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 법원이 13세 기독교 소녀를 납치해 강제로 이슬람교로 개종시키고 조혼을 강요한 무슬림 남성에게 친권을 부여하는 판결을 내려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고 7월 29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현지 인권 옹호 단체 보이스 포 저스티스 소속 조셉 얀센 위원장은 지난 25일 파이살라바드 지방법원이 피해 소녀의 정확한 나이를 확인하기 위한 의학적 검진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라나 소하일 판사는 미성년자인 앰버 나딤이 자발적으로 이슬람으로 개종하고 피의자 모신 리아카트와 결혼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채택했다. 재판부는 소녀의 진술 직후 지난달 26일부터 구속 수감 중이던 피의자의 보석을 전격 허가했다.
정부 측 검사인 무함마드 안와르 나즈가 사건 기록을 전면 제출하며 보석 기각을 강하게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앰버는 법정에서 피눈물을 흘리는 부모를 뒤로하고 피의자 측 관계자들과 함께 법정을 떠났다.
나이 감정 전 납치범 손 들어준 파키스탄 사법부
앰버는 지난달 27일 치안판사 심문 당시 피의자 가족들의 강압에 못 이겨 자신을 성인이라고 거짓 진술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피의자 측은 소녀의 출생 시기가 2008년 6월로 기재된 개종 및 혼인 증명서를 제출했으나 소녀의 부모가 2012년에 결혼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서류 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치안판사는 나이 감정을 위한 건강 검진을 명령하고 소녀를 정부 임시 보호소에 머물게 했지만 지방법원은 이 과정이 끝나기도 전에 피의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얀센 위원장은 재판 과정에서 피의자 측 변호인들이 앰버에게 이슬람을 포기할 경우 배교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협박했다며 이는 심각한 권한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미성년자를 납치하고 성적으로 착취한 혐의를 받는 가해자에게 아이를 돌려보내는 것은 아동 보호라는 형사 사법 제도의 기본 의무를 저버린 처사라고 지적했다. 피해 소녀의 어머니 나디아 나딤은 영상을 통해 아이를 빼앗긴 비통함을 호소하며 무사히 딸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간청했다.
잇따른 미성년자 강제 개종 피해와 국제사회 비판
CDI는 이번 판결은 파키스탄 연방헌법법원이 또 다른 13세 기독교 소녀 마리아 샤바즈의 이슬람식 강제 혼인을 합법으로 인정한 기존 판결을 재검토하기로 결정한 지 불과 하루 만에 나와 더욱 큰 파장을 낳고 있다고 밝혔다. 마리아 측 법률 대리인인 무함마드 사키브 질라니 변호사는 법원이 마리아가 법적 미성년자임을 입증하는 공식 출생 기록을 묵살하고 아동혼인금지법을 위반한 결혼을 유효하다고 판결하는 치명적인 법적 오류를 범했다고 비판해 왔다.
그는 연방 샤리아 법원이 이슬람에서의 혼인을 단순한 생물학적 성숙이 아닌 지적 정서적 발달을 포함한 정신적 성숙이 동반되어야 하는 법적 계약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사법부가 무슬림 남성에 의한 강제 조혼 피해를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파키스탄 내 소수 종교를 겨냥한 미성년자 납치와 강제 개종 조혼 문제는 국제적인 인권 침해 사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유럽의회는 이달 초 마리아 사건을 직접 언급하며 파키스탄 정부에 기독교 등 소수 종교 공동체 소속 소녀들의 납치 및 강제 개종 피해를 구제할 국가적 차원의 대응 시스템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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