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헌제 박사
한국교회법학회 회장인 서헌제 교수 ©기독일보 DB

2020년 4.15총선과 관련해서 법원에 제기된 수많은 소송 중 목사의 발언이 선거법 위반 여부가 문제 된 사례에 대해서는 앞에서 몇 차례에 걸쳐 소개하였다. 그 연장 선상에서, 목사의 설교를 문제 삼아 선거법 위반으로 고소고발을 일삼은 평화나무 김용민 이사장에게 불법행위(명예훼손) 손해배상을 명한 판결이 최근 대법원에서 확정되어, 그 내용과 의미를 살펴본다. 특히 이 판결이 주목받는 이유는 교계의 핫 이슈인 ‘차별금법 반대’ 설교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한 때문이다.

◈평화나무 김용민의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한 판결(2022다233225)

∎ 사건의 개요

[1] 사단법인 평화나무(이사장 김용민)은 415총선 직전인 2020.3.13. 자신의 홈페이지 뉴스 종교란에 「평화나무, 12명 목사 고발」이라는 제목하에 다음과 같은 보도를 하였다(제1보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있는 12명의 목회자를 선관위 신고 및 경찰에 고발 조치할 예정이다...이들은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며 특정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낙선을 유도하는 자료를 교단 소속 목회자들에게 배포하거나 주일예배 설교에서 가짜뉴스를 사실인양 교인들에게 전달해 선거와 교인들의 투표에 영향을 주는 발언들을 해 왔다”

[2] 평화나무는 2020.4.12. 자신의 홈페이지 뉴스 종교란에 「“선거법 대신 나 따르라”는 목사 유형별로 보니...」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보도를 하였다(제2보도).

“한국교회 ‘장자교단’이자 국내 최대 교세를 자랑하는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예장합동)은 ‘차별금지법을 막으려면 이번 4.15 총선이 중요하다. 국회의원 출마자와 소속 정당의 차별금지법에 대한 입장을 알아야 한다‘라는 내용의 공문과 전단지를 소속 교회에 발송하였다. 이는 사실상 차별금지법을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입장을 확인한 후 투표하라는 종용에 가까웠다.“

“김성일 목사는 2020년 1월 26일 주일예배에서 ’심상정은 여당을 자꾸 들쑤셔 갖고, 동성애 차별금지법을 올해 안에 통과시킨다고 한다‘며 ‘그거 통과되면 목사들 다 감옥 밖에 안 간다..목사 감옥가면 교회가 무너진다’고 했다.“

[3] 평화나무측은 2020.3.경 김성일 목사 등 12명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하였으나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 검사는 불기소처분(혐의없음) 하였다. 이에 김성일목사(원고)는 김용민과 평화나무(피고)를 상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여 1심과 2심 모두 승소하였고 대법원이 2022.12.16.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여 최종 확정되었다.

∎ 당사자의 주장

[1] 원고측 주장

첫째, 범죄와 관련된 사안을 보도함에 있어서는 공공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혐의자의 얼굴이나 이름 등 신원을 공개해서는 아니 됨에도 불구하고 피고들은 이 사건 제1,2 보도를 함에 있어서 원고의 실명을 공개하였다.

둘째, 피고들은 원고에게 범죄혐의가 없음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목적하에 원고의 통상적인 설교행위를 공직선거법위반으로 부당하게 고발하여 정신적인 고통을 가하였다.

셋째, 이러한 불법행위를 한 피고 김용민과 이를 게시·보도한 피고 평화나무는 공동하여 원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피고측 주장

첫째, 피고들은 공익목적을 위해 공명선거운동을 한 것뿐인바, 이 사건 제1,2 보도는 원고의 범죄혐의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 ‘고발예정’ 사실과 ‘실제 고발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각각 객관적으로 알리고 있을 뿐이다.

둘째, 원고의 설교행위는 목회자로서 지켜야 할 선거에 있어서의 중립 및 공정의 의무(공직선거법 제85조 제3항)를 현저하게 저버린 것으로서 범죄혐의가 있다고 생각될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으므로 피고들이 부당하게 고발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 판결의 요지

[1] 명예훼손 법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것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진실한 사실이라는 증명이 있거나, 그 증명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위법성이 없다. 대중 매체의 범죄사건 보도는 공공성이 있는 것으로 취급할 수 있으나, 범죄 자체를 보도하기 위하여 반드시 범인이나 범죄혐의자의 신원을 명시할 필요는 없고, 범인이나 범죄혐의자에 관한 보도가 반드시 범죄 자체에 관한 보도와 같은 공공성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
또한 고소, 고발 등을 함에 있어 피고소인 등에게 범죄혐의가 없음을 알았거나 과실로 이를 알지 못한 경우 고소, 고발로 인하여 피고소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손해배상책임

