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카운티제일장로교회,엄영민 목사

"사람 살 길은 돌끝 마다 있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자주 하시곤 하던 말이다. 아마 무척 어려우셨기 때문에 늘 어떤 상황에서도 해쳐나갈 길이 있음을 스스로에게 다짐하던 말씀이셨던 듯하다. 구한말로 부터 시작해 일제시대 6.25 동란 보릿고개를 넘으며 숱한 역경과 가난 속을 해쳐왔던 그 시대의 어른들은 이렇게 도무지 길이 없어 보이는 상황 가운데도 길이 있음을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며 살아오셨던 듯하다. 그래서 그 어려운 상황에도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인내하며 사셨을 것이다. 지금이야 그 때와 비교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교회 안의 여러 식구들을 섬기다 보면 가끔씩 그런 절망적인 상황을 느끼곤 한다.

오래 전 나이 든 부모님을 열심히 일하며 섬기던 외동딸이 갑자기 암으로 세상을 떠날 때 그 부모님을 보면서 그런 절망감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 늘그막에 의지하고 살던 유일한 혈육이 가버린 저 노부부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 내가 생각해도 막막했다. 그런데 몇 년을 지나고 소식을 들으니 두 노부부는 믿음 안에서 의외로 건강하고 씩씩하게 생활하고 계셨다. 일찍 간 딸의 몫까지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며 나름 잘 지내고 계셨다. 몇 년 전 교회 한 집사님 가정이 거의 절망에 가까운 상황에 처해있었다. 자녀도 있고 남편도 있는 가정이긴 하지만 어머니가 거의 집안의 경제를 책임지다 시피 한 가정이었다. 남편은 몸이 늘 안 좋으셨고 결혼했던 딸은 가정 문제로 집에 와 있고 다른 자녀들도 큰 도움이 안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 집사님이 직장을 다니며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었는데 그만 덜컥 중병에 걸리고 마셨다. 사정이 그런 까닭에 아프면서도 병원에 갈 때 까지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셨다. 그 모습이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그런 가운데 꿋꿋하게 투병생활을 하셨고 교회와 주위 분들도 열심히 기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이 깊어져 여 집사님은 그만 돌아가시고 말았다. 집안의 기둥이 무너진 것이었다. 이제 저 식구들은 어찌 될 것인가? 막막했다. 장례식을 치르면서도 답답한 마음이었다. 그렇다고 목사나 교회가 무엇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고 몇 년이 지났는데 지난 주 그 가정의 근황을 듣게 되었다. 절망적이었던 그 가족들이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늘 병약했던 남편은 용기를 내서 자립하는 중이고 가정문제로 식음을 전폐했던 딸은 믿음으로 회복되어 이제는 신학교에 다니고 있으며 다른 자녀들도 다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할렐루야! 돌 끝마다의 은혜가 아닐 수 없다. 돌아가신 집사님이 보면 기뻐할 모습이다.

그러고 보면 옛 어른들은 성경을 많이 알지 못해도 성경의 진리를 삶을 통해 체득하고 계신 부분들이 많으셨던 것 같다. 사람 살 길이 돌 끝마다 있다는 것은 바다가 갈라지고 여리고 성이 무너지고 그래서 사방으로 우겨쌈을 당해도 언제나 낙심치 말라하셨던 성경의 가르침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한국 사람들의 자살행진은 아무리 생각해도 비신앙적 반성경적이 아닐 수 없다. 비록 도전과 시련이 많은 세상이지만 하나님은 그 은혜로 사람 살 길을 돌 끝마다 두신 것이다. 그런즉 이 진리 위에 굳게 서서 믿음의 사람들은 더욱 더 용기를 낼 것이요. 우리 주위 연약한 자 들을 격려하고 위로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사방으로 우겨쌈을 당하여도 싸이지 아니하며 답답한 일을 당하여도 낙심하지 아니하며 핍박을 받아도 버린바 되지 아니하며 거꾸러뜨림을 당하여도 망하지 아니하고" (고후 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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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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