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서울시 내 한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시스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면서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따라 집값이 어떻게 흘러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강력한 수요 억제 정책을 폈다가 실패한 뒤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공급 확대'로 돌아섰다면, 윤석열 정부는 처음부터 대규모 공급 확대와 함께 도심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의 부동산 관련 공약도 집값 안정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실정(失政)이 부동산 정책이었고 이로 인해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됐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2월 통계에 따르면 서울시 평균 아파트값은 12억6891만원을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7년 4월 6억215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배 넘게 올랐다. 강북권 평균 아파트값도 10억(10억487만원)을 넘어섰고, 서울 전셋값 역시 평균 6억7257만원이라 서민이 감당하기 버거운 수준이다.

윤석열 정부는 대규모 공급 확대를 통한 시장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윤 당선인은 임기 내 250만 가구의 신규 주택을 공급한다는 주택정책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수도권에만 130만~150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도 수도권 집값 안정이 절실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공공택지 142만 가구, 재건축·재개발 47만 가구, 도심·역세권 복합개발 20만 가구, 국공유지·차량기지 복합개발 18만 가구, 소규모 정비사업 10만 가구 등을 통해 250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주택공급 확대, 집값 고점 인식, 기준금리 인상 등의 현 여건을 감안할 때로 문재인 정부에서 나타났던 급격한 집값 상승 양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점차 가격 안정을 찾아가는 현 주택시장의 기조를 고려할 때 과거 몇 년과 같은 집값 불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아직 시장 유동자금이 3613조원에 달하는 만큼 국지적 가격불안 우려와 장기적 집값 안정 목표의 실행은 지속적인 정책안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는 단기적 집값 안정을 위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적 유예도 추진할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앞서 다주택자에 대해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적용을 최대 2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밝힌 바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6월 1일이 종부세 과세 기준일이기 때문에 다주택자 양도세 한시적 감면을 가장 우선 순위로 정권 출범 초기에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일시적으로 한꺼번에 나오면 집값이 단기적으로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도심 공급 확대를 위한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다. 47만 가구를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통해 충당한다는 계획인 만큼 규제 완화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자칫 겨우 안정세를 찾고 있는 집값이 다시 불안해 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 당선인은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을 완화하고 30년 이상 공동주택 정밀안전진단 면제 등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안전진단 평가항목에서 구조안전성의 가중치를 50%에서 30%로 낮추고, 재건축 단지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허용하겠다고 공약하면서 재건축 사업 활성화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이 같은 규제 완화 기대감에 서울 주요 재건축 아파트들의 가격 상승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0.04% 올라 일반 아파트값 0.01% 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최근 서울시도 35층 층고 규제를 폐지하면서 한강변을 중심으로 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재국 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하겠다고 한 만큼 개발 이슈가 있는 지역과 재건축 단지, 공공재개발 대상지역에 대한 투자 관심이 증가하면서 집값이 강세를 보일 수 있다"며 "새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시키며 공급정책 로드맵을 제시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인 시장 안정화를 위해 재건축발 단기 집값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집값 상승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세밀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하지 않고 서울 도심 공급을 늘리긴 어렵다"며 "문제는 단기적으로 오히려 집값을 올리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는 것이어서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추진하되 집값 상승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사업 순서를 정하는 등 중장기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며 "수요 억제가 답이 아니듯이 무조건 빠르게 하는 것이 답은 아니다. 또 주변지역과 전셋값을 자극하지 않도록 확실한 이주대책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월세 시장을 안정화 시키는 것도 윤석열 정부가 당면한 최대 부동산 과제 중 하나다. 임대차법은 세입자 보호라는 좋은 입법 취지에도 불구하고 전셋값이 급등하는 부작용으로 오히려 세입자 시름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2020년 7월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의 계약갱신이 만료되는 내년 7월 전후로 전셋값이 크게 뛸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전셋값이 요동치면 집값을 밀어올리는 불안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책은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실무도 단순명확해야 하지만 계약갱신청구권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며 "임대차3법은 폐지를 포함한 전면적인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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