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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법률가회 대표 이병주 변호사의 신간 『직장에서 믿음으로 사십니까』(아바서원)이 출간됐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직장에서 자신에게 빚진 자를 용서하는 저자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아바서원

기독법률가회 대표 이병주 변호사의 신간 『직장에서 믿음으로 사십니까』(아바서원)이 출간됐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직장에서 자신에게 빚진 자를 용서하는 저자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사람과의 관계를 채무관계로 갈음하는데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빚(debt)으로 표현하는 것이 성서의 근거로 주기도문을 들기도 한다. 그에 따르면 주기도문의 다섯 번째 기도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를 영어 성경(NIV)으로 보면 '죄'나 '죄지은 자' 대신에 빚(채무, debt), 빚진 자(debtor)라는 표현을 쓰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그는 이 주기도문의 내용을 '우리에게 죄지은 자'가 아니라 '우리에게 빚진 자'로 읽으면 우리의 직장 생활에 더 뚜렷하게 적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채무관계로 규정되는 사람 간의 관계에 적용되는 원리에 대한 소개도 눈길을 끈다. 그는 이 원리를 '본전 이론'이라고 불렀다. 저자는 "돈내기로 하는 카드나 화투 게임이 끝나고 나면 항상 본전(本錢, 밑천) 계산이 맞지 않습니다. 돈을 땄다고 하는 액수의 합계가 돈을 잃었다고 하는 액수의 합계보다 항상 작다"라며 "각자 본전 계산이 다르기 때문인데, 보통 돈을 딴 사람은 고의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실제로 딴 돈보다 적게 땄다고 하고, 돈을 잃은 사람은 실제로 잃은 돈보다 더 잃었다고 억울해 한다"고 했다.

그는 "이처럼 본전이 안 맞는 현상, 즉, 사람들 사이에서 서로 자신의 몫을 달리 생각하는 현상은 거의 모든 재산권과 권리와 분배의 문제에서 발생한다"며 "현실 속에서 경제생활과 직장 생활을 하는 우리들은 신비(神秘)할 정도로 항상 자기의 몫을 타인의 생각보다 더 크게 계산한다. 이것은 직장 상사와 부하 사이, 기업주와 노동자 사이는 물론, 심지어 남편과 아내 사이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인간의 보편적인 사고방식이자 행동 양식이다"라고 역설했다.

법적 분쟁에서도 본전 이론이 여지없이 적용된다고도 했다. 책에서 그는 "현실 세상의 경제적, 법적 분쟁에서 이해 당사자들은 서로의 몫을 두고 다투면서, 모두가 억울해 하고 상대방을 미워한다. 다툼의 원인에는 서로 본전, 즉, 자기 몫에 대한 계산이 다르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면서 "민사 재판에서 원고와 피고가 싸울 때, 원고는 자기의 정당한 권리의 몫을 100 중 80이라고 생각하고, 피고는 자기의 몫을 100 중 60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둘 다 억울해 하고 자기가 절반 이상 정의롭다고 생각한다. 원고와 피고가 생각하는 각자의 권리의 몫을 더하면 100이 아니고 140이 된다. 이 초과분의 거품 40만큼 원고와 피고는 서로를 향해 분한 마음을 품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원고는 피고를 '자기의 정당한 몫이 20뿐인데 60이라고 주장해서 내 정당한 몫 80 중 40을 빼앗아가려고 하는 나쁜 놈'이라고 생각한다. 피고는 원고를 '자기 몫이 40뿐인데 자기 몫이 80이라고 부풀려서 내 몫 60 중 40을 빼앗으려고 하는 나쁜 놈'이라고 생각한다" "그 결과 원고가 보기에는 피고가, 피고가 보기에는 원고가 십계명 중 열 번째 계명, '네 이웃의 것을 탐하지 말라'(출애굽기 20:17)를 위반하는 죄인이 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원고와 피고 양자 모두 상대방에 의해서 부당하게 40만큼의 자기 몫을 빼앗길 위기에 놓인 억울한 사람들이기도 한다. 그래서 분쟁에서 산술적인 진실과 정의, 즉 '양쪽의 몫을 더하여 100이 되는 상황'은 희박하다. 노름판에서 본전이 서로 안 맞는 것처럼, 세상의 분쟁은 모두 사람들의 본전이 맞지 않기 때문에 생긴다"고 덧붙였다.

