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와 은혜의 차이점은 뭘까? 공통점은 또 뭘까?
 ©픽사베이

[풍족한 은혜] 신학자 폴 틸리히 설교집 ‘새로운 존재’

1. 많이 용서 받은 자

“이러므로 내가 네게 말하노니 그의 많은 죄가 사하여졌도다 이는 그의 사랑함이 많음이라 사함을 받은 일이 적은 자는 적게 사랑하느니라”(누가복음 7장 47절)

용서는 무조건적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전혀 용서가 아닙니다. 용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in spite of)라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로운 자들은 용서에 ‘때문에(because)’라는 특성을 부여합니다. 그러나 죄인들은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인간의 ‘ 때문에’로 바꾸지 못합니다. 그들은 자기들이 그것 ‘때문에’ 용서받아야 하는 것들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하나님의 용서는 무조건적입니다. 인간에게는 그를 용서받을 만하게 만들어 줄 그 어떤 조건도 없습니다. 만약에 용서가 조건적이고 인간에 의해 결정된다면, 아무도 용납될 수 없을 것이고, 아무도 자신을 용납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것이 우리의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사실과 직면하기를 싫어합니다. 용서는 선물로서는 너무 크고, 심판으로서는 우리를 너무 낮아지게 합니다. 우리는 무언가 공헌하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긍정적인 아무것도 보탤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 우리는 적어도 부정적인 무언가라도 보태고자 애씁니다. 가령 자기비난이나 자기거부 같은 고통이라도 말입니다.

-p21

많은 기독교인들이 자신들이 하나님과 자기 자신에게 용납될 만하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그런 노력을 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선행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에는 자기징계라는 감정적인 작업을 수행합니다. 그러나 그런 감정적인 작업 역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용서는 우리가 하는 어떤 일과도 상관이 없습니다. 심지어 자기 정죄나 자기 비하와도 무관합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우리의 자기 거부가 용서에 합당할 만큼 충분하게 진지하다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확신할 수 있겠습니까?

용서가 회개를 낳습니다. 우리의 이야기는 그렇게 선언합니다. 그리고 회개는 용서를 경험한 사람들이 하는 경험입니다.

-p22

하나님께 거부되었다고 느끼는 한 우리는 그분을 사랑할 수 없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그분을 우리를 억누르는 힘, 자신이 원하는 대로 율법을 부여하시는 분, 자신의 계명을 따라 판단하시는 분, 그리고 자신의 분노를 따라 정죄하시는 분으로 여기게 됩니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그분이 우리와 화해하셨다는 메시지를 받아서 용납한다면, 모든 것이 변합니다. 그분의 치유의 능력이 격렬한 물줄기처럼 우리 안으로 들어옵니다. 우리는 그분을 긍정하고 그분과 함께 우리의 존재, 우리와 소외되어 있던 다른 이들, 그리고 우리의 삶 전체를 긍정하게 됩니다. 그후 우리는 그분의 사랑만이 우리의 존재의 법이며, 그 법은 결합시키는 사랑의 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p25

우리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여자는, 만약 그녀가 권위 있는 음성으로 그녀를 향해 ‘너는 용서 받았다’하고 말씀하셨던 예수님을 통해 역사하는 그런 힘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자신의 존재에 대한 혐오감을 극복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 p28

신학자 폴 틸리히(Paul Tillich, 1886-1965)

1886년 8월 20일 독일에서 출생해 베를린, 할레, 브레슬라우대학 등에서 수학했다. 1911년 신학전문직학위를 취득해 대학에서 가르칠 자격을 얻었다. 제1차세계대전 기간 중 4년간 군목으로 참전하면서 ‘터전의 흔들림’으로 표현될 만한 사상적 변화를 겪었다. 1929년에는 프랑크푸르트대학의 정교수가 되어 학생들을 가르쳤다. 나치는 그가 유대인 학생들을 도운 것을 문제 삼아 그의 교수직을 박탈했다. 위기에 처한 틸리히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친 것은 미국의 유니온신학교였다. 이미 40대 중반에 접어든 틸리히는 낯선 땅에서 영어를 익히면서 강의를 했다. 그의 강의에는 그에게 주어진 ‘20세기 최대의 신학자’라는 칭호에 걸맞는 내용이 있었던 것이다. 유니온신학교에서 퇴임한 후 그는 1955년부터 1962년까지 하버드대학의 특별교수로 초빙되어 신학부 박사과정 학생들을 위한 세미나를 인도하여 집필 활동을 했다. 1965년 10월 11일 시카고대학 신학부 주관 초청 강연 도중 심장에 고통을 느껴 병원에 이송됐다. 이후 10월 22일 투병 중 숨을 거뒀다. 그가 남긴 저서로는 ‘조직신학’, ‘존재에의 용기’ 등 다수가 있다.

출처 : 새로운 존재(폴 틸리히 지음, 김광남 옮김, 뉴라이프 출판사)

1955년에 출판된 본 책은 폴 틸리히가 뉴욕 유니온신학교, 코네티컷 주 뉴런던에 있는 코네티컷 대학 등지에서 했던 설교 모음집입니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폴틸리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