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풀 위에 깃든 사랑
도서 「들풀 위에 깃든 사랑」

이름 없이 피었다 쓰러지는 들풀,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무심히 밟히는 존재. 하지만 그 들풀 위에 하나님의 사랑이 깃들어 있다면 어떨까? 홍동완 목사(도심리 교회 담임)의 신간 <들풀 위에 깃든 사랑>은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이 책은 2013년에 출간됐던 동명의 저서를 새롭게 손질하고 다시 정리하여 펴낸 묵상집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사계로 구성된 글들을 따라가다 보면, 계절이 품은 생명의 깊이처럼 조용하지만 확고한 하나님의 사랑이 독자의 마음을 천천히 채워간다.

저자는 이 책의 서문 격인 ‘들풀 향기’에서 “들풀이 되고 싶습니다. 들풀은 나의 천만 스승 중 스승입니다”라고 고백한다. 들풀은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애쓰지 않고, 누구의 인정을 받지 않아도 꿋꿋이 제 자리를 지킨다. 조용하고 낮은 곳에서 하나님의 사랑에 흠뻑 젖어 살아가는 들풀 같은 삶. 그 삶을 묵상하며 저자는 자신이 받은 하나님의 은혜와 마음을 진솔하게 풀어낸다.

이 책은 단순한 감상이나 시적 고백을 넘어, 삶과 신앙, 철학과 신학이 겹쳐진 내면의 사유가 깃든 깊이 있는 묵상집이다. 저자는 들풀 위에 깃든 하나님의 사랑을 “부패하지 않은 사랑”으로 표현하며, 자신이 그 사랑을 흡수하고 또 나누는 존재로 살아가길 간절히 소망한다.

특히 이 책은 하나님의 구원과 성령의 역사에 대한 확고한 신앙 고백이 담겨 있다. “한번 구원은 영원한 구원이며, 한번 성령으로 거듭난 자는 결코 그 거듭남을 잃지 않는다”는 믿음은 독자에게 구원의 확신과 위로를 전한다. 육신의 연약함으로 인해 다시금 죄의 유혹에 흔들릴 때, 그는 “겨울 속의 개나리”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보이지 않는 겨울의 생명이 결국 봄에 꽃을 피우듯, 하나님의 사람도 성령의 역사로 다시 살아난다는 소망을 전한다.

고난에 대한 묵상 또한 인상 깊다. 우리는 흔히 고난을 피하려 하거나, 고난 중에는 하나님이 멀리 계신다고 느낀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하나님은 고난의 중심에서 우리를 먼저 기다리고 계신다.” 고난을 외면하지 않고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고난의 절반을 이겨낸 셈이라는 통찰은 많은 독자에게 실질적인 위로가 될 것이다.

기도에 대한 사유도 이 책의 중요한 축이다. 수많은 분심 속에서도 기도는 하나님께 맡겨야 하며, 그 시작 자체가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라는 고백은 오늘날 쉽게 지치고 기도를 포기하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기도의 응답을 넘어, 기도를 시작할 수 있는 그 자체가 은혜라는 신앙은 이 책을 통해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독자의 마음에 스며든다.

또한 이 책은 구원에 있어서 하나님의 정밀한 계수(計數)를 강조한다. 하나님은 대충 구원하지 않으며, 무리로 구원하지도 않는다. “하나님은 정확한 숫자로, 한 사람 한 사람을 생명책에 기록하신다”는 메시지는 그리스도인의 존재의 고귀함을 일깨운다. 머리털까지 세신 하나님께서 우리의 영혼을 빠짐없이 기억하신다는 진리는, 세상 속에서 자주 무가치하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존재의 이유를 다시 확인시켜 준다.

책의 말미에서는 시간과 역사 속에 드러나는 하나님의 현존을 강조한다. 지금 이 순간 하나님을 느끼기 어렵더라도, 지나온 과거를 돌아보면 그분의 인도하심이 분명히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오늘을 살아가는 독자 모두는 여전히 그분의 품 안에 있음을, 우주보다 크신 하나님의 존재 안에 있음을 되새기게 한다.

<들풀 위에 깃든 사랑>은 화려하지 않지만 진실하고, 조용하지만 울림이 큰 묵상집이다. 이름도 없이 피어나는 들풀처럼, 이 책은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삶 깊은 곳에 조용히 스며들어 하나님의 사랑을 전한다. 격동하는 세상에서 하나님과의 사귐을 잃지 않으려는 이들에게, 고난과 연약함 속에서도 주님과 함께 걷고자 하는 순례자들에게 이 책은 큰 격려와 위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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