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사학연구원 제269회 월례세미나
한국교회사학연구원 월례세미나에 참석한 주요인사들이 단체촬영을 하고 있다. ©장지동 기자

한국교회사학연구원(권평 원장)이 8일 오후 서울시 서대문구 소재 은진교회(김유준 담임)에서 제269회 월례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정운형 박사(연구위원, 연세대 연신원 객원교수)가 ‘주기철과 주기도문’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정 박사는 “소양 주기철(穌羊 朱基徹, 1897.11.25.~1944.4.21, 이하 ‘주기철’, ‘소양’)에 관한 상당한 양의 전기물이 출간되고, 학술 결과물이 축적되고 있음을 전제하며 1차 자료 발굴에 소홀하지 말아야 한다는 선학의 가르침이 있었다”며 “민경배와 <주기철목사기념사업회>는 주기철의 생애와 유산을 비교적 정확히 재구성할 수 있는 계기와 장(場)을 마련했다. 그 결과 그동안 교계에 주기철 목사의 설교문이라고 널리 알려진 것 중에 소양이 직접 쓴 글이 분명한 것은 2편의 기도문과 200자 원고지 15매 분량의 「基督敎와 女性解放」이라는 논설문 뿐이고 나머지는 주기철 목사의 설교를 들은 이가 정리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고 했다.

이어 “주기철은 웅천읍교회 집사일 때 경남유년주일학교진흥회 조직에 관여하였고, 목사가 되어서는 경남성경학원 교사로 활동하였다”며 “그리고 1931년 1월 31일부터 「종교교육통신」에 직접 작성한 주기도 강해문을 연재하였다. 소양이 집필한 주기도문 강해 자료는 경남지역 독자들에게 반향을 일으켰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소양은 주기도문 강해에서 인간을 ‘마가복음 2장에 언급된 친구들’, ‘불효자’, ‘철없는 유아’ 등에 비유해 ‘절대 무력자’임을 자각하는 동시에 잃어버린 본성(本性)을 되찾아야 할 존재로 보았다”며 “주기도문은 인간이 자신의 본성을 찾는 첩경이다. 그리고 본성의 회복은 올바른 이치(義理)를 주재하는 아버지의 뜻을 깨닫게 되는, 즉 대화의 길이 열리는 것을 뜻한다. 또한, ‘우리’를 올바로 인식하게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아버지 앞에 나아가는 사람은 그의 뜻을 따르고 행하는 ‘또 다른 나’들과 자신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임을 알아, 차이(다름)를 나누던 이전의 부정적인 관계를 청산하고, 그들과 ‘형제자매’, 즉 ‘우리’가 된다”며 “그리고 어울림과 사귐에 필요한 내면의 덕성과 관계 사이에 이루어지는 행위의 규범인 예를 갖추어 불편불의(不偏不倚)하고 조화(調和)하는 세계시민 정신을 도출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국가, 인종, 계급으로 인한 차별이 없는 세계를 지향한다”고 했다.

이어 “기도를 들으시는 ‘하늘에 계신’ 분은 천지의 대주재, 존재하는 모든 것을 보살피는 분”이라며 “즉, 하늘에 계신 아버지는 이 세계의 법(法)과 존재하는 것 사이의 예(禮)의 근원이며, 피조 세계에 참 자유와 온전한 해방주이시다. 그의 말씀을 따름으로 ‘나’는 ‘우리’ 인식을 통해 이전의 우월함과 교만에서 벗어난다. 이 모든 것은 예수의 가르침에서 출발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사람은 회심한 이후에도 여전히 선악의 가능성을 지닌 감각적 욕구를 가진 연약한 존재이다. 따라서 불안하다. 홀로 있거나 누가 보지 않을 때 더욱 더 그러하다. 기도하는 이유”라며 “기도는 신앙에 비례한다. 그런데 신앙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심정을 아는 것이다. 그분의 심정을 알아야 그분을 기쁘시게 해드릴 수 있다. 소양은 첫 사람에게 아버지를 기쁘시게 하는 게 주어졌다며, ‘하나님을 사랑하고 순종하는 마음’이 그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그리스도인은 그러한 마음과 자세에서 떠나거나 잃지 않기 위해(기독교의 ‘죄’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말씀을 의심하거나 멀리하는 것이다) 누가 보지 않을 때도 자신을 다듬어야 한다”며 “다듬는 삶은 나 중심, 물(物) 중심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모든 것이 이 세상을 지으신 분의 것이며, 모든 것이 아버지 하나님에서 온다는 인식의 발로”라고 했다.

