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영(미국변호사, 세인트폴 세계관 아카데미 대표)
정소영(미국변호사, 세인트폴 세계관 아카데미 대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대한민국의 부동산 값을 잡아보겠다는 정부의 야심 찬 계획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아니 어쩌면, 이런 처절한 실패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시장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정부가 힘으로 통제하고 누르면 다 될 줄 알았던 무지와 교만이 낳은 대참사이다.

더구나 우리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코로나 펜데믹은 모든 사람을 어렵게 만들었다. 특히 자산이 없는 보통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적인 통화의 양적 완화 정책 때문에 갈 곳을 잃은 돈들은 주식과 부동산으로 몰렸다. 20대 젊은이들이 모두 주식시장에 뛰어들면서 '동학개미'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폭등하는 집값에 불안해진 3~40대는 영혼을 다 끌어모아서라도 집을 사는 '영끌'의 대오에 줄줄이 끌려 들어갔다.

특히 부동산 값이 급격하게 변할 줄 모르고 필요할 때 집을 사야지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사람들은 가만히 있다가 어느 날 '벼락거지'가 된 자신을 발견하고 있다. 그동안 열심히 일해서 어느 정도 돈을 모았고 그 돈으로 내 집을 마련하려고 보니, 이미 집값은 저 멀리 앞서가 버려서 빚내서 집 산 사람들을 더 이상 따라잡을 수 없게 되었다.

성경에서는 '빚을 지지 말라, 빚을 지면 채주의 종이 된다'고 경고하는데, 그 말씀대로 빚을 안 지려고 최대한 노력했던 사람들이 세상에서는 오히려 바보가 되고 가난하게 되는 현실이 되다 보니 성경 말씀이 요즘 시대에는 안 통하는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자산을 가진 사람들도 가지고 있던 집의 가치가 2~3배 상승했다고 좋아할 일이 아닌 것 같다. 값이 오른 집을 팔고 좀 더 나은 곳으로 이사를 해서 실질적인 삶의 질이 나아진다면 집값이 오른 것이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옆집도 다 올라버려서 내 집을 팔아도 수평으로만 이동할 수 있을 뿐 수직 이동이 되지 않는 현실이라면, 내 집값이 오른 것이 무슨 소용인가?

주식도 마찬가지다. 주식을 팔아서 생활에 필요한 무언가를 소유하고 소비해야 의미가 있는 것이지 날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숫자만 바라보면서 기분만 맑았다 흐렸다 하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인가 싶다.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열심히 노력해서 조금씩 삶의 질이 개선되고, 내 집 마련도 이루고, 안정된 기업 활동이 보장되어 내가 산 주식이 조금씩 꾸준히 오르거나 내가 투자한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어 배당이 나와서 나의 노후를 덜 불안하게 해주는 등의 건전한 경제활동은 국가와 국민을 건강하게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온 국민이 불안과 초조함에 시달리고 빚더미에 앉아 언제 거품이 꺼질까 전전긍긍하는 상황에서 숫자놀음에 불과한 자산 가치의 상승은 경제에는 문외한인 필자에게는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연초부터 각종 부동산 대책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면서 또 어떤 헛발질을 할지 심히 걱정되는 동시에,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가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고민을 하게 된다.

그리스도인들도 먹고살고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세상의 경제 시스템 내에서 뱀처럼 지혜롭게 살아야 한다. 그리스도인들도 기업을 일구어 최대한 이윤을 남기고 기업의 가치인 주가를 높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인이라면 내가 왜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와 목적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언제나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있어야 한다.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은 '이중 국적자'라는 데 있다. 우리는 이 땅에 발을 딛고 사는 동시에 하늘나라의 시민이다. 이 땅은 잠시 지나가는 나그네 길에 불과하고, 우리의 본향은 하나님 나라라고 고백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이다. 비록 이 땅에는 내 집이 없어도 예수님께서는 하나님 아버지의 집에는 거할 곳이 많다고 하셨고, 그 집을 예비하기 위해 아버지께로 가셨다가 다시 우리를 데리러 오시겠다고 약속하셨다.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이 말씀하신 약속을 믿고 사는 사람들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불고 있는 부동산 광풍을 보면서 이 땅에서 안정적으로 살 곳을 마련하고 싶다는 사람들의 열망이 얼마나 큰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정당하고 당연한 욕망인지를 보게 된다. 동시에 그리스도인들은 이 땅의 집에 대해 가지는 관심만큼, 하늘나라에서 영원히 거할 그 집에 대해서도 비슷한 관심을 가지고 살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요즘 코로나로 집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내 집을 마련하고 아름답게 가꾸고 그곳에서 안정되고 평안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소망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이라면 지금 이 시점에서 내가 이 땅에서 쏟고 있는 집에 대한 관심의 몇 분의 일이라도 하늘 본향에서 거할 그 집에 관심을 가지고 그 집에 가서 영원히 살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이 땅에서 '벼락거지'가 된 것도 억울하고 분한데, 하늘나라 갔을 때 주님 앞에서 거할 곳이 없는 '벼락거지'라고 판명이 난다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모두가 이러한 곤혹스러운 상황에는 처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정소영(미국변호사, 세인트폴 세계관 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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