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선 목사
안경선 목사 ©미주 기독일보
세계 최빈국 중의 하나인 부룬디에서 한센인들을 돕고 있는 안경선 목사가 최근 미국 LA를 방문했다. 요즘 듣거나 접하기도 어려운 한센병이라는 단어. 그 병에 걸린 이들에게 산간 오지로 자처해서 찾아가 섬기는 그는 손양원 목사의 뜻을 이어받아 삶으로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기구한 인생을 살아온 안경선 목사를 만나보았다.

-이번 LA에 방문하시게 되어 반갑습니다. 부룬디에서 사역을 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2020년 애양원 교회에서 부룬디 선교사로 파송받게 되었어요. 애양교회에서 중동고등학교 신우회 모임의 지원으로 저를 아프리카 부룬디 한센인 선교사로 파송했어요. 파송을 받기 전에 25년 동안 일반목회를 하다가 2016년 1월에 ‘손양원기념관’ 초대 관장으로 헌신하게 되었어요.

아버지께서 뜬금없이 '신학대에 가라'

손양원 목사님이 살아 계셨을 때 아버지도 신앙생활을 해오셨어요. 부산에서 전도사 생활도 하셨었는데, 손 목사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자신을 보호해줄 사람이 없고, 세상에서 핍박을 많이 받게 되면서 평범하게 살아왔어요. 손양원 목사님이 48세에 순교를 하셨고, 아버지도 48세에 부르심을 받았어요. 아버지 생전에 손 목사님과 어떻게 살아오셨는지 들어본 바가 없어요. 그런데 돌아가시기 전에 뜬금없이 저에게 신학교에 가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리고 아버지 장례식에 손 목사님 가족들이 찾아오셔서 안용준 목사님이 쓴 '사랑의 원자탄' 책을 주고 가셨어요. 장례를 다 치르고 정신이 나서 책을 보니까 여수 사건이 나오고 아버지가 가해자로 나오더라고요.

중환자실에서 예수님 만나… '너가 나를 죽였다'

아버지가 소천하시기 전에 교회를 다니고 저도 같이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아버지의 판도라 상자가 열리고 나서 제가 정체성에 혼란이 오게 되었어요. 태어나서 보니까 두 아들을 죽인 자의 아들로 태어났으니까요.. 절망 속에서 방황하다가 폐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해서 많은 병치레를 하는 중에 2년 동안 치료를 거부했어요. 그때 살기 싫고 죽고 싶고 그랬는데 2년이 지난 다음에 눈을 뜨니까 병원에 입원해 있었어요. 10시간이 넘는 폐 절제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예수님을 만나게 되었어요. 어떤 사람이 십자가에서 피를 뚝뚝 흘리면서, '네 아버지는 동인, 동선을 죽였지만, 너는 나를 죽였다'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인격적으로 주님을 만나고 깊은 상처에서 치유를 얻고 아버지도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래서 신학을 공부하고 목회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1992년부터 2015년까지 목회를 하면서 일반적인 삶을 살다가 하나님께서 저를 특별하게 세상 밖으로 불러내셨어요. 저는 이것을 하나님이 저를 커밍아웃시켰다고 이야기합니다. 8.15 특집으로 손양원 목사님과 아버지 관련 기사가 조선일보에 나온적이 있어요. 이것을 보고 애양원에서 연락이 왔어요. 거기서 이야기하기를, 손 목사님이 양아들로 삼았던 재선이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자녀들은 어떻게 사는지, 애양원에서 소개해주기 바란다는 요청이었어요. 그래서 2010년 9월에 처음으로 애양원에 가서 설교를 하고 그 앞에 있는 삼부자 무덤으로 갔어요. 거기서 묵상하고 있는데 손 목사님의 음성이 들렸어요. "너가 재선이 아들이냐.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여기 찾아오게 된 것을 안다. 너를 환영한다." 삼촌들도 "나도 너를 환영한다"고 하셨습니다.

그 당시 하나님께서 이사야 40장 1절 말씀. '너희는 위로하라 내 백성을 위로하라'라는 음성을 주셨어요. 손양원 목사님의 이름으로 위로한다는 음성으로 받았어요. 그리고 세상 속에서 속지 말고 잊혀져가는 사랑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라는 마음을 주셨어요. 그 이후부터 교회에서 간증도 시작하고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2016년에 손양원 목사님 생가와 기념관이 완공이 돼서 제가 초대관장으로 4년 동안 일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하나님께서 한센인 사역자로 불러주셨습니다.

