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욱 교수
신성욱 교수

[1] 개그우먼 박지선이 세상을 등지고 나자 생전 그녀의 진솔한 어록과 선행이 재조명 되면서 사흘째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사람은 죽고 난 이후라야 그 진가가 제대로 드러나는 법이다. 사실 본인이 아픈 몸인데도 남들에게 희망과 긍정의 에너지를 준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 그런 점에서 그녀의 죽음은 더 슬프게 다가온다.

박지선의 비보를 듣다 보니 또 다른 지선이가 오버랩 되어 스쳐지나간다.

[2] 『지선아 사랑해』의 저자인 이지선 말이다. 지난 2000년 7월 30일, 스무 세 살 꽃다운 나이의 그녀가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4학년일 때 음주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로 전신 3도 화상을 입었다. ‘대한민국 화상 1등’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상반신과 허벅지까지 모두 살이 녹아내리는 전례 없는 심각한 화상을 입고 말았다. 성형을 하고 나면 학교도 가고 괜찮을 줄 알았는데 거울을 보는 순간 절망이 찾아왔다.

[3] 그래서 옥상으로 올라갈까 아니면 교회로 갈까를 생각했다고 한다. 삶의 의욕을 잃은 그녀는 식사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자신을 살리고자 하는 어머니의 간곡한 부탁으로 억지로 한 술 한 술 밥을 먹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젓가락으로 딸의 입에 밥을 넣으면서 이렇게 기도하셨다고 한다. “에스겔 골짜기 마른 뼈들에게 살을 입히시고 힘줄과 가죽 덮으시고 생기를 불어넣으신 것처럼 이 밥이 지선이의 살이 되고 밥이 되게 해주소서.”

[4] 고통이 심할 때는 ‘예수님께서 화상의 고통을 아실까?’ 물은 적도 있다. 어느 고난 주간 예수님의 십자가에 대해 묵상하고 기도하는데 주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지선아 네가 느꼈던 살의 찢김과 찔림 그 수치와 부끄러움, 그 공포와 두려움이 어떤 것인지 내가 다 알고 있다.” 그 말씀으로 그동안의 고통과 눈물이 다 닦여졌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안에 어떤 고통도 안아주시는 진짜 사랑과 위로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5] 사고 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당당하게 말한 그녀는 대학 졸업 후 미국 유학을 떠나 보스턴대에서 재활상담 석사, 컬럼비아대에서 사회복지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UCLA에서 사회복지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동대 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간승리도 이런 승리는 없다. 생의 의지를 포기해야 할 정도의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꿋꿋이 딛고 일어서서 교수로 사역하고 있는 이지선이 너무도 기특하고 존경스럽다.

[6] 오늘,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신천지의 이만희 총회장이 법원에 보석허가를 신청하면서 이런 호소를 했다고 한다.
“자살을 해서라도 고통을 면하고 싶다!”

89세 노구의 몸으로 감옥생활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점은 이해가 가는 바이다. 그렇다고 그 고통이 자살을 해서라도 면하고 싶을 정도로 크다고 말할 수 있을까?

[7] 감히 자신의 고통이 박지선과 이지선의 그것과 견줄 정도로 크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그것도 한 집단의 정신적 지주요 영적 지도자라 하는 이로서 말이다. 이 땅에서 지상천국을 이루어 영원불사의 생명을 누릴 것 같던 총회장이란 사람의 입에서 자살이란 말이 나오다니? 이렇게 나약하고 인내심이 부족한 자를 참 목자라 믿으면서 지상천국을 꿈꾸는 이들은 정말 정신 차려야 한다.

[8] 자살이 무슨 유행이던가? 자살은 힘든 사람이면 누구나가 다 선택해도 좋을 최적의 도피수단이라도 된단 말인가? 하나님이 자기 형상으로 창조하신 천하보다 소중한 자신의 목숨을 함부로 내 맘대로 끝내선 안 된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지선 교수야 말로 인간승리요 하나님 승리라 할 수 있다. 여자의 몸으로 그 큰 고통과 절망을 극복하고 멋지고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도 보기 좋고 고마웁다.

 

이지선
이지선 씨 ©이지선 SNS

[9] 그동안 ‘한국 교회와 성도들이 자살하는 이들을 위해 하는 일이 도대체 뭐냐?’라는 타성과 자성의 소리가 계속 있어 왔다. 하지만 알고 보면 전신 4도 화상을 입고 무려 40번에 걸친 수술을 한 그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고 멋지게 살아가게 된 것도 다 가족과 교회와 성도들의 기도와 격려 때문이다. 한국 교회와 성도들을 너무 지나칠 정도로 비판하거나 정죄하진 말자. 나름대로 교회가 할 일은 해온 게 사실이니까 말이다.

 

[10] 지금 우리는 남모르는 고통과 절망 속에서 귀중한 목숨을 끊으려 하는 이들이 매일 평균 38명씩이나 되는 자살공화국 속에 살고 있다. 그런 이들에게 내가 취해야 할 구체적인 행동은 무엇일까?

그 사명을 잘 감당하는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다.

신성욱 교수(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설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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