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전9시30분경 딸 아이들을 유치원 통학차량 타는 곳에 바래다주고 오느라 현관문을 잠그지 않고 나간 서울 광진구 한 다세대주택에 들어가 30대 여성을 성폭행하려던 서모(42)씨에게 끝까지 저항하다 흉기에 찔려 숨진 이모(37)씨의 남편 박귀섭(39)씨가 오열했다.

23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씨는 "아이들 유치원에서 '당신 아내가 칼에 맞았다'고 전화가 왔다. 처음에는 누구와 싸워서 칼에 찔린 줄만 알았다.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한계가 그 정도다"며 "지하철을 타고 병원까지 가는데, 자리가 비어 있어도 앉을 수가 없었다. 식은땀이 쏟아졌다. 미친 듯이 뛰어서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미안하다'고 하더라. 아내는 어찌나 맞았는지 얼굴이 퉁퉁 부어서 목이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아내가 참 겁이 많이 많아서 벌레가 들어와도 '좀 잡아 달라'면서 기겁을 하는 사람이다"며 "도대체 얼마나 무섭고 아팠을까. 그런 생각이 가슴을 친다. 살 수가 없다"며 “(가슴을 치며)여기가 지금 아예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박씨는 성폭행 전과자인 서씨가 전자발찌를 찼음에도 사건을 미리 방지할 수 없었던 것에 대해 "차를 타고 제주도를 가든, 칼 들고 옆 동네를 오든 위치만 파악하는 수준 아닌가. 사람이 죽고 있는데 그게 무슨 소용인가"라며 "(서진환은)발찌를 액세서리로, 발목에 차는 목욕탕 열쇠고리라고 생각한 거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그 사람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줬겠나. 성폭행이라는 거 당하면 온 가족이 고통 받는다. 가족이 고통 받는 세월을 합하면 몇 백 년은 될 거다. 서진환은 우리 아이들까지 포함해서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줬다"는 말을 범인에게 전하고 싶다고 했다.

청천벽력같이 아내를 잃은 박귀섭씨는 한 주 전에는 온 가족이 안면도에 휴가를 다녀왔다며 "그렇게 행복했는데, 악마가 칼을 들고 우리 집 안방에 들어오리라는 생각을 어떻게 했겠나"고 허탈한 심정을 토로했다.

한편 앞서 22일 서울동부지법은 피의자 서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 조사결과 서씨는 이씨가 자녀 둘을 유치원 통학차량 타는 곳까지 바래다주려고 현관문을 잠그지 않고 집을 잠시 비운 틈을 노리고 숨어 들어가 기다렸다가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서씨는 비명소리를 듣고 곧장 경찰서로 달려간 이웃 주민의 신고로 현장에서 붙잡혔고 흉기에 찔린 A씨는 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서씨는 2004년 4월 서울에서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7년6개월간 복역하고 지난해 10월 만기 출소하는 등 강간 전과만 3범이다.

서씨는 사건 당일 새벽 2시부터 3시간가량 중랑구의 자택에서 컴퓨터로 음란 동영상을 봤으며 이후 소주 한 병을 마시고 오전 7시께 집을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서씨는 서울보호관찰소에서 전자발찌부착 관리대상자로 지정돼 전자발찌 보호관찰 처분을 받아 범행 당시에도 왼쪽 발목에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다.

그날 서씨는 집에서 1km나 떨어진 평소에 잘 가지 않는 범행 장소 근처를 30분 동안 서성였는데 별다른 경고 조치가 없었다.

또한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인 2004년에 범죄를 저질러 정보 공개대상에서 제외돼 이웃들은 그의 전과를 알지 못한 상태였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성폭행전과자 #전자발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