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법관 대표들이 26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상고심 선고 이후 불거진 사법부 압박 논란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임시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는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오전 10시에 열렸다. 회의는 서울남부지법 김예영 판사가 제안한 두 가지 안건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안건은 모두 사법 독립과 사법 신뢰를 주제로 하고 있으며, 이재명 후보의 재판과 관련한 사법부를 향한 정치권의 반응에 대한 우려가 담겼다.
첫 번째 안건은 “민주국가에서 재판 독립은 절대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가치임을 확인함과 동시에, 그 바탕인 재판의 공정성과 사법의 민주적 책임성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밝힌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안건은 법관들이 향후 ‘사법신뢰 및 법관윤리 분과위원회’를 통해 이번 사태의 경과를 면밀히 분석하고, 사법권에 대한 외부 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자는 제안이 포함됐다.
두 번째 안건은 더욱 직접적인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사법 독립의 바탕이 되는 사법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것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개별 재판을 이유로 한 각종 책임 추궁과 제도의 변경이 재판 독립을 침해할 가능성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는 문구가 담겨 있다. 이 안건은 정치권의 사법부 비판이 사법의 본질적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회의의 직접적인 배경은 이재명 후보의 상고심 결과와 관련된 정치권 반응이다. 애초 전국법관대표회의 측은 특정 사건에 대한 입장을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실제 논의된 안건에는 이 대표의 사건과 관련된 표현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적으로 공유된 안건 전문 중 하나에는 "특정 사건의 이례적 절차 진행으로 사법 독립의 바탕이 되는 사법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것을 심각하게 인식한다"는 문장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번 안건들이 실제로 의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법관대표회의를 소집하기 위한 비공식 단체 대화방 내 투표에서 전체 대표 126명 중 과반수인 70명이 임시회의 개최에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회의의 정당성과 결속력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회의 성립 요건으로 구성원 과반수 출석을 요구하고 있으며, 안건 의결은 출석 구성원의 과반 찬성으로 결정된다. 따라서 이날 안건이 논의된 후 실제 표결로 이어질지는 출석률과 현장 분위기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법관대표회의가 대선이라는 정치적 환경을 고려해 이번 회의에서 구체적 결정을 내리기보다, 대선 이후 다시 회의를 열어 보다 명확한 입장을 정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 법원 관계자는 “정치적 파장이 큰 사안인 만큼, 즉각적인 결론보다는 사법부 내부의 논의와 의견 수렴이 더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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