라”는 주님의 말씀을, 오늘의 현실 속에서 다시 새겨들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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