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대통령 후보 버락 오바마(왼쪽) 대통령과 공화당 대통령 후보 미트 롬니 전 메사추세츠 주지사 ⓒAP=연합뉴스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6일 대선 후보 지명 전당대회 이후 대부분의 지지율 조사에서 밋 롬니 공화당 후보를 오차범위 안에서 앞서고 있다. 

갤럽 등 일부 조사에서는 `전대(全大) 효과'가 사라지면서 오바마 지지율이 50% 전후에서 전대 이전 수준인 47% 전후로 회귀했으나 오바마 우세는 계속되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처럼 일부 조사에선 여전히 50%를 유지하기도 한다. 롬니가 저소득층 비하 발언 등 악재가 겹치면서 오바마를 치고 올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화당 일각에서는 이대로 우열이 굳어져 롬니의 백악관행(行)이 좌절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더딘 경기 회복과 높은 실업률로 4년 전 오바마를 압도적으로 지지한 유권자의 표심이 바뀔 수 있는 데다 오는 10월 중 열리는 세번의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반전 기회를 잡으면 롬니도 아직 해볼 만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저명한 미 정치학자 20명이 각종 여론조사 결과와 주요 경제지표 등을 토대로 정밀 분석한 결과 13개의 국민투표(popular vote) 승리 예측 모델에서 오바마가 8번 이기는 것으로 나왔지만 수치상으로는 오바마 53.8%에서 롬니 53.1%까지 다양하게 나온 것으로 전국지 유에스에이투데이는 전했다.

지난 2000년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는 앨 고어 민주당 후보에게 전체 국민투표에서 53만7천여표를 지고도 전체 대통령 선거인단 투표에서 271 대 266으로 신승했다. 롬니 캠프는 여론 지지율에선 밀렸지만 정작 본선 투표에선 이기지 말라는 법은 없다는 태도다.

최근 주요 여론조사와 언론매체 보도를 중심으로 11.6 대선의 승부를 가를 변수들을 살펴본다.

◇ 부동층 = 어느 후보를 지지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거나 바꿀 여지가 있는 유권자 계층을 부동층(undecided voters, swing voters)이라고 한다. 두번째 대선 후보 TV토론회(10월 16일)를 부동층 유권자가 질문을 던지는 형식으로 진행하는 것만 봐도 부동층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대다수 여론조사기관과 유력지는 현재 시점의 부동층 비율을 적게는 전체 유권자(18세 이상 시민권자)의 3-5%, 많게는 6-8%로 잡고 있다. 이를 2010년 센서스(인구조사) 결과에 대입하면 부동층은 전체 유권자 2억1천만명 중 630만(3%)-1천680만명(8%)으로 볼 수 있다. 2008년 대선 당시의 비슷한 시점보다 3-9%포인트 줄었다. 

이는 민주.공화 양당이 극단적으로 대립하면서 유권자도 일찌감치 각 후보에 대한 '호불호(好不好)'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면 높은 인지도 덕분에 전통적으로 부동층 비율이 낮다. 하지만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인신공격) 광고 급증이 부동층을 옅게 했다는 분석이 있다. 부동층 유권자가 줄면 상대 후보에 가 있는 유권자 마음을 자기편으로 돌리는 것보다 고정 지지층을 붙잡아 두는 게 효과적이다.

그러나 경합주(州)에서는 부동층이 승패를 결정할 가능성이 커 오바마.롬니 캠프가 완전히 손을 놓지 못하고 있다. 패색이 짙지 않으면 상대의 자금과 인력을 묶어 두기 위해서라도 쉽게 포기 안 한다. 부동층이 설령 2%라도 승패를 결정하기엔 충분한 숫자라고 캠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미 대선이 주별 국민투표에서 1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그 주에 배분된 대통령 선거인을 모두 차지하는 `승자독식제'로 치러지기 때문이다. 

고어는 플로리다에서 537표 차로 부시에게 지면서 선거인(당시 25명)을 빼앗겨 백악관 주인이 못 됐다. 이 한표를 위해 후보는 유세도 하고 광고도 하는 것이다. 더욱이 이 한표는 부동층에 숨어 있을 공산이 크다. 뉴욕타임스(NYT)는 오바마와 롬니 캠프가 선거운동비로 총 20억달러를 쓸 것으로 보이는데 이중 상당 부분이 부동층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봤다. 

