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영 작가의 신작 에세이 『거꾸로 가는 택시』가 출간됐다. 이 책은 저자가 개인택시 기사로 다시 운전대를 잡고 마주한 삶의 현장을 진솔하게 담아낸 기록이자, 노동과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작품이다. 단순한 일기나 관찰기를 넘어, 택시 운전석이라는 독특한 시점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단면을 조용하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조망한다.
저자에게 택시 운전은 처음이 아니다. 20대 시절 두 번의 교통사고를 겪었고, 40대에는 제주 이주 후 잠시 부업으로 한 계절 동안 운전대를 잡은 바 있다. 그리고 60대를 앞두고 다시 택시 운전대를 잡았다. 그 배경에는 ‘늦둥이 딸’에 대한 부양 책임과, 노동이 삶의 건강함을 유지하는 길이라는 저자의 확고한 신념이 있었다.
“나는 무엇을 하든 독립형 인간의 삶을 계속 살아도 되었다. 제주를 떠나 고향에 잠깐 머물렀다가 서울에 정착한 뒤로 개인택시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는 순전히 늙어서까지 부양해야 할 늦둥이 딸 때문이었다.”
저자는 정년 이후에도 ‘읽고, 쓰고, 일하는 삶’을 이어가는 것을 삶의 방향으로 삼았다. 그리고 그 여정 속에서 개인택시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자 최선의 수단이었다고 밝힌다. 『거꾸로 가는 택시』는 그렇게 다시 시작된 삶의 기록이다.
1장 ‘나이 60을 앞두고 운전대를 다시 잡다’에서는 오늘날 개인택시 기사로서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전한다. 과거 역사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시대는 지나고, 스마트폰 호출로 운행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이야기하며, 뉴스로만 접했던 택시 기사 폭행 사건 등의 실제 경험도 생생하게 담았다.
2장 ‘택시 운전석에서 목격한 세상’에서는 승객들과 나눈 대화를 통해 정치적 양극화, 물질만능주의, 계층 갈등 등 현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다. 특히 저자는 승객의 외모나 배경에 기반한 자신의 선입견이 깨지는 순간들을 고백한다. 팔에 문신이 가득한 손님의 뜻밖의 예절, 고급식당에서 나오는 손님의 거친 언행 등은 겉모습과 실제가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책은 택시 운전 중 승객과의 거리 유지에 대한 저자만의 철학도 전한다. 저자는 먼저 말을 거는 일은 없으며, 가벼운 추임새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손님을 태우고 운전하는 동안 내가 먼저 손님에게 말을 거는 일은 없다. 가끔 말을 주고받는 택시가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적절하게 응대하지만, 내 말을 앞세우는 법은 없다. 그런 사람들의 목적은 우정을 쌓자는 게 아니다. 단지 시간의 지루함을 견디기 위해서다. 적절한 추임새만 넣어주면 된다.”
『거꾸로 가는 택시』는 단순히 직업인의 기록이 아니다. 노동을 통해 삶을 지탱하고, 사람을 관찰하며, 말보다 많은 것을 배워가는 한 인간의 고요한 사유가 녹아 있다. 택시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관계와 성찰의 공간이며, 노동은 생계를 위한 수단을 넘어 인간 존엄을 실현하는 과정임을 책은 조용히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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