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샌드먼(Nicholas Sandmann)
니콜라스 샌드먼(Nicholas Sandmann)이 등장하는 문제의 사진. ©CP

[기독일보 노승현 기자] 미국 언론의 가짜뉴스로 인해 인디언 원주민 활동가를 조롱한 백인우월주의자로 몰려 살해 위협까지 받았던 미국의 한 고등학생이 CNN으로부터 배상금을 받기로 합의했다. 정확한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고등학생은 3개의 다른 매체를 상대로 총 8억 달러(약 9조2,641억 원)에 달하는 피해소송을 제기했고, 이 중 CNN을 상대로 한 액수도 2억7천500만 달러에 달했다.

7일(현지시간) CNN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미국 켄터키주의 코빙턴 가톨릭 고등학교(Covington Catholic High School)에 다니는 니콜라스 샌드먼(Nicholas Sandmann)은 지난 2019년 1월 18일 학교의 현장학습으로 워싱턴D.C. 링컨기념관에서 열린 연례 행사로 개최되는 미국 최대의 생명존중낙태반대집회인 '2019 March for Life' 랠리에 참석했다.

샌드먼과 그의 친구들은 이 랠리에서 '미 원주민 랠리(Indigenous People's Rally)'에 참석 중이던 인디언 원주민(오마하 인디언)이자 해군 출신인 네이선 필립스(Nathan Phillips)와 충돌했다.

샌드먼은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구호인 "미국을 다시 한 번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이라고 쓰여진 모자를 쓰고 필립이 북을 치며 노래 부르는 모습을 미소 짓는 얼굴로 내려다봤다.

이 영상이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면서 샌드먼은 원주민을 비하한 백인우월주의자라는 공격을 받았고, 가족과 그의 친구, 그리고 학교에까지 수 만 건의 협박 전화가 걸려왔다.

샌드먼과 가족에 대한 살해위협으로 임시 이사를 하고 학교에 출석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부에서는 고교 졸업반인 샌드먼이 지원한 대학을 찾아 학교 당국에 "입학을 허락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트럼프 지지 모자를 쓰고 있다는 이유로도 샌드먼은 혐오주의자로 몰렸고, 당시 CNN 기자였던 레자 아슬란(Reza Aslan)은 샌드먼이 미소짓는 사진을 자신의 트윗에 올리면서 "한 번 물어보자. 이 아이보다 얼굴에 더 펀치를 날리고 싶은 얼굴을 본 적이 있는가?"는 선동성 글까지 올렸다.

하지만 문제의 동영상과 기사에서는 반유대주의 성향의 검은히브루이스라엘인(Black Hebrew Israelites·자신들이 고대 이스라엘 후손이라 믿는 흑인우월주의 단체) 소속 회원들이 원주민들과 코빙턴고 학생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원주민 랠리 참석자들과 행인들에게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하는 장면은 소개하지 않았다. 인종차별을 한 것은 오히려 흑인들이었던 것. 이러한 사실은 며칠 후 공개된 또 다른 동영상을 통해서야 밝혀졌다. 또 필립스가 샌드먼을 향해 공격적인 행위를 한 것도 보여주지 않았다.

샌드먼은 문제의 영상이 공개된 지 이틀 후 성명을 내고 "나는 필립스와 어떤 상호작용이 없었다. 나는 그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어떤 손동작도 하지 않았으며, 다른 공격적 움직임도 하지 않았다"며 "그가 나에게 접근해서 깜짝 놀랐다. 왜 접근하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미 다른 한 그룹의 시위대들이 지르는 소리를 듣고 있었고, 두 번째 그룹이 접근해와서 그 상황이 몹시 걱정이 됐다. 어른들이 10대 청소년들을 도발하려고 해서 통제불능 상황이 될까 걱정이 됐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게 상황을 수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자신이 트럼프 지지 모자를 쓰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언론들이 추측성 보도를 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표정에 대해서는 "내가 화나지 않았고, 위협에 겁먹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고, 더 큰 대립으로 치닫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까지 자신의 트위터에 "샌드먼과 코빙턴 학생들이 부당하게 취급 당한 것 같다. 언론에 의해 (명예가) 훼손된 듯하다"는 글을 올리며 관심을 보이면서 이 사건은 미 전역에 큰 주목을 받게 됐다.

약 한 달 후인 2월 샌드먼이 출석하는 고등학교를 감독하는 코팅턴 가톨릭교구(Catholic Diocese of Covington)에서도 사설수사기관의 조사 결과 코빙턴고 학생들이 잘못을 저지른 증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학생의 소송 대리인은 이 보도를 한 워싱턴포스트(The Washington Post)와 CNN, NBC 유니버셜(NBC Universal)을 상대로 정신적 피해로 고통을 당했다며 무려 8억 달러(약 9조2,641억 원)에 달하는 피해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2013년 워싱턴포스트를 사들일 당시 2억5000만달러를 썼는데, 요구한 피해배상액은 4배 이상의 거액이었다.

샌드먼의 대리인은 소장에서 "워싱턴포스트가 마가(MAGA) 모자를 쓴 백인 가톨릭 학교 재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비난의 표적이 되도록 만들었다"며 "모자는 워싱턴D.C. 견학 기념품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워싱턴포스트가 어린 학생을 희생양 삼아 여론주도력(Bully Pulpit)을 행사하려 했다고도 덧붙였다.

CNN은 소송으로 가면 불리하다고 판단해 합의를 시도했고, 샌드먼은 지난 7일 자신의 트위터에 "CNN과 합의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 글은 지금까지 1만4,500회 이상 리트윗됐고, 좋아요는 8만8천회를 넘었다. 다만 구체적인 액수는 밝히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와 NBC에 대한 소송은 계속 진행 중이며, CNN의 합의에 따라 두 매체도 합의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리인측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 ABC, CBS, 가디언, 허핑턴포스트, NPR, 슬레이트, 더 힐, 개닛 등 13개 미디어를 상대로 추가로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가짜뉴스를 보도했던 주류 언론들은 물론 군소매체들도 대가를 치르게 됐다.

하지만 가짜뉴스로 홍역을 치르고 있고, 심지어 가짜뉴스를 보도한 언론사와 언론인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에서는 이 사건이 보도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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