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세대 의대 정신의학과 민성길 명예교수
민성길 교수(연세대 의대 명예교수) ©노형구 기자

정신과 치료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이 다소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눈에 보는 보건의료 2015'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이 하루 복용하는 항우울제 비량은 1,000명 당 20DDD(1일 사용량 단위·2013년 기준)다. 28개 조사국 가운데 칠레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OECD국가들 중 15년 연속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상황에서 정신과 진료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그러나 민성길 교수(연세의대 명예)는 "치유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긍정하라"며 "하나님이 치유 방법으로 수백 가지 길을 허락하셨다. 그 중에 정신과 치료도 있고 약도 있으며 기도와 말씀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민 교수는 1986년부터 2009년까지 연세대 의대에서 정신의학을 가르쳐온 학자이며 현재 용인시 소재 효자병원 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아울러 은퇴 이후에도 한국교회를 위해 반(反) 동성애 진영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한국인들에게 발병하는 대표적인 정신질환을 꼽자면?

“우울증이다.”

- 우울증이 발생하는 이유는?

“정신의학에서 우울증은 대게 두 가지 원인으로 보고 있다. 첫째로 뇌 세포의 문제다. 뇌 세포는 약 1천억 개로 추산된다. 뇌 세포들이 서로 네트워크를 이루고 이 과정에서 신경전달물질이 전달된다. 전달물질의 분비과정에서 장애가 생기면 우울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세로토닌, 노에피네프린, 도파민 등의 문제다. 이 부분에서 이상이 생기면 불안장애 등도 발병할 수 있다.

둘째로 심리적인 원인이다. 크게 말해서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보통 화가 난다. 그러나 화를 참으면 스스로가 비참하다. 비참한 감정이 오래가면 우울증이 생긴다. 이를 풀면 화의 감정이 해소되겠지만 계속 품고 있으면 비참한 감정은 열등감, 무가치감, 절망감, 자살감, 고립감 등으로 발전된다. 그래서 우울증이 생긴다. 입맛도 없어지고, 의욕이 줄어든다.”

- 주로 어떤 치료법이 있나?

“상담치료와 약물치료를 들 수 있다. 상담치료는 내담자에게서 우울증의 원인이 됐던 사건을 추적하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는 환자 내면에 억눌린 본심을 알아 가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실은 상담치료의 원조는 예수님이다. 예수님과 사마리아인의 대화가 이에 해당될 수 있다. ‘네 남편이 몇 명이냐’고 정확히 문제점을 짚으셨다. 어거스틴이 참회록에서 말했던 고해도 이에 해당한다.

따라서 환자가 정신과 의사에게 자신의 문제를 솔직히 고백하는 게 중요하다. 상담치료의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의사가 힌트를 제시하며 무의식에 숨겨진 환자의 본심을 이끌어낸다. 이를 ‘정신분석’이라고 부른다. 환자의 고백이 스스로에게 상당한 치유효과를 가져다준다.

- 자신을 아는 게 우울증 치료랑 무슨 상관이 있는지?

“프로이트는 자신을 아는 것이 진리이자 동시에 우울증의 치유라고 봤다. 자신에게 감춰진 욕망을 아는 과정이다. 이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와의 관계에서 억눌린 성적 욕망을 추적한다. 왜냐하면 프로이트는 억눌린 성적 욕망이 내면의 분노, 우울감 등으로 커지다 이후 우울증, 강박증 등의 정신질환으로 발전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프로이트는 정신질환 치료를 위해 성적 욕망을 맘껏 해소하라는 입장인가?

“앞서 우울증은 분노를 억제하는 데서 발병한다고 했다. 일상에서 분노를 분출하면 안 되니까 프로이트는 자제와 성화를 권했다. 특히 성화는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범위 안에서 생산적인 방향으로 분노를 풀라는 말이다. 예술적인 창조 가령 노래 부르기, 그림 그리기, 문학 활동이나 스포츠 활동 등이 있다. 무엇보다 대화는 좋은 성화방법이다. 다만 프로이트 이론이 현재 겪는 정신질환의 원인 모두를 과거 결핍된 성적 욕망 탓으로만 돌려 비판도 받는다.”

- 프로이트와 다른 관점을 갖는 이론이 있다면?

“동시대에 활동했던 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이 있다. 그는 현재의 정신질환이 삶의 의미를 발견하지 못해 발생한 것이라고 봤다. 그에게 과거란 이미 지난 시간이다. 따라서 현재 내가 살아야 할 이유를 발견했다면 개인의 정신질환은 치유될 수 있다고 했다. 이를 통해 희망차고 건강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현대 정신의학은 과거·현재·미래 모두를 통합적으로 바라본다. 건강한 미래를 위해선 현재의 문제를 진단하고, 문제의 원인이 된 과거도 파악해야 한다.”