정운형 박사
정운형 박사가 8일 한국교회사학연구원 월례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장지동 기자

정 박사는 “사람은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게 나아갈 때 대담함과 확신을 그리고 경건함과 엄숙함을 가져야 한다”며 “이러한 자세와 태도는 사상과 감정, 행위와 생활 전체를 지배해 달라는 기원, 즉 그의 나라가 내 맘에 임하기를 간절히 구하는 것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이어 “주기철은 그의 나라는 사랑과 평화의 군주에 의한 전제정치가 펼쳐지며, 자유와 평화가 넘치는 곳이라고 했다. 이러한 인식에서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처럼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구하는 것”이라며 “소양은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기도의 전제로 특색이며 알파와 오메가’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하나님과 순간도 떨어져 살 수 없음을 인식하는 사람은 언제나 사랑하고 순종하는 자세를 견지하려고 자신을 다듬는다”며 “주기철은 이런 사람을 일컬어 ‘참되고 고상한’ 그리스도인이라고 했을 것이다. 참되고 고상한 그리스도인은 ‘우리’의 하나님 앞에 나아가 기탄없이 어떠한 문제, 곧 결핍한 자, 굶주린 자, 헐벗은 빈민과 고아, 약자, 무산자를 위하여 기도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귐이 질서를 따라 조화를 이루어 평화롭고 선미(善美)한 세계, 곧 최고의 가치를 구가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여성해방은 소양이 성서를 공부하고 신학함으로써 자신에게 후천적으로 주어진 심성을 고르게 닦아 본래의 모습을 되찾으려는 깨우침에 의한 외침”이라며 “다름을 다름 그 자체로 인식하고 함께 결핍을 줄이는 ‘우리’가 되어 더불어 자유를 향하는 내딛음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소양은 그리스도인이 당일의 생활을 만족해하는 가운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도한 부의 축적을 용인하지 않으며, 실제로 성서는 가난한 이들의 복을 말하며 부자는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기 어렵다고 선포(눅18:24~25)하고, 어리석은 부자를 충고한다(눅12:15~21). 그리고 보물을 하늘에 쌓아두라고 권면한다(마6:19)”고 했다.

그러면서 “소양은 인류 전체, 곧 주린 이웃, 헐벗은 모든 형제, 울고 있는 빈민과 고아, 살길이 없고, 갈 곳이 없는 약자와 무산자, 원수의 생활 안정과 행복을 위해 기도하라고 하였다”며 “이는 세상이 보고 듣는 것이 곧 하늘 아버지가 보고 듣는 것이라는 가르침이다. 달리 설명하면, 반이성적이고 이기적인 기복 신앙을 벗어 던지고 이웃 사랑을 실천하라는 것이다. 나아가 교회는 종교적 기준과 제약을 극복해 시대정신을 능가하는, 곧 인간의 존엄과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를 지향한 예수의 정신으로 넘치라는 고언”이라고 했다.

정 박사는 “주기철의 사상은 주기도 강해문에서 한층 섬세하고 확고한 인간관과 경제관으로 나타났다”며 “소양은 인간을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를 부르며 곧바로 나아갈 수 있는 실존으로 이해하였을 뿐만 아니라 ‘우리’를 인식함으로써 서로 조화로운 사귐과 선미의 관계를 지향하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소양은 일용할 양식 이외의 자본을 축적하는 것을 반대한다. 이는 체제 이념과 시대정신을 거슬러야 하는 오늘의 교회가 짊어진 과제를 해결에 길라잡이일 수 있다”며 “당시 독자들은 소양의 강해문을 읽고 기독교의 신앙이 이성으로 납득할 수 있는 것임을 깨달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는 언제나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함께 하시는 ‘우리의’ 하나님임을 인식하며 위로를 받았을 것으로 사료된다”며 “소양에게 ‘우리의’는 당시의 비인간화에 맞서는 것이었고, 구체적으로는 일본 군국주의자들과 같은 행태에 저항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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