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7일 제106차 전체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양형위는 이날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을 확정했다.
김영란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7일 제106차 전체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양형위는 이날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을 확정했다. ©뉴시스

앞으로 'n번방 사태'와 같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등을 상습적으로 제작하는 범죄를 저지를 경우, 최대 29년3개월의 징역형에 처할 양형기준안이 확정 의결됐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전날 106차 회의를 열고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안을 확정 의결,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양형기준이란 판사가 법률에 따라 선고형을 정하고, 결정하는 데 참고하는 기준을 말한다.

앞서 양형위는 지난 9월 청소년성보호법 11조상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제작 범죄 양형기준을 세분화했다. 양형위는 이 기준에 공청회 의견을 반영해 디지털 성범죄 적발 및 근절을 돕고, 피해자 고통을 더욱 공감하는 방향으로 변경했다.

양형위는 제작 범죄의 경우 ▲기본 5~9년 ▲가중처벌 7~13년 ▲특별가중처벌 7년~19년6개월 ▲다수범 7년~29년3개월 ▲상습범 10년6개월~29년3개월 등으로 정했다.

영리 등 목적으로 판매하면 ▲기본 4~8년 ▲가중처벌 6~12년 ▲특별가중처벌 6~18년 ▲다수범 6~27년 등이다. 배포 및 아동·청소년 알선 범죄는 ▲기본 2년6개월~6년 ▲가중처벌 4~8년 ▲특별가중처벌 4~12년 ▲다수범 4~18년 등이다.

구입 범죄는 ▲기본 10개월~2년 ▲가중처벌 1년6개월~3년 ▲특별가중처벌 1년6개월~4년6개월 ▲다수범 1년6개월~6년9개월 등이다.

특히 양형위는 특별가중처벌할 수 있는 요소 8개, 특별감경할 만한 사유 5개를 별도로 제시했다.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학업을 중단하는 등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했다면 가중처벌된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신종 전문적 수법을 창출해 범행한 경우, 다수인이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범행하거나 범행을 주도적으로 계획 또는 실행을 지휘하는 등 핵심적 역할을 담당한 경우 특별가중인자로 고려된다.

또 피해자의 인적동일성을 확인할 수 있고, 극도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내용을 촬영하거나 이같은 촬영물, 복제물을 반포·판매 및 전시·상영, 소지·구입·저장·시청한 경우에도 특별가중될 수 있다.

양형위는 '형사처벌 전력 없음'을 감경 요소로 고려하기 위해선 단 한 번도 범행을 저지르지 않아야 하고, 불특정 다수 피해자를 상대로 하거나 상당기간 반복적으로 범행하면 감경 요소로 고려해선 안 된다는 제한 규정도 신설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인 아동·청소년의 특수성, 이들에 대한 두터운 보호의 필요성 등을 고려해 '처벌불원'을 특별감경인자가 아닌 일반감경인자로 그 위상을 낮춰 반영 정도를 축소하기로 했다.

나아가 최초 양형기준안에는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의 예시로서 '자살, 자살시도' 등이 포함됐으나, 자칫 이에 못 미칠 경우 심각한 피해에서 제외되는 등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를 삭제했다.

다만 양형위는 앞서 세분화한 양형기준을 대체적으로 유지하되 '수사 협조'를 협조 정도에 따라 특별감경인자 또는 일반감경인자로 둬 디지털 성범죄의 조직적 범행을 발본색원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이에 자수, 내부고발 또는 조직적 범행의 전모에 관해 완전하고 자발적인 개시를 할 경우 특별감경인자로 반영하고, 그에 미치지 못해도 자백으로 후속 범죄를 막는데 기여한 경우 일반감경인자로 반영하기로 했다.

양형위는 계속 논란시 되고 있는 징역형 집행유예 기준도 마련했다.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에 범행을 하거나 동종 전과가 있는 경우, 불특정 또는 다수 피해자를 대상으로 상당 기간에 걸쳐 반복 범행을 한 경우 등을 부정적 사유로 제시했다.

아울러 종전 집행유예 기준에서는 피고인이 고령인 경우를 긍정적 참작사유로 반영했지만, 고령이 기준이 불분명하고 이미 한국사회가 고령사회로 진입한 점을 고려해 재범 위험성이 낮다고 판단할 사정이 없다며 일괄 제외하기로 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달 26일 아동·청소년 8명을 협박해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하고 범죄집단을 조직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의 1심에서 징역 40년을 선고했다.

양형위 기준에 따르면 조주빈의 혐의 중 제작 범죄의 경우 최대 징역 29년3개월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여기에 가중처벌 요소가 성립돼 당시 조주빈의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는 징역 5~45년이었다.

비록 조주빈에 대한 선고 당시 양형기준안이 확정 의결되지는 않아 직접 적용되지는 않았지만, 법조계에서는 재판부가 대법원의 새로운 양형기준안을 참고해 비교적 무거운 형을 내렸다는 분석이 많았다.

또 양형위는 성폭력처벌법 14조에서 규정한 카메라 등 이용촬영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안도 내놨다. 촬영 범죄는 ▲기본 8개월~2년 ▲가중처벌 1~3년 ▲특별가중처벌 1~4년6개월 ▲다수범 1~6년9개월 ▲상습범 1년6개월~6년9개월 등이다.

양형위는 다수인이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범행하거나 전문적 장비나 기술을 사용한 경우 특별가중인자를 두기로 했으며, '상당 금액 공탁'은 피해자 의사와 무관한 양형 요소라며 감경인자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아울러 '딥페이크'에 관한 내용인 성폭력처벌법 14조의2에 따른 허위영상물 등의 반포 범죄의 양형기준안도 구체화됐다.

편집 범죄는 ▲기본 6개월~1년6개월 ▲가중처벌 10개월~2년6개월 ▲특별가중처벌 10개월~3년9개월 ▲다수범 10개월~5년7개월15일 ▲상습범 1년3개월~5년7개월15일 등이다.

이와 별개로 양형위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범죄' 양형기준안의 설정 범위 확대 및 유형 분류 명칭도 심의했다.

현행 양형기준안에서는 사업주의 산업안전보건 의무 위반 치사만 양형기준으로 설정됐었지만, 양형위는 사업주 및 도급인의 위반 행위, 현장실습생의 치사 등을 모두 양형기준 범위로 설정했다.

이는 산업안전보건 범죄의 사회적 의미와 중요성을 환기하기 위해서다. 양형위는 범죄군 명칭을 '과실치사상·산업안전보건범죄'로 바꾸고, 산업안전보건 범죄를 '독립적인 대유형'으로 변경했다.

다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범죄의 벌금형 양형기준 마련은 현재 선거범죄를 제외하고 벌금형 양형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추후 진행하기로 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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