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목사에게 보내는 편지
©복 있는 사람

김병완 목사(우리가 꿈꾸는 교회)

인격적인 목사

“아버지 목회의 소명을 성찰케 하는 편지를 써주시겠어요?” 라는 요청에 아버지 유진 피터슨은 아들 목사에게 10년 동안 목회에 관한 편지를 보낸다. 그의 아들이 기억하는 아버지는 어떤 사람일까? 아들 에릭은 아버지의 진가는 '대화를 나눌 때' 드러난다고 말한다. 함께 식사를 하고, 몇 시간 대화를 나누면 그만한 것이 없었다고 했다. 그의 아버지는 관계 중심적이었고, 삶으로 함께 해주었다. 그는 그런 아버지의 삶이 ‘성육신 교리’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자신이 아는 사람 중에 ‘가장 거룩한 사람’이었다고 회고한다. 그런 아버지 품에서 자라난 아들은 얼마나 유익했을까?

오늘날은 모든 것이 ‘탈인격적’인 모습으로 소비되어가고 있다. 과거에는 지혜의 언어가 인격이 무르익은 열매였다면, 오늘 날엔 인격과 별개로 누구나 손쉽게 찾아 인용할 수 있다. 교회를 찾는 사람들도 ‘탈인격적’인 방식으로 교회를 골라 소비한다. 교회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지역적’이고, ‘인격적’이고, ‘관계적인’ 요소들 보다는 ‘비인격적’인 군중 속에서, ‘균일화’된 ‘공연’ 같은 예배, ‘세속적’인 회중의 가치관을 건드리지 않는 교회를 찾는다. 교회는 자신들이 원하는 사람만 골라서 친구로 삼고, 그 외의 사람들은 쉽게 피할 수 있는 곳이 되어져간다.

그런데 복음은 어떤가? 유진의 말처럼 “복음은 기본적으로 관계적이고, 속속들이 인격적이다.” 그러므로 복음을 따르는 목회자 역시 사역 속에서 ‘탈인격적’인 요소들을 걷어내고, 보다 ‘인격적’인 사역을 고민해야 한다. 목회가 인격적이라는 것은 비단 목회자의 성품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복음으로 성도를 섬기는 목회자의 사역 또한 인격적이고, 관계적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소외감을 느끼는 목사

유진 피터슨은 오순절교회에서 자라나, 장로교회의 목사로 살았다. 그는 평생 장로교회의 목사로서 살아가는 것에 적응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말한다. 특히 직업적인 종교인들 모임에 참석하는 것이 힘들었는데, 그가 모임에 대해 기대했던 것과 달랐기 때문이다. “시편 기자와 선지자들의 ‘하나님을 경외함’ 같은 것들”을 보고 싶었지만, 상당수는 저속한 농담과, 야구 이야기, 행정적인 전략과 교회 성장 테크닉 등을 나눴다. 그는 그들을 사랑함과 별개로 이런 언어들 속에서 자신만 느끼는 ‘소외감’이 있었다고 말한다.

어떻게 하면 동료들에 대해서 개방적이고 수용적인 태도와 함께 연민을 가지고 서로에게 유익을 끼칠 수 있을까? 유진이 택한 방법은 가급적이면 종교인 모임에 ‘거리를 두는 방식’이었다. 그는 자칫 그들을 향해 ‘냉담함’이 생길까 우려 했다. 냉담함은 서로에게 아무런 유익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1세기 수도사 도로테우스는 초연함을 가리켜 “특정한 이들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자유로운 상태”라고 했다. “초연함은 친밀한 개입과 참여를 유지하면서도 앞으로 있을 일을 제어하려는 시도와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 염려를 내려놓게” 한다. 유진은 목회자들과의 관계 안에서 ‘초연함’을 가질 거리가 필요했지만 그것이 좀처럼 잘 되지 않았다고 했다. 많은 목회자들이 책으로 그에게 친근함을 느꼈지만, 유진은 도리어 목회자들과의 만남에 어려움을 느꼈다.

그는 자신과 달리 성도들뿐만 아니라 동료 목회자들과도 건강하게 연합했던 아들을 칭찬한다. 성도들과 마을 사람들에게 참으로 인격적이고 관계적이었던 유진의 마음 한 켠에는, 목회자들과의 호흡에 대한 고민들이 있었다.

실수 가운데 소망을 노래하는 목사

29년간 한 교회를 개척해 목회하는 가운데, 그는 늘 자신에 대해 유능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목사의 주된 일은 '형성 과정에 있는 영혼들을 도와주는 것'인데, 이러한 목회적 돌봄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보았지만, 끝내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 긴장을 안고 일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한다. 그러므로 유진은 목사의 독특성 중 하나를 가리켜 “다른 전문가들보다 (자기) 업무에서 훨씬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했다.

유진은 그러한 고민과 시도, 좌절과 성찰의 시간마저 자신을 이루는 하나의 정체성이라는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가 기대하고 생각한 것처럼 유능하게 그 일을 해내지는 못했지만, 하나님은 그 가운데서도 각 사람에게 은혜로 역사하셨기 때문이다.

유진은 루이스라는 자매에게 온 편지를 소개하며, ‘행글라이더’ 같은 교회됨을 소개한다. 행글라이더는 하늘을 날기에 연약하고, 작은 바람에도 흔들린다. 그러나 비물질세계와 물질세계 사이를 가로지르는 행글라이더를 통해 땅에는 하늘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것처럼, 여전히 하나님은 연약한 교회를 통하여 당신의 일하심을 보여주신다.

그러기에 그는 평범하게 목회의 길을 걷는 아들에게 교회의 소망을 말한다. “매일매일 묵묵히 할 일을 하는 사람들이 충분히 많다. 너, 우리 W 목사님, 너의 회중에 있는 린다, 책을 쓰는 나, 그리고 다른 수많은 익명의 사람들이 있기에 교회는 산산 조각날 위험이 없다.”

비범했지만, 우리와 같은 평범한 고민 속에서 고뇌에 찼던 목사 유진 피터슨. 그는 교회의 흔들림과 목회의 엉성함을 걱정하는 세상에게 우리 대신 이렇게 변호해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를 보지 말고, 저기 아래에 드리운 그림자를 보세요. 그림자놀이를 보세요. 그러면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 보일지도 몰라요.”

출처 TGC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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