롬니 캠프의 정치 담당 디렉터(책임자)인 리치 비슨은 "진짜 부동층 규모는 아주 작지만 당락을 좌우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선거 분석가들은 올해 경합주 부동층이 과거보다 더 젊거나,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거나, 남자보다는 여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경합주인 콜로라도, 플로리다, 네바다에서는 히스패닉(중남미계 이민자)이 부동표의 20%가량을 차지하고 경합주 전체 부동층의 약 57%가 고졸 이하 학력일 것으로 추정됐다. 

갤럽이 지난 한해 동안 전국 성인 35만여명을 조사해 최근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저소득층의 50%가 `정치적으로 무당파(부동층)'라고 답했다. 가난하지 않은 층은 40%가 무당파라고 밝혔다. 

◇ 히스패닉(라틴계)=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중남미계 이민자와 그 후손을 일컫는 히스패닉 유권자(18세 이상 시민권자)는 전체 유권자 2억1천만명(2010년 센서스 기준)의 10.1%인 2천128만명이다. 

2008년보다 174만명(9%) 늘었다. 2008년 대선 당시 투표자 등록률은 59.4%, 실제 투표율은 49.9%로 대선.중간선거(총선) 때마다 소폭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비영리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 산하의 퓨히스패닉센터는 올해 히스패닉 유권자가 2천170만명으로 사상 최대가 될 것으로 예측했으며, `전미 라틴계 선출직 공직자 연합회'는 올해 선거에 약 1천200만명(55.2%)의 히스패닉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해 최대 투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상대적으로 불법 이민자 대책에서 강제 단속.추방보다는 이민법 개정을 통한 합법적 지위를 부여하려 했기 때문에 선거가 있으면 압도적으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왔다. 4년 전 오바마는 라틴계 표의 67%(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는 31%)를 가져갔다. 퓨리서치센터의 최근 조사(9월12-16일)에서도 선거사무소 등에 등록한 히스패닉 유권자의 지지율은 오바마 69%, 롬니 24%로 큰 차이를 보였다. 갤럽(9월3-23일) 조사에선 오바마 65%, 롬니 27%였다. 

라틴계 정치여론 조사기관 `라티노 디지전스'의 최신 조사에선 오바마가 롬니에 68% 대 26%로 앞섰다. 특히 히스패닉 여성들 사이에서는 오바마가 74% 대 21%(남성 61% 대 32%)로 롬니를 53%포인트나 따돌렸다. 

지난달 30일 공화당 전당대회 때 롬니 지지 연설자들이 스페인어로 롬니와 다음 연사를 소개하고 롬니 진영이 스페인어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보내거나 히스패닉 언론과 자주 인터뷰하는 것도 다 라틴계 환심을 사려는 것이다.

롬니 캠프는 롬니가 11.6 대선에서 이기려면 라틴계 표의 38%를 얻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30% 갖고는 힘들다는 이야기다. 

부시는 2004년 히스패닉 유권자의 40%를 얻어 당선했지만 매케인은 2008년 31%밖에 못 얻어 오바마에게 졌다. 

롬니는 지난 17일 히스패닉 상공회의소 연설에서 "전국 실업률은 8.1%(8월분)이지만 히스패닉 실업률은 10%를 넘는다. 약 200만명의 히스패닉이 가난하게 살고 있는데 이는 오바마 취임 때보다 크게 는 것이다. 오바마는 이민자 문제를 포기했다"고 비난했다. 

오바마도 지난 20일 미국 내 최대 스페인어 방송 `유니비전'의 대선 포럼에 참석해 히스패닉 유권자에게 한 표를 호소했다. 

◇ 여성층 = 여성 유권자는 2010년 센서스 기준으로 전체 유권자의 51.9%인 1억952만명이다. 남성 유권자보다 824만명 많다. 2008년 대선 때 여성의 투표자 등록률은 73%(남성 69%), 투표율은 66%(남성 62%)로 남성보다 4%포인트 높다. 

최근 시행된 갤럽 등 여성 지지율 조사에서 오바마가 롬니를 50-52% 대 42-43%로 크게 앞섰다. 

