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화가들이 그린 미술 작품을 이용해 만든 아트상품
장애인 화가들이 그린 미술 작품을 이용해 만든 아트상품

대부분 사람은 장애인을 만나면 어떻게, 무엇을 도와줘야 할지를 먼저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번동코이노니아 장애인보호작업장 정성우 소장은 장애인복지는 '기다림'이라 말한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기다려주시는 것처럼, 우리도 장애인이 혼자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밖에 없어요." 무슨 의미일까. 장애에 대한 이해와 기다림의 문화가 우리 사회 안에 자리 잡게 된다면 장애인의 자립과 자활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라 말하는 정성우 소장을 만났다.

번동코이노니아의 시작 배경이 궁금하다.

처음에 이곳은 장애인복지법이 없던 당시, 선교사가 제봉기술을 가진 지체장애인들을 데리고 선교의 목적으로 일을 시작한 곳이다. 하지만 장애인복지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시설을 개인이 운영할 수 없게 됐다. 평소에 장애인을 위한 사역에 관심이 많으셨던 온누리교회 원로 故 하용조 목사는 이 시설의 운영 의사를 밝혔다. 1999년, 장애인보호작업장을 온누리복지재단이 서울시로부터 수탁해 '봉제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면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현재는 봉제작업시설 '디아코니아'와 디자인 직업훈련 작업장 '예손(예술가의 손길, 예수님의 손길)', 그룹홈 '소망의 집'을 통해 장애인의 직업재활과 자립 생활을 돕고 있다. 디아코니아는 11명의 지체장애인이 의복과 침구류를 생산한다. 예손은 21명의 지적장애를 가진 화가들이 미술 작품을 이용해 다양한 아트상품을 만들고 판매하고 있다.

'예손'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무슨 사업을 할까 고민하던 중 故 하용조 목사님께서 '그림 그려봐'라고 하셨다. 장애인들이 적은 비용으로 즐겁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그림이었다. 처음에는 크레파스, 색연필 등으로 시작했다. '해보자'로 시작했는데 잘하는 모습을 보며 비전이 생겼다. 미술 전문 강사의 지도로 미술도구 사용법을 익혔고, 큰 비용을 들여 대학원생들이 사용하는 수준의 재료로 바꿨다. 그림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미술작가협회에 등록한 장애인, 해외전시에 초청이 돼서 다녀온 장애인도 있다. 하지만, 장애인 화가의 그림에 대한 편견 등으로 비싸게 팔 수 없다. 투자하는 비용에 비해 수익이 적어 아직도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 지금이 있기까지도 15년간 온누리교회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장애인도 일할 수 있다'는 믿음 하나로 지원해준 것이다. 참 감사하다.

예손에서 탄생하는 작품들에 특별함이 있다고 들었다. 무엇인가.

장애인 화가들이 정해진 틀이나 타인의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개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인간 내면의 순수함과 예술적 감수성이 창조된 모습 그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한다. 시작부터 마무리까지의 모든 과정이 장애인의 손을 통해 이뤄진다. 그리고 그렇게 탄생한 작품만 출품하고 판매한다. 누군가 장애인의 작품에 손을 댄다면 바로 폐기처리 한다.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잃기 때문이다. 이렇게 철저하게 관리·감독을 하니 조금씩 작품성을 인정받게 되었다. 장애인 화가 중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대현'이라는 친구가 있다. 이 친구의 작품이 1년에 4개 밖에 안 나오는데 기다렸다가 구매하시는 분이 있다. 또한, 예손 작품만 구매하는 단골 후원자, 모든 작품을 사서 자신의 건물에서 전시회를 개최하도록 하는 후원자도 생겼다.

운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먼저는 '장애인 본인의 의사결정'이다. 직업재활시설은 장애인들이 근로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곳이다. 따라서 본인이 일할 의지가 없으면 강제노동이 될 수 있어서 퇴소하도록 하고 있다. 장애인의 보호자가 시설에서 서비스를 받고 싶어 해도 장애인 본인이 의지가 없으면 안타깝게도 서비스를 중지할 수밖에 없다. 작업장을 통해 장애인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자기 능력에 맞는 업무를 하며 궁극적으로 본인이 사회구성원임을 느끼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시설에서 일하는 장애인에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기다려 주는 것'이다. 기다림은 한국인에게 가장 힘든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발달장애인은 집중 교육으로도 학습능력이나 응용능력을 일정 수준 이상 향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혼자 할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해서 알려주고 기다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직원들이 장애인을 대하는 모습을 보고 '방관하는 게 아닌가'라고 오해하는 분도 있다. 그러나 직원들이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기다려 주는 것뿐이다.

앞으로 장애인복지에 기대하는 바는 무엇인가.

갈 길이 멀긴 했지만, 장애인복지는 앞으로 계속 좋아질 것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장애인 보호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 좋겠다. 장애인 보호자가 겪는 어려움은 생각보다 크다. 보호자는 자신의 자녀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기다리며 훈련을 시킨다. 그런데 주변에서는 '왜 장애인을 데리고 나와서...', '도와주지 않고 오래 걸리게 한다.' 등의 따가운 시선을 보낸다. 그런 얘기를 들은 보호자들은 자식에게 장애가 있다는 걸 받아들이기까지도 어려웠는데, 더 큰 현실의 벽에 부딪혀 낙담한다.

장애인복지를 하다 보니 장애인과 보호자를 품어주는 곳이 교회고, 교회의 역할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우리 사회도 보호자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길 바란다.

번동코이노니아의 생산품은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 마이소호에서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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