2020년에 '손사랑 브릿지' NGO 세워

초대 관장으로 사역하면서 하나님께서 한가지 도전을 주셨어요. 애양원에서 헌신하셨던 윌슨, 손양원 목사님은 이 땅에서 가장 소외되었던 한센인들과 평생 울고 웃으면서 살아왔는데, 너도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어요. 아브라함, 이삭, 윌슨, 손 목사님의 하나님인데 너도 그렇게 헌신하면서 살아가거라는 음성이 들려서 순종하며 살아가게 되었어요. 그렇게 해서 2020년에 손 목사님 순교 70주년에 외교부에 법인설립을 하고 '손사랑 브릿지'라는 NGO가 탄생하게 되었어요.

-부룬디에서의 한센인 선교 사역을 소개하신다면.

우연히 보건복지부 장관이 연결되어서 1년 6개월간 리서치 작업을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부룬디에 500명의 한센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들에게 식량 지원을 해줄 수 있는지 문의를 받았어요. 그리고 대한민국이 어려울때 미국인들이 헌금해주어서 병원과 학교를 짓고 많이 도움을 받았으니, 우리가 빚진 것을 갚기 위해서 한국교회가 십시일반으로 후원을 하고 자매결연을 맺고 한센인들을 돕겠다고 답했어요. 이 말을 보건복지부에서 듣고 우리 단체에 한센인 지원을 맡기게 되었습니다.

한센병은 완치가 가능한 질병

약을 먹으면 완치가 됩니다. 더이상 악화되지 않아요. 약을 먹으면 병이 더이상 진행이 안되요. 한국에서는 완치가 되었고, 현재 전세계에 적도 부근에 한센인이 4천만명 정도 있어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관심을 안갖습니다. 구약시대부터 하나님으로부터 저주받은 사람들이 병은 얻는다는 인식이 있어서, 외모 때문에 같이 살지 못하고 낯선 곳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부룬디에 한센인들이 너무 방대하게 흩어져있어서 심방을 해도 하루 10가정밖에 하지 못해요.

부룬디에 UN 산하기관이 많이 들어가 있고, 수많은 NGO 기관이 들어가 있는데 한센인에게는 못미치고 있습니다. 지구촌 땅끝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고, 세상으로부터 관심을 못받고 있어요.

-그들에게 어떤 사역을 하고 있나요.

소독하고 연고를 발라주고 붕대를 감아주고 있습니다. 쌀 10kg, 콩 10kg, 빨래비누, 소금 등 생활에 기초적인 필수품을 제공해줍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기도해주고 간단히 복음은 전해요. 그들에게 한달에 필요한 생활 용품이 40불 정도입니다.

앞으로 영어책을 보내서 교육사업도 하고 싶어

사역이 좀더 성장이 이뤄지면 교육사업에 집중해서 학교나 도서관을 세우려고 합니다. 한센인이 자립하게 되면 삶의 터전을 마련해줘야 합니다. 선교센터를 세우면 그 밑에 기숙사를 세우고, 땅을 구입해서 농사를 짓는다든지 빵공장, 우유공장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녀들이 취업할수 있고 한센인이 자립할 수 있는 여러 프로젝트 할 수 있어요.

부룬디라는 나라를 보면 최빈국으로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교과서가 없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이 가르치면 학생들은 노트에 적어서 공부를 하고 있어요. 안타깝죠. 미국에 뜻있는 분들이나 교회가 영어 책을 보내서 교육사업을 하면 좋을 것입니다. 그들과 1:1로 제자 양육을 해도 되고 성경을 가르칠 수 있는 여러 사업이 있습니다.

사랑에 목마른 한센인들
대한민국이 도움을 받았으니, 이제 교회가 '부룬디'를 섬겼으면

그곳의 한센인들은 사랑에 목말라 하는 사람들입니다. 일반 사람 접촉이 안되죠. 서로 말은 안통하지만, 외국 사람이 찾아와서 치료해주고 식량을 제공하고 복음을 전하는 우리를 기다려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반갑죠.

벨기에의 식민지 하에 있었던 부룬디는 천주교가 60%, 개신교가 35% 나머지는 이슬람과 아프리카 토속 신앙을 갖고 있어요. NGO 한 단체가 사역하기에는 너무 힘에 부치는 것이 사실이에요. 그래서 많은 교회들이 협력해줘서 부룬디를 함께 섬겼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가 그랬어요. 어려울때 서양의 나라에서 섬겨주었어요. 전라남도는 남장로교, 강원도는 감리교, 충청도는 성결교가 도와주었죠. 어떤 사업이 되었던 최빈국에 들어가서 복음을 전하고 한 사람을 섬길 수 있으면 뜻깊은 사역이 될 수 있을거에요.

-마지막으로 더 하실 말씀이 있다면.

우리 NGO 단체가 커져서 부룬디의 한센인들을 더 섬겼으면 좋겠고, 더 나아가 중앙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를 섬길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미주 지역의 교회들과 협력할 수 있는 일들을 만드는 것이 저의 숙제인것 같습니다. 한 영혼이 천하보다 큰데 땅 끝에서 소망이 없는 사람들을 찾아가는 일에 많은 교회들이 동참해주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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