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제8차 한국 C,S. 루이스 컨퍼런스
컨퍼런스가 열리는 모습. 정정호 중앙대 명예교수와 심현찬 워싱턴트리니티 연구원 원장이 대담을 하고 있다. ©노형구 기자

2023 제8차 한국 C.S. 루이스 컨퍼런스가 3일 서울 종로구 소재 서대문교회(담임 장봉생 목사)에서 ‘포스트 팬데믹과 루이스의 사랑과 우정’이라는 제목으로 열렸다.

이날 정성욱 교수(덴버신학교 조직신학)는 C.S 루이스의 저작 ‘네 가지 사랑’을 놓고 ‘포스트 팬데믹과 루이스의 애정 숙고’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아래 루이스의 인용문은 위 저작 ‘네 가지 사랑’에 출처를 둔다.

정 교수는 “루이스의 ‘네 가지 사랑’은 1960년에 출간된 작품이다. 이 책에 따르면 사랑은 네 가지로 나뉜다. 첫째, 애정(Affection, 스트로게), 둘째, 우정(Friendship, 필리아), 셋째, 에로스(Eros), 넷째, 자비(아가페)”라며 “이 가운데 애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루이스는 애정을 ‘가장 수수하고 널리 퍼져있는 사랑, 사람에게서나 동물에게서나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는 사랑’으로 정의했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 정 교수는 애정보다 애착으로 번역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루이스는 애정을 가장 광범위한 사랑으로 차별이 적은 사랑이라고 정의했다”며 “이는 가장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인 사랑으로서 하나님의 보편적 사랑과 흡사하다. 즉 마태복음 5장 45절의 ‘하나님이 그 해를 악인과 선인에게 비추시며 비를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에게 내려주심이라’이다. 이처럼 애정은 악인과 선인에게 무차별적으로 베푸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닮아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루이스는 애정에 나름의 기준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성에 대한 연정이나 로맨틱한 사랑에 빠지는 순간도 애정으로서 일종의 축적된 감정으로 봤다”며 “또 루이스는 애정을 ‘겸손하여 슬쩍 숨기도 하고 수줍은 얼굴을 하기도 한다… 편안하고도 조용한 감정의 성격에 걸맞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했다.

정 교수는 “루이스는 애정은 다른 사랑들의 작용을 돕는 매개체라고 주장했다”며 “애정은 그 자체로도 사랑이지만 다른 사랑에 들어가 그 사랑을 속속들이 물들여서 일상에서도 그 사랑이 작용하도록 돕는 매개체가 된다. 다른 사랑은 애정과 섞일 때 비로소 제맛이 온전히 보존되는 것 같다”라고 루이스는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루이스는 애정은 우리가 마땅히 애정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권리 주장을 하도록 이끌고, 그 결과 우리는 타인의 애정의 대상이 되기는커녕, 혐오와 증오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된다고 주장했다”며 “루이스는 애정의 또 다른 특징인 ‘편안함과 격의 없음’은 사랑의 이름으로 무례함과 폭력을 자행하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고, 상대에게 ‘상처나 모욕감, 굴욕감’을 주게 될 수 있다고 했다”고 했다.

특히 “루이스는 애정이 왜곡될 때 무시무시한 질투감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며 “애정이 이런 방식으로 왜곡되고, 왜곡된 결과를 가져오는 이유는 애정이 필요의 사랑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고 했다.

정 교수는 “루이스는 어머니의 사랑을 예로 들며, 이는 필요의 사랑이지만 그 필요는 ‘무언가를 주어야 하는 필요’라고 봤다”며 루이스는 “어머니는 태아를 출산하지 않으면 자신이 죽게 된다. 아이에게 젖을 물리지 않으면 자신이 고통받게 된다”라고 했다고 전했다.

루이스는 그러면서 애정의 성숙함을 위해 “이 사랑은 포기를 위해 일해야 한다. 자신이 불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그들에겐 내가 더 이상 필요 없어라고 말하게 되는 시간을 보답으로 여겨야 한다… 이 모성 본능이 스스로 포기할 수 있으려면, 더 차원 높은 사랑-누구로부터이건 상관없이, 자기 사랑의 대상이 유익을 얻게 되기를 바라는 사랑-이 간섭해서 도와주거나 그 본능을 길들여야만 한다”라고 했다고 정 교수는 덧붙였다.

