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광복 75주년을 앞두고 서울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 국민대회가 준비되고 있다.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는 지난 8일 서울지하철 경복궁역 인근에서 준비를 위한 사전집회를 열고 올 8.15에 지난해 10월 3일 국민대회를 잇는 대규모 국민대회를 재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전광훈 목사는 지난해 10.3 대회 이후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되었다가 병보석으로 풀려났으나 법원에 의해 한기총 대표회장직을 직무정지당하는 등의 부침을 겪었다. 그러나 현 문재인 정권에 대한 반정부 투쟁의 강도는 조금도 늦추지 않고 있다.

범투본을 중심으로 계획되고 있는 이번 ‘8.15 국민대회’는 지난해 ‘10.3 국민대회’와 그 성격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할 때 지난해와 같은 국민적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전국에서 수 백 만명이 광화문광장으로 모이는 일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일단 코로나19 집단 감염의 우려로 대중이 한군데 모이는 자체가 어렵게 됐다. 당국의 제재도 문제려니와 여론의 동향이 부정적이라는 게 걸림돌이다. 전국적인 코로나 확산세가 점차 둔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일부 교회를 통한 집단 감염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게다가 석주 이상 전국을 오르내리며 물폭탄을 쏟아 붓고 있는 기록적인 장마와 태풍으로 인한 홍수 피해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치적인 지형이 지난해와는 많이 다르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지난해 10.3 국민대회는 그야말로 문재인 정부에 분노한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촛불민심을 등에 업고 집권한 정부의 무능과 독선에 실망한 데다 경제 실패와 외교 안보라인의 거듭된 패착이 국민들의 발걸음을 광장으로 모으게 했다. 여기에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로 촉발된 우리 사회 정의와 공정이라는 가치의 붕괴가 물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그러나 이런 국민적 저항은 정작 4.15 총선이라는 현실 정치의 무대에서는 아무런 힘도 쓰지 못했다. 연동형 비례제를 구실로 공수처법을 밀어붙이고 나서 선거판이 불리해지자 위성정당을 만들어 파렴치, 배신의 정치라는 비판을 받은 여당에게 유권자들은 176석이라는 절대 과반의 압승을 안겼다. 전 국민에게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함으로써 선거용 포퓰리즘 시비와, 사전선거 투표조작 의혹 등이 불거졌지만 유권자들의 표심을 뒤집을 수는 없었다.

예상외의 결과에 고무된 민주당은 한동안 입단속을 하며 겸손한 자세를 보이는 듯 했으나 그것도 잠깐, 총선 이후 4개월 간 독선과 오만의 시간을 즐겼다. 176석 거대 여당의 완력은 국회 상임위를 독식한데 이어 입법 폭주로 절정에 달하며 민심 이반을 가속화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포털사이트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문재인 내려와’가 검색어 1위를 차지한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3년 동안 23차례나 대책을 쏟아내고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서울 집값, 못살겠다고 거리로 뛰쳐나오는 서민들, 그런데도 “집값 상승이 진정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는 대통령의 안일한 인식, 민심 이반이란 바로 이런 걸 두고 말하는 게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은 거리로 나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대통령에 대해 비속어를 남발하는 기존의 반정부 투쟁 방식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편해 하며 선뜻 나서기를 꺼려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이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전환된 뒤 장외투쟁에 거리를 두는 있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범투본의 8.15 국민대회는 보수 기독교인 중심으로 시민과 연합하는 광장집회의 향후 방향을 결정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교계는 “차별금지법 철폐”라는 하나로 뭉치기 좋은 공동의 목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역시 행동은 각기 따로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교총은 12일(수) 오전에 온누리교회에서 통합총회 주최로 차별금지법 반대기도회를, 한교연은 같은 날 오후 7시 반에 군포제일교회에서 광복 75주년 건국 72주년 감사예배 및 차별금지법 철폐 기도회를 갖는다고 발표했다. 그나마 한교연은 임원회에서 8.15국민대회 참가 여부를 회원교단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기기로 함으로써 개별적인 참여의 문을 열어 놓았다.

8.15는 일제 36년간 인간 생명을 말살해온 제국주의의 종말을 고한 날이다. 그런데 75년이 지난 오늘 검찰총장이 신임검사들 앞에서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거론하는 시대가 되었다. 박탈감과 절박감을 안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국민들의 절박함이 ‘진짜 민주주의’를 견인하는 힘으로 나타는 8.15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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