그러나 롬니의 여성 지지율은 과거 공화당 후보들이 받은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퓨리서치의 9월 조사에서는 오바마 56%, 롬니 37%로 2008년 조사 때보다 오바마 지지율은 같은데 롬니 지지율은 매케인보다 6%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미주리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토드 아킨 공화당 후보(6선 하원의원)의 지난 8월 말 `성폭력 임신 불가' 발언이 영향을 끼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여성은 민주당, 남성은 공화당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오바마의 여성 지지율 8% 안팎 우세는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갤럽 조사에서 남성 지지율은 롬니 48%, 오바마 45%였다. 롬니 측도 남성 유권자 지지율에서 그 정도는 충분히 만회할 수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은 안 한다. 

중요한 것은 투표율이다. 여성 투표율이 남성보다 4%포인트 정도 높기 때문에 경합주 같은 곳에서는 승패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롬니 캠프는 여성표 흡수를 위해 경제 문제를 집중 부각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실업자의 상당수가 여성 실직자라는 점과 지난 2002-2007년 새 사업을 시작한 여성이 남성보다 배나 많았던 점 등에 주목하고 있다. 

롬니는 가계 형편을 피게 하는 데는 기업가 출신인 자신이 오바마보다 낫다고 강조하면서 대통령이 되면 여성이 쉽게 창업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오바마도 민주 전대에 여성 의원과 인사들을 대거 초청하고 지난 24일 부인 미셸 여사와 함께 여성 토크쇼에 출연하는 등 여성 표심을 얻기 위한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바마의 경우 호감이 가지만 재임 기간 경제 실적이 나쁘고 롬니의 경우 스마트하고 경제를 잘 알지만 호감이 안 가는 데다 믿을 만하지 않은 점을 놓고 여성들이 고민할 것으로 예상했다. 

◇ 아프리카계 미국인 = 흑인 유권자는 2010년 센서스 기준으로 전체 유권자의 12.2%인 2천563만명이다. 참고로 백인 유권자는 1억7천244만명(82.1%), 아시아계 유권자는 764만명(3.6%)이다. 

2008년 대선 때 흑인의 투표 등록률은 69.7%, 투표율은 64.7%로 대선 때마다 등록률.투표율 모두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투표율이 2004년보다 4.7%포인트나 뛰어 첫 흑인 대통령 배출에 대한 흑인들의 열망을 그대로 보여줬다. 오바마는 4년 전 출구조사에서 흑인 지지율이 95%에 달했다. 퓨리서치의 9월 조사에서도 오바마는 94%(롬니 2%)의 지지를 받았다. 갤럽 조사에선 오바마 90%, 롬니 5%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 방송의 9월 조사에선 흑인 94%가 오바마를 선택한 반면 롬니를 지지한 흑인은 한명도 없었다. 

문제는 역시 투표율이다. 오바마의 90%가량 흑인 지지는 무난해 보인다. 그렇지만 흑인 투표율이 4년 전(64.7%)보다 떨어지고 백인 투표율(64.4%)이 올라가 격차가 커지면 오바마에게 불리할 수 있다. 

롬니 측은 경제적으로 낙후한 흑인들이 불황 속에서 백인.아시아계보다 타격이 컸으며 실직도 많이 당했다는 점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경합주에 사는 흑인들이 오바마에게 불만을 느끼고 투표에 참가하지 않으면 오바마와 상.하원.주지사 선거를 함께 치르는 민주당은 고전할 수밖에 없다. 

오바마 대통령 부인 미셸 여사가 지난 22일 의회흑인지도자재단(CBCF) 연차총회 연설에서 흑인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 젊은 층 = 18-24세는 2010년 센서스 기준으로 전체 유권자의 12.7%인 2천672만명, 25-34세는 16.8%인 3천550만명에 달한다. 2008년 대선 당시 두 연령 그룹의 투표자 등록률은 연령대별로 58.5%와 66.4%, 실제 투표율은 48.5%와 57%였다. 