피고들의 이 사건 제1,2 보도는 ‘범죄혐의자에 관한 보도’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신원을 명시’한 경우에 해당하며, 또 피고인들이 원고를 고발한 행위는 ‘원고에게 범죄혐의가 없음을 알았거나 과실로 이를 알지 못하고’ 고발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이로 인하여 원고는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 사건 제1,2 보도의 내용과 원고에 대하여 불기소처분(혐의없음)이 이루어진 점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손해배상책임을 1,000만 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

◈차별금지법 반대 설교와 공직선거법

이 판결은 평화나무 김용민이 목사의 차별금지법 반대 설교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한 데서부터 시작하였다. 이 고발은 검찰의 무혐의처분으로 종결되었는데, 정책이나 정치적 입장을 문제 삼아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지지 또는 낙선 운동을 하는 게 선거법 위반이 되는지가 관건이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이 되려면 선거에 나갈 후보자가 정해져야 하며 개별 후보자들을 특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특정 정당 또는 후보군에 대한 비난 또는 지지만으로는 선거법 위반이 되지 않는다. 또한 '주사파, 친북좌파 성향의 후보자를 낙선시켜야 한다‘거나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후보자는 낙선시켜야 한다’는 식의 설교나 발언은 사람의 주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므로 그에 해당되는 후보자가 명확하게 특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는게 법원의 입장이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차별금지법 반대 설교도 총선에 나갈 후보자가 정해지기 전에 한 것이며, 특정 후보자를 겨냥한 것이라기보다는 특정 성향의 정치인을 통칭한 것이므로 선거법 위반이 되지 않음은 명백하다.

이를 모를리 없는 평화나무 김용민이 김성일 목사의 차별금지법 반대 설교를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한 것은 판결문에서 보듯이 범죄혐의가 없음을 알았거나 설령 알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과실로서 불법행위(명예훼손)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어떻게 될까 ?

평화나무 김용민으로부터 고발당한 목사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예배회복을 위한 자유시민연대“(예자연)는 이 판결이 나오자 기자회견을 열고 ”목회자의 신앙과 양심을 짓밟는 평화나무 김용민의 불법적인 고발행위에 대하여 국민과 성도들에게 알리기 위해 민사소송 등 최소한의 조치를 취하게 된 것이다. 목사들의 정상적 설교과 활동을 폄훼하여 입을 막고자 하였으나 이 판결로 본인의 사상적 편향에 따른 억지 주장임이 드러나게 되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 목사의 차별금지법 반대 설교를 선거법 위반으로 엮는 일은 위에서 본 것처럼 처음부터 무리이거나 억지이다. 그런데 정말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 이 사건의 원고인 김성일 목사의 설교처럼 목사들은 다 감옥가고, 교회는 무너지게 될까 ?

현재 국회에 상정된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안은 4개이다. 이 법안들은 동성애를 지칭하는 ‘성적지향’, 남자와 여자 외에 제3의 성을 말하는 ‘성별 정체성’을 포함한 총 21가지 차별사유를 열거하고 이러한 사유에 대해 부당한 차별을 하면 시정조치와 3천만원의 이행강제금 부과, 손해액의 3~배에 달하는 징벌배상금 부과, 형사처벌 등 강력한 제재를 한다.

문제는 이 법이 공직선거법과는 달리 ‘차별’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적용기준으로 하기때문에 귀걸이, 코걸이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단지 ‘구분’만 해도 차별이 되고 ‘괴롭힘’ 당했다는 주관적 사유만으로 차별로 본다. 가령 ”동성혼은 하나님의 창조원리에 반합니다“, ”예수님만이 길이요 진리요 생명입니다. 예수 믿고 구원받읍시다“라는 설교나 전도를 하면 동성애 차별, 다른 종교에 대한 차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사이비 이단에 빠져 가정이 깨지거나 재산탕진 했다는 비판을 하면 다른 종교에 대한 혐오표현으로 처벌받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제2 제3의 김용민이 나타나 목사나 교인들을 상대로 차별금지법 위반 고소, 고발, 소송을 일삼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더구나 국가비용으로 변호사를 대서 지원하니 밑져야 본전 식의 묻지마 소송이 봇물을 이룰 것이다. 목사와 교회가 복음을 전파하지 못하는 세상이 올찌도 모른다. ”그거 통과되면 목사들 다 감옥 밖에 안 간다.. 목사 감옥가면 교회가 무너진다“는 김성일 목사의 발언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서헌제(교회법학회장, 중앙대 명예교수, 대학교회 목사)

☎ 1600-9830, 스마트폰앱 ‘처치앤로’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헌제 #서헌제교수 #법창에비친교회 #교회법학회 #차별금지법 #공직선거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