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발생 닷새째인 26일 경북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의 한 민가 뒤 야산에 불이 확산하고 있다. ⓒ뉴시스
산불 발생 닷새째인 26일 경북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의 한 민가 뒤 야산에 불이 확산하고 있다. ⓒ뉴시스

2000년 동해안 산불과 2022년 울진·삼척 산불을 넘어서는 역대 최대 산림 피해를 기록한 영남권 대형 산불의 주된 확산 원인은 강풍과 침엽수 중심의 산림 구조인 것으로 분석됐다.

27일 관련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한 결과, 최근 영남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건조한 날씨와 강풍, 그리고 인화성이 높은 침엽수림이 결합하면서 급속도로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바람을 타고 불씨가 날아가며 산불을 확대시키는 '비화 현상'이 주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인화성 물질은 건조할수록 더 쉽게 불에 타고, 고온 건조한 날씨는 불길을 키우는 촉매로 작용한다”며 “이러한 기상 조건에서 강풍까지 더해지면 상승기류가 생기고, 특히 소나무와 송진을 태우며 발생한 검은 연기가 불똥을 더욱 확산시켰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상청은 지난 20일 정례 예보를 통해 “22일부터 23일 사이 강한 서풍이 강원 영동 산맥을 넘으면서 경북 북부 동해안에 강한 바람이 예상된다”며 “건조한 상태가 이어지는 경상권에는 산불 등 화재 예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산을 넘는 서풍이 좁은 지형을 통과하면서 바람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기상 특성도 산불 확산을 부추긴 요인으로 작용했다.

당시 기상청은 강원 영동과 경북 북동 산지, 경북 북부 동해안 일대에 초속 25m 이상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 수 있다고 예보했으며, 경북 남부와 경남 지역 역시 건조한 날씨가 지속돼 화재 위험이 높다고 밝혔다.

산불 피해를 키운 또 다른 요인은 침엽수림의 높은 비율이다. 침엽수는 활엽수보다 열에너지를 더 많이 포함하고 있어 불이 더 오래 지속되고 빠르게 확산되는 특성이 있다. 특히 소나무, 송진, 솔방울 등은 인화성이 매우 높아 불쏘시개 역할을 하며 산불 확산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산림청이 발표한 ‘2022년 산림기본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전체 산림 면적 중 침엽수림이 차지하는 비율은 38.8%이며, 경북 지역의 침엽수림 비율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경향은 2022년 3월 4일 발생한 울진 산불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소나무 자생지인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은 삼척까지 번져 213시간 만에 주불이 진화됐고, 피해 면적은 1만6301헥타르에 달했다.

서 위원은 “소나무는 휘발유에 비견될 정도로 인화성이 높아, 불이 붙으면 수관화 현상으로 불기둥이 형성되며 확산 속도를 높인다”며 “낙엽층에서 발생하는 연기와 강풍이 맞물리면 진화 인력의 접근 자체가 어려워져 진화 작업이 큰 난항을 겪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27일 오전 6시 기준 이번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총 26명(경북 22명, 경남 4명)으로 잠정 집계됐으며, 중상자는 8명(경북 3명, 경남 5명), 경상자는 22명(경북 16명, 경남 4명, 울산 2명)으로 나타났다.

산림 피해 면적은 총 3만5810헥타르로, 이는 2000년 동해안 산불 당시 피해 면적(2만3794헥타르)을 넘어서는 규모로, 국내 산불 역사상 최대 피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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