폴리티코의 9월 조사에서 18-34세의 지지율은 오바마 68%, 롬니 22%로 다른 어떤 연령층보다도 오바마의 지지율이 높았다. ▲35-44세는 오바마 67%, 롬니 25% ▲45-64세는 오바마 59%, 롬니 31% ▲65세 이상은 오바마 48%, 롬니 38%였다. 2008년 대선 때도 젊은 층의 66%가 오바마를 지지해 그의 당선을 도왔다. 

청년층으로 주로 분류되는 18-29세의 경우도 비슷하다. 퓨리서치 조사에서 18-29세 지지율은 오바마 59%, 롬니 33%였다. ▲30-44세는 오바마 53%, 롬니 41%▲45-64세는 오바마 50%, 롬니 43% ▲65세 이상은 롬니 47%, 오바마 46% 였다.

갤럽 조사에선 18-29세 지지율이 오바마 58%, 롬니 33%로 역시 다른 연령층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 ▲30-49세는 오바마 48%, 롬니 45% ▲50-64세는 오바마 47%, 롬니 47% ▲65세 이상은 롬니 51%, 오바마 43%였다.

롬니가 노인층의 높은 투표율과 지지를 고대하듯이 오바마로서는 자신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이 청년층을 투표장으로 나오도록 할 필요가 있다. 

특히 18-29세(4천522만명)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약 1천800만명의 고졸 학력 이하 근로 청년층이 플로리다, 콜로라도, 위스콘신 등과 같은 경합주에서는 승패의 열쇠를 쥘 수 있다. 핵심은 지난 4년간 이 그룹이 극심한 경기 침체 속에서 대부분 실직 상태이거나 시간제(파트타임)로 일한다는 데 있다. 

또 정치권이 자신들의 삶에 무관심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아 부동층이 30%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오바마와 롬니 캠프는 인터넷이나 트위터 등과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취업요건 완화, 대학 진학 기회 확대, 대학생 학자금의 저금리 대출 등 공약을 제시하며 젊은 층을 공략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최대 불만이 대학교육을 받고도 취직을 못 하거나 고등교육을 받고 싶어도 경제적 어려움으로 진학하지 못 하는 것이라며 투표할 동기를 별로 못 느끼는 청년층의 투표율 제고가 오바마 당선의 관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백인 노동자= 오바마와 롬니가 자기편으로 만들고 묶어 두려고 애쓰는 계층 중 하나다. 이유는 간단하다. 두 후보 모두 이들로부터 사랑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영리 단체인 공공종교연구소(PRRI)가 지난 20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백인 노동자들 사이에서 오바마와 롬니의 호감도는 40% 중반으로 비슷했다. 

백인 노동자 지지율은 롬니 48%, 오바마 35%로 예상대로 롬니가 높았다. AP통신의 최근 조사에서도 롬니 57%, 오바마 35%로 나왔다. 57% 지지율은 2008년 출구조사 때 매케인 지지율과 같지만 오바마(40%)는 5%포인트 낮다. 

이들은 총기 소유와 종교를 무엇보다도 중시하는 계층이어서 공화당 선호도가 당연히 높다. 

그러나 PRRI 조사에서 푸드 스탬프(식료품 구입권)를 받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롬니를 덜 지지했고 연간 가계소득 3만달러 이하인 사람들 사이에서는 롬니를 더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바마로선 롬니의 `저소득층 47% 비하' 발언도 있고 하니 잘만 하면 저소득층 백인 노동자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계산을 해봄 직하다. 특히 전체 유권자의 약 25%를 차지하는 백인 남성 노동자는 히스패닉보다도 규모가 크다. 결코 무시하기 어려운 투표층이다. 

1980년대에는 로널드 레이건(공화)을, 1992년에는 빌 클린턴(민주)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오바마가 노동자 집안에서 성장한 조 바이든 부통령을 러닝메이트(부통령후보)로 다시 지명하고, 백인 남성 노동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지원을 받는 것도 따지고 보면 백인 노동자층을 염두에 둔 것이다. 

롬니는 석유.석탄.천연가스 산업의 규제를 완화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등 공약으로 실직을 두려워하는 백인 노동자들의 이탈을 막고 있다. 롬니 측은 설령 투표에서 지더라도 백인 노동자가 많은 미시간, 펜실베이니아에 오바마 측이 많은 돈을 쓰도록 하는 전략도 구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TV 토론회=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조지워싱턴 대학이 공동 시행한 최신(9월16-20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사응답자의 83%가 TV토론회를 `세차례 모두 또는 어느 정도 시청하겠다'고 밝혔다. `조금만 보겠다'는 사람까지 더하면 90%에 이른다. 

