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주의 기구인 국제구조위원회(한국 대표 이은영, International Rescue Committee: IRC)는 예멘 분쟁이 10년째를 맞이한 가운데, 인도적 위기가 악화되고 있음에도 국제사회의 지원과 자금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예멘에서 인도적 지원과 보호를 필요로 하는 인구는 1,950만 명으로, 전년 대비 7% 증가했다. 이는 예멘 전체 인구의 56%에 해당하며, 전체 인구의 83% 이상이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450만 명 이상이 여러 차례 강제 이주를 겪으며 강제 이주민 캠프에서 식량, 의료, 식수 등 기본적인 필요를 해결하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영양실조율까지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이 심각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지원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2025 예멘 인도적 대응계획(Humanitarian Response Plan, HRP)’에서는 약 1,050만명을 지원하기 위해 총 24억 7천만 달러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제시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확보된 자금은 단 5%에 불과하다. 2024년에도 목표 금액의 절반조차 충족되지 못해 현지 구호단체들은 식량 배급을 포함한 필수 지원을 축소해야 했고, 깨끗한 식수 공급과 기타 지원 서비스 또한 제한된 상황이다.
특히 2024년 예멘 인도적 지원금의 절반 이상을 기여한 미국의 지원이 올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도적 위기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예멘 알 달레 지역의 강제 이주민 캠프에 거주 중인 하이파 만수르(35세)는 “이주가 이렇게 오래 지속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우리는 집과 가축, 우리가 애써 일궈온 모든 것을 남겨두고 곧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떠났지만, 여전히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집만 잃은 것이 아니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단까지 모두 잃었다”고 말했다.
국제구조위원회 예멘 대표 캐롤라인 세키예와(Caroline Sekyewa)는 “지난 10년간 이어진 분쟁과 경제 붕괴, 의료 접근 제한 등으로 예멘 국민들은 극심한 고통을 겪어왔으며, 인도적 지원은 이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지켜온 유일한 생명줄이었다”라며, “지금 국제사회가 지원을 줄이거나 철회하는 것은 근시안적인 결정일 뿐만 아니라, 수백만 명의 생존을 위협하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국제구조위원회 이은영 한국 대표는 “내전 10년을 맞은 2025년은 예멘 위기 대응의 중대한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라며, “국제사회와 주요 공여국들이 올해 인도적 대응 계획(HRP)의 전액 이행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한편, 예멘은 2014년 안사르 알라(후티 반군)와 국제적으로 인정된 정부 간 협상 결렬 이후 장기적인 분쟁에 휘말렸고, 이는 세계 최악의 인도적 위기 중 하나로 이어졌다. 37만 7천 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그 중 약 60%는 식량과 의료서비스 부족으로 생명을 잃었다. 분쟁은 예멘 경제를 붕괴시키고, 심각한 빈곤과 실업을 초래했다.
국제구조위원회는 2012년부터 예멘에서 활동을 시작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예멘 내 11개 분쟁 피해 지역에서 500만 명 이상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제공했으며, 2024년 한 해 동안만 약 170만 명을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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