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성길 교수
민성길 명예교수

풍요한 사회는 흔히 성적 타락을 동반하는 것 같다. 그 예로서 19세기 영국의 빅토리아시대의 위선이 있었다면, 프랑스와 유럽대륙에는 벨 에포크(La Belle Époque)라고 부르는 풍요와 타락의 시대가 있었다. 벨 에포크는 “아름다운 시절”이라는 의미이다. (프랑스 사람들이 두 번의 세계대전과 경제공황을 겪은 후, “좋았던” 이 시대를 향수에 젖어 돌이켜보면서 벨 에포크라 명명하였다.)

벨 에포크는 평화와 풍요의 시대였다. 산업기술발달과 식민지 경영의 성공, 경제적 번영이 있었고, 그에 따라 문학, 미술, 음악, 연극 등 문화적 창조와 예술이 꽃 피었다. 프랑스는 교육, 과학, 산업, 의학 등의 분야에서도 세계의 중심이 되었다. 이를 상징하는 행사가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였는데, 이 때 에펠탑이 건설되었다. 그러면서 르네상스와 18세기 계몽주의적 방탕의 스타일이 부흥하였다. 파리는 “삶의 기쁨 이데올로기”(joie de vivre indeology)의 중심지가 되었다. 음식, 패션, 캬바레-극장 등 환락문화가 번성하였다.

벨 에포크의 성문화는 성해방, 쾌락, 압상트(일종의 독주), 파리 데카당스 등등이 특징적이다. 이 시대의 환락의 문화를 대표하는 것은 카바레였다. 거기서 음란한 코메디, 화려한 이성복장을 한 드랙(drag)들의 쇼, 누드쇼 등도 공연되었다. 지금도 캉캉춤으로 유명한 물랑 루즈 카바레가 당시에도 대표적 카바레 중 하나이다. 카바레의 스타 댄서는 고급 매춘부(courtesan)로서 사교계의 유명인사가 되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아는 고급 창녀(courtesan)로서 가공인물이지만, 오페라 라트라비아타에 나오는 비올레타이다. 프랑스인들은 이 고급의 환락세계를 demi-monde(반쪽 세상)라 하였다. 이 세계는 엘리트 남자들과 그들에게 소유되어 쾌락을 제공하는 창녀들(Demimondaine)이 어울리는 세계 였다. 남자들은 부인과 가족과 의무를 떠나 음주, 미식, 약물사용, 도박, 극장과 발레, 경마, 그리고 문란한 성적 추구 등 삶의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유행에 빠져 살았다. 그들은 대개 빚지고 질병에 걸리었다. 보통 사람들을 위해서는 공창가가 있었고, 거기 하급 창녀(prostitute)들이 들끓었다. 당연히 성병이 창궐하였다. 가난한 예술가들이 창녀들을 그렸다. 대표적으로 마네의 《올랭피아》, 피카소의 《바에 있는 창녀들》, 로트렉의 《성병검사》 또는 《스타킹을 올리는 여자》, 드가의 《댄서》 등등.

이 시대를 상징하는 하나의 문화로서 몽마르트 언덕에서 도시를 굽어보며 모여 살던 “보헤미언들”의 문화였다. 그들은 비통상적인 그리고 저항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살며 자유연애를 하였다.

아마도 또 다른 성적 타락의 전형적인 예로서 파리 오페라의 발레리나 이야기가 있다. 가난한 집안 출신의 소녀들이 발레리나가 되기 위해 파리 오페라에 오지만, 부자남자들의 정부가 되기 십상이었다. 무대 뒤에 휴게실이 있었는데, 여기서 부자 남자들이 소녀들의 비공식 공연을 즐기기도 하고 유혹하기도 하였다. 후계실로 가는 긴 복도에서 부자들은 어린 발레리나의 “어머니들”과 소개비를 흥정하였다고도 한다. 이는 당시의 관행적인 착취적 성문화였다. 당시 어린 발레리나 지망생들을 “작은 쥐”(petits rats)라 불리었다. 어린 발레리나를 위한 파트론 제도는 결국 매춘을 위한 것이었다. 이 관행은 20세기 초까지 계속되었다.

실제 다수의 가난한 하층민들이 도시 슬럼가와 농촌에 살고 있었는데, 그들은 그런 벨 에포크의 경이와 즐거움을 누릴 수 없었다. 한때 그들은 봉기하여 1870년 파리 콤뮨(Paris Commune)이 파리를 점령하고 한동안 지배하기도 하였다. 이에 대해 맑스와 엥겔스가 첫 프롤레티아 정권이었다고 옹호하였다.

이처럼 벨 에포크는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데카당스라는 허무주의적 사조를 낳았고, 새로이 등장하던 공산주의(맑시즘)의 비판과 혁명의 대상이 되었고, 결국 일차 세계대전을 자극하였다. 우리 그리스천은 파리를 방문하여 화려한 모습을 바라보더라도, 그것들이 대개 벨 에포크의 퇴폐적 문화의 유산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그에 따라 초래되었던 개인과 인류에 불행한 결과에 대해 경계하여야 한다.

민성길(연세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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