또 `토론회가 후보 선택에 중요한가'라는 물음에 `결정적(11%)' `매우(12%)' `다소(24%)' `약간(14%)' 등 61%가 `중요하다'고 밝혀 토론회 성적이 큰 파장을 낳을 것임을 예고했다. 토론회 이후 부동층이 확 줄 것임도 암시한다. 

세번의 토론회는 10월3일 콜로라도주 덴버 대학, 16일 뉴욕주 호프스트라 대학, 22일 플로리다주 린 대학에서 열린다. 대선 후보 TV토론회는 1960년 도입됐다. 같은 해 9월26일 민주당의 존 F 케네디 상원의원과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 부통령이 1차 토론회에서 맞붙었는데 케네디가 토론 후 판세를 뒤집고 상승세를 몰아 미국의 최연소 대통령이 됐다. 

닉슨은 토론회 전 지지율에서 약간 앞서 나갔으나 1차 토론 때부터 질의응답 내용은 물론 표정과 언변에서 케네디에 모두 밀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롬니가 승리하려면 자신에게 투표할 의향이 강한 유권자, 개신교 등 전통적인 보수층, 경제상황에 불만인 부동층을 설득해야 한다며 그가 세차례의 토론 기회를 잘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 유대인.모르몬교= 갤럽의 최근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등록 유대인 유권자 지지율은 오바마 70%, 롬니 25%로 작년 봄 조사 때보다 오바마는 5%포인트 상승하고, 롬니는 그대로였다. 2008년 대선 당시엔 오바마 74%, 매케인 21%였다. 롬니의 현재 지지율 25%는 1992년 조지 HW 부시(아버지)의 11%와 1980년 레이건의 39%의 중간이어서 나쁜 편은 아니다. 

대통령 선거인 29명이 걸린 플로리다 같은 경합주에서는 유대인 표 수백장이 주(州)와 전체 승패를 가를 수도 있다. 

롬니는 이스라엘 안보와 관련해 오바마의 중동정책을 문제 삼고 있고, 오바마는 롬니가 중동에서 또 다른 전쟁을 원하고 있을지 모른다며 선거 쟁점화를 차단하고 나섰다. 

모르몬교 신자인 롬니로서는 기독교, 특히 개신교 복음주의 그룹으로부터 어떻게 지지를 끌어낼 것인지도 숙제다. 

`기독교 이단'으로 취급받는 모르몬교 신자가 미국인의 약 1.8%(550만명)에 불과한 데다 2008년 대선 때 여론조사에서는 50%가 `모르몬교 신자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아주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개신교 신자이지만 동성 결혼 지지, 낙태 인정 등으로 기독교의 반발을 사고 있다. 미국 전체 인구 3억1천400만명 가운데 78%가 기독교인이고 2%가 유대인이며 0.6%가 이슬람교도다. 

◇ 조기투표= 조기투표(early voting)는 주별로 선거일 전에 유권자들이 편리한 날을 택해 미리 투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미국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통상 조기투표가 선거 40-50일 전에 시작된다고 해서 `선거일(election day)' 대신 `선거 두달(election two months)'이라고 쓰는 언론매체도 있다. 

이런 표현은 조기투표가 당락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음을 시사한다. 

올해는 전체 유권자의 40%가량이 정해진 조기투표 기간(최대 2주)에 직접 투표장에 가거나 우편으로 한표를 행사할 수 있다. 군인 가족이나 국내외 출장 사업가, 노약자가 주로 애용한다. 

2008년 대선 때도 조기투표 비율은 전체 유효투표(1억3천100만표)의 33%(4천323만표)에 달했다. 2000년에는 약 15%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당시 출구조사를 통해 오바마 후보가 조기투표자의 59%, 매케인 후보가 40%를 얻었다고 보도했다. 부시(아들)는 2004년 대선에서 조기투표자의 60%를 쓸어담았다. 

