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리아의 제품 판매 가격 인상(평균 4.1%)을 하루 앞둔 30일 서울 시내 롯데리아 매장 모습. 롯데리아의 가격 인상 이유로는 최저 임금 상승과 해외 물류 대란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 물류 수수료 및 배달 플랫폼 수수료 인상 등이다.
제품 판매 가격 인상(평균 4.1%)을 해낸 서울 시내 롯데리아 매장 모습. 롯데리아의 가격 인상 이유로는 최저 임금 상승과 해외 물류 대란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 물류 수수료 및 배달 플랫폼 수수료 인상 등이었다. ©뉴시스

올해 초 네이버, 카카오 등 IT업계에서 시작된 임금 인상이 인터넷전문은행 등 금융권으로 번지는 등 임금인상 요구가 도미노처럼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공급 병목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이 제품 가격 등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실질 소득이 낮아진 가계가 임금인상을 요구하면서, 기업이 다시 제품 가격을 올리는 등 '임금·물가의 악순환적 상승'(wage-price spiral)이 발생할 우려도 커지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초 네이버, 카카오 등 IT업계에서 시작된 임금 인상이 최근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등 금융권으로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IT 부문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최근 전 직원 임금을 평균 1000만원 이상 일괄 인상하고,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토스뱅크도 사내 임직원 30명을 대상으로 스톡옵션 60만주를 주기로 결정했다.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이보다 앞선 지난 7월 은행권 처음으로 전 직원을 대상으로 210만주의 스톡옵션을 지급했다.

여기에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 근로자들의 추가 인금 인상 요구도 이어지고 있어 대기업을 넘어 도미노 임금인상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내년 전 직원 계약 연봉 1000만원 일괄 인상, 자사주, 코로나19 격려금 지급, 매년 영업이익 25%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는 등 협상중이다. 앞서 올 초 삼성전자는 올해 임금 7.5% 인상을 결정했고, LG전자도 임금을 9% 인상한 바 있다.

근로자의 임금도 올 3분기 들어 크게 올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3분기(7~9월) 가구당(전국 1인 이상, 농림어가 포함) 월평균 소득은 472만9000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5만2000원(8%) 늘었다. 이는 2006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 상승률이다. 소득 유형별로 보면 근로소득(295만4000원)은 1년 전보다 6.2% 증가했고, 사업소득(88만5000원)도 소매판매액 증가 등 영향으로 3.7% 늘었다. 이전소득(80만4000원)은 재난지원금 지급 등 영향으로 25.3% 뛰었다.

임금 상승률도 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인 상용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전년동기대비 5%(17만7000원) 증가한 375만1000원으로 집계됐다. 분기 기준 상승률로는 2018년 1분기(7.9%) 이후 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경기도 살아나면서 근로소득(6.2%)과 사업소득(3.7%)이 늘었다.

이런 가운데, 소비자물가는 고공행진하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 연속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2%를 웃도는 오름세를 나타내다가 지난 10월 3.2%, 11월 3.7%를 기록하면서 2개월 연속 3%를 넘어섰다. 이는 지난 2011년 12월(4.2%) 이후 9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개월 연속 3%대를 보인 것도 2012년 1월(3.3%)과 2월(3.0%)에 이어 이번이 처음이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고, 농수산물, 서비스 요금 등 생활물가도 큰 폭으로 오르면서 11월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7%로 전월 보다 0.3%포인트 상승했다. 상승폭도 2017년 1월 2.5%에서 2.8%로 0.3%포인트 오른 이후 4년 10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 2월 2.0%로 2%대에 진입한 후 10개월 째 2%대를 기록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임금 인상에 대한 기대감도 코로나19 직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등 높아지고 있다. 11월 임금수준전망지수는 117로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지난해 2월(116)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지수가 100을 넘어서면 앞으로 임금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물가 상승폭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임금인상 발(發) 인플레이션 공포가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 했다.

임금이 인상되면 인건비 부담이 커진 기업들이 고용을 줄이거나 제품 가격을 올리게 된다는 것이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오르면 임금이 오르게 되고 기업은 인건비 부담에 고용을 줄이고, 제품 가격을 올리게 되는데, 이는 다시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백신접종 확대 등에 따른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임금이 인상되고, 제품 가격은 오르면서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 회복 과정에서 물가가 큰 폭 올랐는데도 임금을 올리지 않게 되면 근로자들의 실질 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에, 근로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기업이 제품가격을 올려 다시 물가가 오르는 등 '임금 물가의 악순환적 상승'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내년에도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대기업 등의 임금인상 요구가 중소기업으로 이어져 도미노적 연쇄 인상 요구로 이어지는 것도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내년 하반기 물가상승세가 꺾인다면 지금보다 임금인상 요구가 완화될 가능성도 있지만 얼마나 장기간 이어질지는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행은 대기업 등의 임금 인상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라고 보고 있다.

홍경식 한국은행 통화정책국장은 "3분기 임금상승률이 높아졌지만, 지난해 특별 급여가 낮았던 기저효과와 상여금 지급 확대에 따른 것으로 경기 회복에 따라 기업 실적이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임금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장기화되려면 노동자의 실질소득이 줄어 임금 상승을 요구하고, 기업은 제품 가격으로 전가해야 한다"며 "최근 임금 상승은 기저효과와 기업 실적 호조에 따른 것이라서 이 현상만으로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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