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희망지원센터 야간상담조 관계자가 17일 서울 중구 서소문역사공원에 있는 노숙인과 대화하고 있다.
서울역희망지원센터 야간상담조 관계자가 17일 서울 중구 서소문역사공원에 있는 노숙인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이홍정 목사) 언론위원회(위원장 권혁률)는 올해 1월의 시선으로 ‘흰 눈 내리던 날, 그 코트와 장갑’을 선정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의 양극화 문제를 지적했다.

NCCK는 “코로나 팬데믹 1년이다. 소상공인의 휴·폐업이 속출하고 비정규직과 일용직, 자영업, 비공식 노동자, 청년, 여성은 경제적 빈곤과 심화한 불평등에 허덕인다. 생존의 위협 앞에서 전전긍긍하는, 보이지 않은 수많은 이들의 눈물과 아픔은 집단 상실감과 불안, 무기력, 우울을 낳았다”며 “이른바 ‘코로나 블루’라 불리는 사회현상”이라고 했다.

이어 “한파가 기승을 부리던 흰 눈 내리는 그날 아침, 추위와 허기에 기진한 노숙인이 행인에게 따뜻한 커피 한잔 사줄 수 없느냐고 물었다. 행인은 묵묵히 자신의 코트와 장갑을 벗어 노숙인에게 건넸다. 지갑에서 5만 원 지폐까지 꺼내 주었다. 기자가 이 광경을 목격하고 사진을 찍었다”며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지는 서울 도심에서 일어난 미담은 다음 날 아침 신문 1면을 장식했다. 미담에서 우리는 사람의 두 얼굴을 마주한다. 하나는 추위와 생계위협, 코로나감염에 노출돼 생존 위기에 맞닥뜨린 사회적 약자의 얼굴”이라고 했다.

또 “다른 하나는 서슴없이 자신의 코트와 장갑을 벗어주고 현금까지 건넨 개인의 얼굴이었다. 국가는, 정치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언제까지 구조적인 사회문제를 행정력과 법제가 아니라 개인의 미담으로 해결하려는가”라며 “팬데믹 이전에 이미 우리 사회는 부와 노동구조에서 불평등했다. 세계 최고의 자살률, 하루 7명씩 죽어가는 노동자들, n포 세대라 불리는 청년들, 세계 최저의 출산율이 증거다. 일상화된 ‘불확실성’ 속에서 생존 자체가 ‘불안’하고, 구성원이 사회의 ‘불공정’과 자신의 초라한 사회적 위치에 ‘불만’을 가진 ‘불행’한 ‘5불 사회’였다”고 했다.

NCCK는 “이들을 케어할 공적 사회안전망은 부족하거나 아예 없었다.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도 경제적 고통은 오롯이 국민에게 전가됐다. 오로지 개인 몫이었고, 불평등과 격차는 점점 심화했으며, 하위 계층의 사회적 약자들은 약육강식, 각자도생 시장에서 아슬아슬한 벼랑 끝 삶을 살아야 했다”며 “코로나는 기름에 던져진 불이었다. 집요하게 사회적 약자들을 파고들어 삶의 현장을 부수고 생존을 위협했다. 재난과 위기는 평등하지 않다”고 했다.

또한 “이름마저 ‘K방역’이었고, 정부는 자랑했으며 국민은 자부심을 느꼈다. K방역 성공은 자발적으로, 충직하게 방역 당국의 지침을 따른 시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참여는 곧 희생을 의미했다”며 “가게가 문을 닫고, 일자리가 끊겨도 나라가 하는, 우리 공동체의 안전을 위한 방역이니 묵묵히 견뎠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희생에는 보상이 따라야 하지만, 실질적 보상은 없었다”고 했다.

NCCK는 “정부가 3차례에 걸쳐 지급한 푼돈으로는 경제난 해소는커녕 생계유지도 되지 않았다. 개인들이 나서 착한 임대료 운동, 사전 결재하기 운동을 벌였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였다. 코로나 시대의 눈물과 고통은 이웃의 선한 의지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며 “미담이 아니라 사회안전망이라는 시스템과 부와 노동의 불평등을 해소할 사회 전반의 개혁이 필요했다”고 했다.

아울러 “방역 당국의 지침에 충실하게 따르던 선량하기만 하던 시민들이었다. 공동체와 서민의 삶이 붕괴하면서, 이제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K방역 성공신화가 사회적 약자들의 삶과 함께 흔들리고 있다”며 “우리 정부가 세계에서 가장 적게 재난지원금을 지원했다는 비난 속에, 코로나는 부와 노동의 불평등과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이른바 ‘K자 양극화’다.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이는 더욱 나락에 떨어지는 ‘K자 양극화’ 공포는 이미 현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급한 것은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재정 지원이다. 모두가 국가의 역할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주체는 국가밖에 없다. 생존 위기에 처한 사회적 약자를 돌볼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이들을 보호하는 건 국가 의무”라며 “정부의 행정명령으로 국민이 입은 손실을 정부가 보상하는 건 헌법이 규정한 국가 책임이다. 사회적 약자들을 지원하고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손실을 보상할 재정을 대폭 확대하고, 임대료 감면과 세제 혜택, 금융정책 등 정부가 할 모든 방법을 동원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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