폴리티코는 4년 전 대선 때 조기투표와 부재자투표(50개주 시행)를 합친 비율이 주별로 콜로라도 79%, 네바다 63%, 노스캐롤라이나 61%, 플로리다 52%였다고 전했다. 

조기투표는 투표 당일 혼잡을 줄이려고 거주지의 투표소 일부를 조기 가동하지만 부재자투표는 일정한 사유로 주거지를 떠난 유권자를 배려한다는 점이 다르다. 

조기투표는 특정 사유 없이도 할 수 있는 부재자투표라고 보면 된다. 지난 6일 수도 워싱턴DC를 시작으로 34개주가 9월 말부터 10월 초순까지 조기.부재자 투표에 들어간다. 11.6 대선 전에 적지 않은 유권자가 지지 후보를 결정하는 것이다. 

투표를 마친 유권자가 본선 당일 부동층이나 다른 투표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니 오바마나 롬니나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특히 과거 경합주의 조기투표율이 높은 게 마음에 걸린다. 

오바마는 이미 조기투표의 덕을 톡톡히 봤기 때문에 적극 독려하고 있지만 롬니는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등 경합주에서 조기투표 기간이 단축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롬니에게는 많은 유권자가 조기투표를 해버리면 40여일 남은 선거운동의 대상(유권자층)이 급격히 축소됨을 의미한다. 

뉴욕대 법과대학의 브레넌사법센터는 조기투표 기간 단축으로 100만-200만명의 유권자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 신분확인 논란= 주(州)정부가 유권자에게 시민권자라는 증거를 대거나 사진이 붙은 신분증 제시 를 의무화하는 `투표자 신분확인법(voter ID Law)'을 잇달아 도입하면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플로리다, 버지니아, 뉴햄프셔, 오하이오 등 경합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자 오바마와 롬니 측의 신경전이 대단하다. 공화당은 범죄자.비시민권자 등 부정 선거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자신들의 지지기반인 저소득층, 흑인, 히스패닉 등 투표율을 떨어뜨리려는 공화당의 선거전략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공화당은 전국 주지사 50명 가운데 29명을 차지하고 있다. 민주당은 20명이고 1명은 무소속이다. 브레넌사법센터는 이런 조치로 320만명의 유권자가 영향받을 것으로 추정했다. 인권단체 `진보 프로젝트(Advancement Project)'는 지난 2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 50개주 중 23개주에 도입된 새 선거법에 따라 히스패닉 1천만명 이상이 투표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펜실베이니아의 경우 전체 유권자의 9.2%인 75만여명이 사진을 부착한 주정부 발급 신분증을 갖고 있지 않다. 오바마가 2008년 압승한 필라델피아에서는 사진 신분증 미소지자가 18%에 달했다. 

펜실베이니아 주정부는 유권자가 신분증을 제시하지 못하면 임시투표를 할 수 있지만 투표한 날로부터 6일 이내에 신분증명을 해야 유효표로 인정받을 수 있게 했다. 

전문가들은 시민권자 입증이 부담스럽고 돈(사진비)까지 들어간다면 상당수 유권자가 투표를 포기하는 것은 물론 개표 과정에서도 엄청난 무효표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플로리다 지도를 펴 놓고 전체 67개 카운티의 어느 곳에 핀을 꽂아도 유권자 자격, 투표장소와 시간, 방법에 대한 법적 다툼이 벌어지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라고 전했다. 

중립적 선거조사 매체인 '파이브서티에이트'(fivethirtyeight)'는 25일 현재 오바마와 롬니의 국민투표 표차가 0.5%포인트 이내인 경합주 1곳 이상에서 재검표(recount)가 일어날 확률을 6.1%로 추산했다. 

연방 대법원 판결까지 간 끝에 승부가 가려진 2000년 대선의 재검표 사태가 전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지난달 30일 연방항소법원이 텍사스의 신분증 제시 의무화에 대해 소수 인종과 빈곤층의 투표권을 가로막는 행위라는 판결을 내리자 주정부는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히는 등 벌써 소송전으로 확대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오바마 진영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유권자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고 있으며 롬니 진영은 철저한 신분 확인을 주문하고 있다. 두 진영은 만일의 유무효표 논란 소송에도 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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