직장 내에서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본전 이론으로 마찬지로 적용되는데 그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직장의 초년병 직원들은 같이 일을 하는 선배나 직장 상사가 업무를 두고 짜증을 낼 때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 때 직장 상사가 미워지고, 사무실이 나쁜 장소로 보이는 것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후배의 입장일 뿐 직장 상사나 선배들의 계산과 입장은 전혀 다르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에 의하면 후배 직원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일을 해내지 못하면 선배 직원은 무척 괴로워진다는 것이다. 착한 선배 직원들은 제대로 성질도 못 내고 후배 앞에서 괴로운 표정을 짓게 되는데 이때 그 상대인 후배 직원은 자기 인격을 무시당한 것 같은 모멸감을 느끼고 '저 인간은 제대로 가르쳐 주지도 않으면서 성질만 낸다'고 생각하며 선배나 직장 상사를 원망하기 시작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 사람도 미워지고 저 사람도 미워지고, 내가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느끼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은 직장 상사나 선배들에게는 인생을 걸 만큼 괴로운 일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직장 초년의 후배 직원에게는 인생의 치명적 위기로까지 느껴질 수 있고, 사무실 생활이 매우 힘들어지기 시작한다. 심한 경우에는 지옥을 따로 상상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직장 생활이 괴로워지고, 직장에 출근하는 것이 매일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슬프고 힘겨워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전 이론이 여지없이 적용되는 직장 내 사람 간 관계 갈등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는 나와 상대방, 즉, 피아(彼我)간의 채권(credit)과 채무(debt)를 정확히 인식하고, 정확하지 않거나 불공정하게 상대방의 빚을 크게 주장하는 착각과 잘못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저자는 "우리가 상대방의 빚(채무)을 탕감해 주는 것은 내 것, 내 채권과 권리를 버리는 일이므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상대방의 채무나 잘못을 용서해 줄까 말까 고민하기 전에, 우선 '과연 이 상황에서 상대방이 빚진 자(채무자)인지, 아니면 내가 빚진 자(채무자)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따져보아야만 한다"며 "만일 알고 보니 두 사람 중 채무자(debtor)는 상대방이 아니고 바로 나 자신이었다면, 굳이 존재하지도 않는 상대방의 빚(잘못)을 용서해 주려고 기를 쓰고 애를 쓸 필요가 없습니다. 화를 낼 필요도 없게 되니까, 인생이 훨씬 단순해진다"고 했다.

저자에 따르면 회사에서 동업자들 간의 갈등은 동업자 간에서 상대편의 이익을 침범할 때 생기고, 직장 상사와 초년병 사원 간의 갈등은 보통 업무 수행의 질이 낮거나 마감 시간이 잘 맞지 않을 때 생기기 마련이다.

저자는 "직장 초년병 시절 내가 한 일이 조금 꼬이고 직장 상사가 나에게 신경질을 내면, 인상을 쓰는 직장 상사를 '저 나쁜 놈, 나에게 못되게 구는 놈, 나에게 빚진 자'로 생각할 필요 없이, '이번에는 내가 일을 조금 잘 못했구나, 다음번에는 잘해야지'하고 나 자신을 빚진 자(debtor)로 생각하고 나 자신의 빚(debt)에 대한 용서를 구하는 것이 더 간명하고 정확하다"라며 "만일 내가 진 빚(채무)을 인정하지 않고 상대방의 빚(채무)만 너무 깊이 묵상하면, 우리는 인간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용서의 벽'에 부딪히고, 상대방에 대한 미움과 증오로 몸부림치게 된다"고 했다.

이 밖에 저자는 영화 <밀양>의 주인공이 범한 우를 지적하기도 한다. 저자에 따르면 영화 <밀양>에서 여주인공 이신애(전도연 분)는 자기 아들을 해친 살인범을 무리하게 용서하려다가 지독한 시험에 빠지게 된다.

저자는 "그리스도인은 열심히 하나님을 믿고 열심히 용서해야 하겠지만, 나의 '용서할 수 있는 능력'을 너무 믿으면 안 된다"며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세상일에서나 믿음의 일에서나 모두 한계가 있다. 우리는 인간의 한계를 무시하고 나의 믿음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무리한 일을 하다가 시험에 빠지는 우(愚)를 범하면 안 된다. 우리는 세상에서도 잘난 척하지 말아야 하지만, 믿음에서도 잘난 척을 말아야 한다. "그런즉 선 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고린도전서 10:12)"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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