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교육 업체에 수능 문항을 판매하거나 정식 출간 전 EBS 교재를 외부에 유출한 현직 교원과 사교육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17일, 교육부와 감사원 수사의뢰 및 자체첩보에 따른 총 24건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총 126명을 입건하고 이 중 100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입건된 126명 가운데 현직 교원(범행 이후 퇴직자 포함)이 96명, 사교육업체 관계자 및 강사가 25명, 기타 인사가 5명이다. 이들 중에는 유명 사교육업체 대표와 유명 강사, 그리고 관련 법인 3곳도 포함돼 있다.
조사에 따르면, 한 교원이 사교육업체로부터 수령한 최대 금액은 2억6000만원에 달했으며,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송치된 교원 47명이 수수한 총금액은 48억6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항 거래는 한 문제당 10만~50만원에 이뤄졌고, 20문항 기준으로 세트당 최대 1000만원의 대가가 오갔다.
가장 논란이 컸던 사건은 유명 영어 강사 조모 씨의 교재에 수록된 영어 지문이 2023학년도 수능 문제에 그대로 등장한 사례다. 해당 교재는 수능 두 달 전인 2022년 9월 27일 발간됐으며, 한 현직 교원이 조 씨에게 문제를 판매해 이 지문이 수록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교원은 EBS 영어 교재 집필에 직접 참여했거나, 지인을 통해 입수한 2017년과 2022학년도 교재 자료를 조 씨 측에 유출한 사실도 확인됐다.
해당 지문을 수능에 출제한 교수는 '2024학년도 EBS 수능특강 영어독해연습' 교재의 외부 감수위원으로 활동하며 해당 원서를 접하고 이를 출제에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이들 간 유착을 의심해 수사를 의뢰했지만, 경찰은 직접적인 연결 고리는 확인하지 못했다.
경찰은 "EBS 교재 집필자와 감수자들이 보안서약을 위반해 정식 발간 전에 내용을 유출하고, 현직 교원들이 사적으로 문항을 제작·판매한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EBS 교재 유출 교원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출제 교수를 업무방해 혐의로, 조 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및 업무상 배임 교사 혐의로 각각 검찰에 송치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는 다수의 이의신청이 접수됐지만, 수능 이의신청 매뉴얼을 위반해 무마된 정황도 드러났다. 이에 따라 평가원 관계자 3명도 업무방해 혐의로 송치됐다.
또한 수능 출제 및 검토 경력이 있는 일부 교원들은 조직적으로 문항제작팀을 구성해 사교육업체와 강사에게 문항을 판매했다. 한 교원은 출제 경험이 있는 교사 8명과 함께 팀을 꾸리고, 대학생 아르바이트로 구성된 문항검토팀까지 운영해 2946개 문항을 제작하고, 이를 통해 6억2000만원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과거 사교육업체에 판매한 문제를 그대로 내신 시험에 활용한 교원 5명이 적발됐으며, 현직 대학교 입학사정관이 수험생을 개인 지도하고 대가를 받은 사례, 고등학교 합격자 정보를 외부에 유출한 사건도 함께 밝혀졌다.
경찰은 "교육의 공정성을 해치는 모든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히 대응할 방침"이라며 "교육부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입시 제도의 신뢰를 회복하고,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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