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나라 경제가 경기 둔화 국면에 접어들었을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경기 둔화'라는 표현이 KDI의 경제동향 보고서에 등장한 것은 지난 2023년 2월 이후 2년 3개월 만이다.

KDI는 5월 12일 발표한 『2025년 5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외 여건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경기 둔화를 시사하는 지표가 나타나고 있다"며 "향후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월 '경기 하방 위험 증대'라는 표현을 2년 만에 사용한 이후 4개월 연속 부정적 평가를 이어가는 것이다.

특히 올해 들어 처음으로 '경기 둔화'라는 용어가 직접적으로 사용되면서, KDI가 현재 경제 상황을 이전보다 더욱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나타냈다. 2023년 2월 이후 고물가, 고금리, 수출 부진이 겹쳤던 상황과 유사한 위기 인식이 다시 부각된 셈이다.

KDI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제조업 생산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관련 설비투자도 증가하고 있지만, 건설업 부진으로 인해 내수와 전체 생산 증가세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의 관세 인상 등 통상 여건의 악화로 대미 수출이 감소하면서 수출 전반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이 크게 하향 조정되었으며,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확대되면서 국내외 경제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주요 지표는 경기 둔화 조짐을 뒷받침하고 있다. 3월 전산업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1.3% 증가에 그쳤고, 건설업 생산은 -14.7%로 대폭 감소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 생산이 전체 흐름을 떠받치고 있지만, 건설투자의 급감이 전체 산업 생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설비투자는 3월 기준 14.1% 증가하며 선방했지만, 제조업체의 투자 심리를 나타내는 설비투자 전망지수(BSI)는 90으로 장기 평균(95)을 하회해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평가다.

소비 부문도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3월 소매판매는 승용차 중심의 기저효과로 전년 대비 1.5% 증가했으나,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 증가율은 0.5%에 머물렀고, 1분기 전체 기준으로는 오히려 1.0% 감소했다. 숙박ㆍ음식점업(-3.7%), 예술ㆍ여가업(-0.7%) 등 민간 소비와 밀접한 서비스업도 부진했다. 4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3.8로 기준선(100)을 밑돌며 소비 회복이 아직 미진함을 보여준다.

고용 지표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3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3만 6,000명 증가했으나, 이 중 대부분(15만 5,000명)은 정부 일자리 사업과 관련된 분야에서 발생했다. 민간 부문에서는 건설업(-18만 5,000명), 제조업(-11만 2,000명)에서 큰 폭의 취업자 수 감소가 나타났다.

수출은 미국의 고관세 정책 여파로 타격을 받았다. 4월 전체 수출은 전년 대비 3.7% 증가했지만,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은 -0.6%로 감소 전환됐다. 특히 대미 수출은 -10.6%로 급감했고, 관세가 인상된 자동차(-20.7%)와 철강(-11.6%) 수출이 큰 폭으로 줄었다.

금융시장도 국내 정치 상황과 미국 통상 정책 변화 등으로 인해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시장 역시 서울 강남권을 제외한 다수 지역에서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며 주택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통상환경 악화와 심리 위축으로 인해 경제 성장률이 크게 하향 조정될 전망이다.

KDI는 이처럼 복합적인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우리 경제가 당분간 경기 둔화 국면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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