[인터뷰] 연세대 의대 정신의학과 민성길 명예교수
민성길 명예교수(연세대 의대)©노형구 기자

- 기독교인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정신과 치료를 꺼리고 있다면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내면의 창피한 부분을 의사에게 얘기해야 하니까. 물론 속마음 털어놓는 게 쉽지는 않다. 창피한 일이다. 그러나 마음의 문제를 해결 받고 싶으면 창피한 것도 무릅써야 한다. 체면 차리다 망한다. 문제가 있으면 의사에게나, 주변 친구에게도 맘껏 떠들어야 한다. 그래서 조언도 받고 여러 가지 방안 중 골라서 해결 받는 게 인생의 지혜다.”

- 정신질환에 대해 기독교는 어떤 입장을 취한다고 생각하나?

“기독교는 죄로부터의 구원이 정신질환의 해결이라고 보는 것 같다. 이는 자신을 아는데서 부터 시작한다. 그래야 예수님을 통해 구원에 대한 갈망이 생기니까. 어쨌든 프로이트·빅터프랭클·기독교의 세 관점 모두가 정신질환 치유를 위해 본인이 스스로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신을 알도록 돕는 역할이 필요하다면 정신의학에서는 정신과 의사가 있다. 기독교에선 목회자의 역할이기도 하고.”

- 기독교인 중 약물치료에 대해 불신하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치유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긍정하라는 것이다. 하나님이 치유 방법으로 수백 가지 길을 허락하셨다. 모든 걸 다 이용하면 빠르게 해결 받을 수 있다. 그 중에 정신과 의사도 있고 약도 있는 것이다. 병원에 가서 약도 먹고, 상담도 받아보고, 기도나 성경말씀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정신질환이 치유된다면 모든 게 하나님의 은혜다. 문제는 ‘정신과 의사 못 믿어’, ‘목사님 못 믿어’라며 계속 불신하면 치유의 길은 막힌다는 것이다.”

- 정신건강을 위해서 가져야 할 생활 습관이나 마음가짐이 있다면?

“무엇보다 대화를 많이 하라. 자신의 문제를 진솔하게 털어놓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이 곧 대화다. 중요한 점은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대화여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상대방이 자신의 문제를 털어놓을 때, 공감과 이해가 되지 않아도 공감의 제스처를 취하기만 하면 그 사람의 우울증이 치료될 수 있다.

정신과 의사나 목회자에게 상담의 핵심은 듣는 것이다. 내게 대화 상대가 없다고 한탄하지 말라. 없으면 상대방에게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걸라.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적극적으로 ‘나하고 친구하자’라고 말하라. 요즘 개인주의가 팽배해서 그런지, 우울증 환자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확한 통계 논문이 없어서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 정신건강을 위해 도움이 되는 성경구절이나 기독교 진리를 말해준다면?

“‘또 누구든지 너로 억지로 오리를 가게 하거든 그 사람과 십리를 동행하고’(마태복음 5:41)이다.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으라’(마가복음 4:9)도 있다. 이 구절들은 정신과 의사 대부분이 환자를 대하는 태도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환자는 의사와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병이 낫기 위해서 의사와 환자가 함께하는 ‘공동의 노력’이다.

상담은 의사가 환자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할 수가 없다. 이는 환자가 일방적으로 의사의 말을 따라야한다는 뜻도 아니다. 이것이 정신과 치료의 대전제다. 상담은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따르는 대화에 방점을 두지 않는다. 환자 스스로가 말을 많이 해서 진심을 털어놓고, 자신을 알아가도록 돕는데 집중한다. 결국 정신과 의사는 듣는 사람이다.”

- 정신과 의사로서 일반인도 따라할 수 있는 치유 대화법에 대해 조언해준다면?

“앞서 말했듯, 상담은 의사가 환자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게 아니다. 의사가 환자 입술에서 어떤 대답도 가능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질문에 환자가 답하면 그것에 깊이 공감하며 다시 대화를 이어간다.

또한 정신과 의사에게 철칙이 있다면 ‘Listening With Third Ears' 곧 제3의 귀로 들어야 한다는 것. 만약 환자가 ‘배가 아프다’고 말한면 여기에 숨겨진 환자의 의도나 욕구를 정확히 포착해야 한다. 이는 이론으로 쉽게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정신과 의사들은 이런 상담기법을 레지던트 때부터 4년 동안 지도교수 아래서 훈련을 받는다. 이론이 아니라 하나의 감각이다.”

- 끝으로 민성길 교수님께서 정신과 의사가 된 계기가 궁금하다.

“아버지는 예장 고신 측 목사였다. 나는 장남이니까, 아버지는 내가 목사가 되기를 원했다. 나는 별로 내키지 않았다. 이후 의대로 진학한 뒤 정신의학과를 선택했다. 연세대 의대 교수직에서 은퇴하고 현재는 반(反) 동성애 운동에 뛰어들었다. 철저한 사명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만큼 동성애, LGBT 등의 성(性)혁명이 대한민국과 교회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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