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연매장』
도서 『연매장』

중국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팡팡의 소설 『연매장』이 국내에 출간됐다. 이 작품은 기억을 잃은 여인 딩쯔타오와 그녀의 아들 칭린을 중심으로, 한 가족이 숨겨야 했던 고통스러운 과거를 치밀하고 섬세하게 그려낸다.

기억을 잃은 채 강물에 떠내려온 딩쯔타오는 의사 우자밍의 치료를 받으며 새 삶을 시작한다. 두 사람은 인연을 맺고 결혼해 아들 칭린을 낳지만, 우자밍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홀로 남은 딩쯔타오를 보살피기로 결심한 칭린은, 어머니가 남긴 희미한 단서인 '연매장'이라는 단어를 붙잡고 과거의 비밀을 추적해 나간다.

조사를 거듭한 끝에 칭린은 어머니가 토지개혁 과정에서 재산을 몰수당하고 가족이 몰살당했던 비극을 알게 된다. 또한 아버지 역시 전란 속에서 지주 계급이라는 신분을 숨기고 가짜 신분으로 평생을 살아왔음을 깨닫는다. 부모가 숨겨야 했던 과거는 생존을 위한 유일한 선택이었음을 이해한 칭린은, 이 진실을 마음 깊숙이 간직하기로 결심한다.

소설 제목인 '연매장'은 죽은 이를 관 없이 곧장 흙에 묻는 매장 방식을 뜻한다. 이는 원한을 품고 환생을 바라지 않는 이들이 선택한 매장법으로 전해진다. 팡팡은 "역사적 사건을 묻어버리거나 기록해 후대에 전하는 것, 어느 쪽이든 개인의 선택"이라고 강조한다.

『연매장』은 루야오문학상을 수상하며 "정교한 구도와 놀라운 이야기 전개"라는 찬사를 받았지만, 1950년대 토지개혁을 비판적으로 묘사했다는 이유로 중국 정부에 의해 금서로 지정됐다.

작품 속에는 다음과 같은 인상적인 장면이 묘사돼 있다. "화원은 죽은 듯 고요했다. 사방이 구덩이였고, 구덩이마다 옆에 흙이 쌓여 있었다. 루씨 집안 사람들은 스스로를 위해 구덩이를 파고 흙을 쌓아 놓았다. 그들은 아무 말 없이, 작별 인사도 없이 목을 젖혀 준비해 놓은 비상을 삼킨 뒤 구덩이에 누웠다."(1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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