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후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종교학으로의 종교교과 개정, 이대로 좋은가?'란 주제로 한국 기독교학교 정상화 추진위원회 1차 세미나'에서 발제를 하고 있는 박상진(사진 오른쪽)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소장.

내년부터 고등학교 교과과목 가운데 기존의 '생활과 종교'라는 명칭의 종교과목이 '종교학'이라는 명칭으로 변경되는 것과 관련 이는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니라 특정종교, 특히 기독교 신앙교육의 가능성을 거의 제거한 것이어서 이에 대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기독교학교 정상화 추진위원회와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는 지난 19일 오후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종교학으로의 종교교과 개정, 이대로 좋은가?'란 주제로 한국 기독교학교 정상화 추진위원회 1차 세미나를 개최했다.

첫번째 발제를 맡은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박상진 소장(장신대 기독교교육학과 교수)은 '기독교학교의 정체성에 근거한 종교학 교육과정의 문제점'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고등학교 교육에 있어 '생활과 종교'에서 '종교학'으로의 교과목 변경은 단지 명칭의 변화가 아니라 정체성의 변화라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 신앙교육 정체성 상실 시킨 '종교학'으로 변경은 '탈신앙화' 가속

박 소장은 한국 종교 교육과정의 변천은 '신앙교육' 시기에서 '종교교육' 시기로 이제는 '종교학 교육' 시기로 바뀌게 됐다고 설명하면서, "긍정적으로는 종교계 학교의 정체성을 공교육 체계 안에서도 지속해서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신앙교육을 종교교육으로 치환시켰고 신앙교육을 교양교육과 동일시하게 됨으로써, 본연의 신앙교육 정체성과 독특성을 상실 또는 약화시키게 되었다"고 비판했다.

박 소장의 발표에서 종교학 교육시기는 2011년 재개정 교육과정부터로, '생활과 종교'라는 명칭이 '종교학'으로 바뀌었고, 방향도 '종교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종교에 대하여' 지적하고 객관적으로 가르치는 종교학적 관점을 지니게 됐다.

이에 대해 박 소장은 "종교교육 시기만 하더라도 아직은 종교교육의 한 부분으로서 특정 종교의 가치를 가르치는 신앙교육의 가능성이 남아있었지만, 종교학을 종교교육의 내용으로 하는 경우는 더욱 더 탈신앙화가 가속화되게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종교학이 무엇이길래 이 같은 우려를 나타내는 것일까?

박 소장은 "종교학(Science of Religion)은 호교론(변증론)적 성격을 띠던 전통적인 종교연구와는 달리 자신의 종교적 실체와 믿음에서 우선 한 발자국 물러나 어떠한 신앙적 전제도 없이 종교현상을 객관적 학문으로서 연구하려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다시 말해 종교학은 종교를 인간현상으로 이해하고 연구한다는 점에서 신의 계시를 진리의 원천으로 받아들여 그것을 해석하고 체계화하는 신학과는 구별된다는 것이 박 소장의 설명이다.

내년부터 고등학교에서 가르칠 '종교학'의 영역을 보면 △인간과 종교 △종교 현상의 이해' △종교의 다양성과 차이 △종교적 인간관, 사회관, 자연관 △세계의 종교와 문화 △한국의 종교와 문화 △개별 종교들의 이해 등 7개 영역으로 그 제목만으로 어떤 내용을 가르칠지 짐작이 된다.

박 소장은 "이러한 종교학으로서의 종교교과 개정은 종교에 대한 지적 이해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고, 종교 내적인 경험과 체험을 통한 종교의 수용이 아닌 종교 외부에서 종교를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분석함으로써 종교를 받아들이게 하기 보다는 종교를 평가하도록 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고, "특히 종교의 다양성을 강조하고, 각 종교가 지닌 사회적 문화적 맥락을 강조함으로써 종교 상대주의 또는 다원주의의 경향을 지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 기독교학교 존립 위한 '사립학교 재건 노력' 필요

이 같은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그는 ▲국·공립과 사립, 특히 종교계 사립학교를 구분한 종교교육 정책을 마련할 것 ▲'생활과 종교'와 '종교학'을 모두 교양과목에 포함해 선택도록 할 것 ▲기독교학교의 건학이념에 일치하는 기독교신앙과목을 개설할 것 ▲종교교육과정은 종교수업이란 실천과 일관성을 지닐 것 ▲학교공동체를 통한 종교교육이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 등을 제시했다.

박 소장은 또 더 근원적 대안으로 ▲사립학교의 자율성 확보를 제시하며, 사립학교 존립의 근거인 '학생선발의 자율성'과 '교육과정 선정의 자율성', '학교 운영의 자율성' 등 세 가지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것이 상실될 때 본래의 건학이념대로 교육할 수 없는 '명목상의 종교계 사립학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박 소장은 "기독교학교가 직면한 존재론적 위기에 다시금 눈을 떠 근본적으로 기독교학교의 자율성과 정체성을 회복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기독교학교의 정체성을 왜곡시키는 '종교학' 과목으로의 개정이 오히려 한국교회와 기독교학교들이 기독교교육에 대해 새롭게 관심을 두고 근본적 해결책을 모색·실현하는 기회가 되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 '정교일치'의 오랜 역사 가진 '영국 종교교육' 시사점

박상진 소장에 이어 발제에 나선 성균관대 교육학과 유재봉 교수는 '해외 종교교육 사례에 비추어 본 종교학 교육과정의 의미 : 영국을 중심으로'란 주제발표에서 "미국과 프랑스는 원칙상 종교교육이 금지되고 있고, 호주는 사회교과에서 종교를 다루며, 독일은 종파교육을 할 수 있게 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국가의 극단적 입장을 피하고 종교와 교육 사회를 '교육적'으로 결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영국의 종교교육에 대해 설명했다.

유 교수는 역사가 깊은 영국 종교교육에 비추어 바람직한 한국에서의 종교교육 방법에 대해 ▲학교에서의 종교교육을 위해 공립학교와 사립학교를 구분해 접근 할 것 ▲공립학교와 시립학교의 종교교육의 성격을 달리할 것 ▲종교계 사림학교의 종교교육의 자유 못지않게, 공립학교에서의 종교교육의 가능성 모색과 실시 ▲종교교과 내용과 관련해 공립학교에서는 종교학을, 종교계 사립학교에서는 종교학에 일부 종교교리나 신앙을 포함토록 할 것 등을 제시했다.

계속된 지정토론에서는 영신대 이원일 기독교교육학과 교수는 종교학 교육과정의 문제점과 대안 모색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고, 교목전국연합회장 박종남 목사는 앞선 두 발제에 대한 보다 다양한 토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눈에 띄는 부분 중 하나는 청중들의 열띤 질문 공세였다. 관련 학과에서 나온 학생에서부터 교회 장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들이 궁금증과 함께 향후 논의했으면 하는 다양한 의견들을 제안했다.

그 중 백석대학교 이정기 교수는 "개정된 '종교학' 교과과정 중 '개별 종교들의 이해' 영역에서 종교생활과 관련해 기독교 신앙교육을 강조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기독교출판사들이 종교학교재를 만들어 교과부로부터 인증을 받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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