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 확산세가 다시 심각해지면서 서울과 경기도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에서 다시 2단계로 격상됐다. 정부는 지난 15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최근 수도권의 코로나19 확산세가 매우 심각한 상황임을 인식하고 종교시설에 대해 또 다시 집합 제한 조치를 내렸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이에 앞서 15일부터 두 주간 교회·성당·사찰 등 모든 종교시설에 집한 제한 행정명령 조치를 내린다고 발표했다. 경기도에서는 지난 7월27일부터 8월13일까지 210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는데 이 가운데 37%에 달하는 78명이 종교시설 관련 확진자라고 밝혔다. 경기도에 이어 서울시도 15일부터 두 주간 총 7560개소 모든 종교시설을 대상으로 감염병예방법 제49조에 따른 방역수칙 준수(집합제한) 행정명령을 내렸다.

경기도 도내 교회에서만 김포 주님의샘교회 17명, 고양 반석교회 34명, 기쁨153교회 24명, 용인 우리제일교회에서 126명(16일 0시 기준) 등 총 201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이들 교회들은 대부분 예배시 마스크 미착용, 예배시 거리두기 미흡, 예배 후 교인끼리 식사를 하는 등 감염 예방 수칙을 소홀히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에서는 사랑제일교회 한 교회에서만 249명(16일 0시 기준)의 확진자가 집단적으로 나왔는데 교회를 다녀간 사람이 4천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교회가 코로나19로 인해 입은 유무형의 피해는 말로 다할 수 없다. 그런데 일부 교회들의 방역 소홀로 졸지에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될 처지에 놓였다. 일부 언론은 일제히 “교회발 코로나19 확산”이란 제목으로 머리기사를 올리고 있다. 대구 신천지, 이태원 게이클럽에 이어 한국교회가 제3차 코로나19 대 확산의 주범으로 몰리는 듯한 분위기다.

지난 7월 10일 정세균 총리가 한국교회 전체를 대상으로 행정 규제조치를 내렸을 때 한국교회 모든 기관과 교단이 일제히 들고 일어났다. 정부가 한국교회를 콕 집어 가해자로 만들려 한다며 반발했다. 한국교회가 일제히 목소리를 높일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모든 교회들이 철저하게 방역 수칙을 준수하고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그런 만큼 이번 수도권 교회 발 확진자의 급격한 증가는 한국교회의 입지를 한층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민주국가에서 그 어떤 권력이라도 신앙의 영역을 침범해서는 안 된다. 공권력이 예배를 침해하려 한다면 교회는 저항하고 싸워서라도 지켜야 한다. 그런데 교회 안에서 교인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거나 교회 내에서 마주 앉아 식사하며 대화하는 등 기본적인 감염 예방 수칙을 소홀히 해 집단 감염이 이루어졌다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교회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도외시하고 혼자 존재할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내가 속한 교단이 크든 작든, 내 교회가 대형교회든 작은 개척교회든 상관없이 하나님을 예배하는 모든 교회는 그냥 한국교회인 것이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하나님의 영광이 가려지고 한국교회 전체가 고개 들 수 없게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최소한 온 국민이 그동안 어렵게 쌓은 방역 성과가 한국 기독교 때문에 한순간에 무너졌다는 소리는 듣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일부 교회로부터 또 다시 집단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지만 그렇다고 모든 책임이 한국교회에 있는 양 몰아가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자세는 분명 문제가 있다. 일부 교회 등 종교시설에서 확산세가 증가하니까 모든 종교시설을 통제하겠다는 것 또한 지나치게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다.

몇몇 식당에서 확진자가 나왔다고 모든 식당에 행정명령을 내리지는 않는다.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 될 수 있다. 일부의 사례를 일반화해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는 대다수 교회들까지 통제 아래 두고 연대책임을 지라는 식이라면 ‘연좌제’나 다름없다.

이번 2단계 상향조치에서 예배는 제외한다고 해놓고 “예배 중에 찬송을 부르지 말라”, “통성기도를 하지 말라”, “큰소리로 기도하지 말라”는 식으로 세부지침을 내린 것도 방역을 구실로 사실상 예배를 통제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모든 교회들이 예배시 교인들로 하여금 철저히 마스크를 쓰게 하고, 찬송을 하거나 기도할 때도 마스크를 쓰도록 하는 등 철저히 방역 수칙을 지킨다. 일부 교회의 경우, 그런 기본적인 수칙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교인 간 감염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도 당국이 모든 교회들을 향해 예배시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하는 것은 잘하고 있는 대다수 교회들의 예배권까지 함부로 침해하는 것이다. 집합제한 명령을 위반해 확진자가 발생할 시 구상권(손해배상) 청구와 개개인에까지 300만원의 벌금을 물리겠다고 하는 것도 철저한 예방적 차원이라기보다는 아예 교회에 가지 말라는 식의 반 협박조로 들린다.

집단 감염 확산세를 어떻게든 막아보겠다는 당국의 절박한 의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나 그렇다고 행정 명령을 통한 제재조치가 능사는 아니다. 강력한 처벌, 벌금 부과 등으로 국민을 겁주는 것은 일시적으로는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모르나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종교계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함으로써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선제적으로 철저한 방역 수칙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 문제가 생기고 난 뒤에 처벌하는 것보다 몇 배는 더 중요하다. 정부와 서울시, 경기도의 종교계를 향한 이번 행정명령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사후약방문”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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