2023 제8차 한국 C,S. 루이스 컨퍼런스
정성욱 교수 ©노형구 기자

정 교수는 “루이스는 그렇지 못할 경우 모성 본능 또는 어머니의 사랑을 예로 든 애정은 ‘탐욕스런 욕망’으로 변질되며, 그것은 끝없이 ‘자기만족’을 추구하는 극단적인 자기애로 타락하게 된다고 했다”고 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루이스는 애완동물에 대한 사랑, 대학교수와 제자의 관계 등도 애정으로 표출되며, 이것도 끔찍한 욕망으로 타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루이스는 이 애정이 심각하게 왜곡되고 타락하게 되어 해로운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은 ‘인간의 타락한 본성’ 즉 ‘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며 “루이스는 애정이 정상적으로 작용해 사람에게 행복을 가져다주기 위해선 애정보다 더 높은 차원의 사랑으로부터 지속적인 간섭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그는 이를 위해 하나님의 공급하심 곧 성령 충만하심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루이스는 “곧 애정은 상식과 공정한 주고받기와 선량한 태도가 있을 때 비로소 행복을 낳는다는 사실 말이다. 즉 애정에는 애정 이상의 무언가가 더 필요하다… 다시 말해, 우리에게는 인내나 자기부인이나 겸손과 같은 선이 있어야 하며, 우리의 애정은 애정보다 훨씬 높은 차원의 사랑으로부터 지속적인 간섭을 받아야 한다… 만일 우리가 애정으로만 살려고 하면, 우리의 애정은 그만 썩어 버리고 말 것”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루이스는 ‘만일 애정이 삶의 절대 주권자가 되면, 그 씨앗(증오)은 발아하기 시작한다’고 했다”며 “신이 되어 버린 사랑은 악마가 된다. 애정을 지속적으로 간섭하여 애정이 행복을 낳도록 하는 애정보다 훨씬 더 높은 차원의 사랑은 결국 하나님의 사랑인 자비 곧 아가페”라고 했다.

정 교수는 “아담과 하와의 타락 이후, 하나님의 형상이 훼손되고, 인간 본성이 부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애정은 인간 사회를 유지하는데 기여한 하나님의 일반 은총적 역사”라고 했다.

하지만 “팬데믹 시대를 거치면서 생존본능에 굴복한 인간은 자기만족과 탐욕에 빠진 군상들을 많이 봤다. 즉 자연적이고 수수하며 보편적인 사랑인 애정을 포기한 채 독선적인 신념과 이데올로기로 타인을 학대하고 타인에게 폭력을 가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런 시대에 우리는 애정의 회복을 추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루이스가 애정의 올바른 회복을 위해선 구속이 필요하다고 했다. 즉 더 높은 차원의 사랑 곧 아가페로의 지속적 간섭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인간의 죄가 자연적인 사랑을 왜곡시킴을 인정하고, 구속주인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피를 마음에 영접해야 가능하다”며 “그때 우리는 초자연적인 사랑의 수혜자가 될 뿐 아니라, 초자연적인 사랑의 실행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팬데믹 이전이든 이후든 인간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남으로써 회심하고 구속되는 것”이라며 “다시 말해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도 인간의 근본적인 필요는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루이스의 네 가지 사랑은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거친 우리에게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성찰의 기회를 주고 있다”고 했다.

앞서 정정호 중앙대 명예교수는 ‘나의 학문, 문학, 신앙과 C.S. 루이스 말년의 양식을 위한 새로운 순례를 시작하며’를 발제하고, 심현찬 원장과 대담을 나눴다.

한편, 이 밖에도 심현찬 원장은 ‘고독과 혐오의 시대와 루이스의 우정 신학: 네 가지 사랑, 루이스의 우정 신학, 잉클링스 속의 톨킨과 우정’ , 이인성 숭실대 교수(영문학)가 ‘C.S. 루이스의 에로스(Eros)와 체리티(Charity)에 대한 고찰’, 홍종락 번역가가 ‘예기치 못한 조이’를 각각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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