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혐의로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되며 촉발된 정치적 혼란이 한국 경제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국외 전문가들은 이번 경제적 어려움이 단순히 최근의 정치 위기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오래된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현지시간) "한국 경제는 트럼프와 비상계엄이라는 정치적 충격 속에서 악화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아시아 4위 경제 대국인 한국이 직면한 경제적 도전과 취약성을 분석했다.
FT는 한국 원화가 지난해 아시아 주요 통화 중 미국 달러 대비 하락 폭이 가장 컸으며, 4분기에만 10% 이상 약세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환율 하락은 수출 중심 국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한국은 에너지 등 고가 수입품 의존도가 높아 이점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인 2.2% 달성에 실패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올해 목표치도 1.8%로 하향 조정했다. 경제학자들은 한국이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로 인구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이로 인한 성장 둔화가 장기적인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FT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복귀로 한국이 두 가지 정치적 충격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했다. 비상계엄으로 인한 정치·외교적 혼란은 경제 정책의 컨트롤 타워 부재를 초래하며, 트럼프 행정부와의 외교적 줄다리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FT는 "정치적 위기가 한국의 구조적 경제 문제 해결과 대외 정책 실행 능력을 마비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과의 경쟁 심화도 한국 경제에 큰 도전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많은 핵심 산업 분야에서 중국은 한국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으며, 원화 약세와 정치 불안정으로 기업들은 투자를, 소비자들은 지출을 꺼리는 상황이다.
스탠다드앤드차타드은행 박종훈 서울 리서치 팀장은 "현재의 정치적 위기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한국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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