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김계관 北외무성 부상
(뉴욕=연합뉴스) 이상원 특파원 =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28일(현지시각) 숙소인 뉴욕 맨해튼 뉴엔본부 인근의 밀레니엄 호텔에서 북미 회담 장소인 유엔 주재 미국대표부로 이동하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김 부상은 회담 전망에 대해 "잘되기 바란다"면서도 "바람과 진짜는 어떻게 될지 두고 봐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북한과 미국의 팽팽한 기 싸움이 뉴욕에서 시작됐다.

북한과 미국 대표단은 28일(현지시각) 오전 9시30분부터 미국 뉴욕 맨해튼의 유엔 본부 앞 미국 유엔대표부에서 1년7개월여만의 북미대화에 돌입했다.

회담 시작 전 양측 대표단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미세한 부분에서 다소 차이가 있었다.

미국 대표단은 "노코멘트"로 회담 전망 등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북한 대표단은 결과를 두고 봐야 한다면서도 회담이 잘되길 바란다는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미국 대표단을 이끄는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회담 시작 1시간여 전인 오전 8시30분께 미국 유엔대표부 건물로 향하면서 회담 전망과 의제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하다 "노 코멘트"라는 짤막한 답변만을 남기고 회담장으로 들어갔다.

지난 2009년 12월 북한을 방문했던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입장에서는 북한 대표단이 지난 26일 뉴욕에 도착하면서 회담 전망에 대해 "낙관한다"고 밝히자 성급한 기대에 대한 차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유엔대표부 건물에서 50m가량 떨어진 밀레니엄 호텔에 묵고 있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회담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차량에 타기 전 한국, 일본 등의 기자들이 몰려들자 다소 부담스러운 표정이었지만 기자들의 질문에 침착하게 답변했다.

김 제1부상은 회담 의제와 전망에 대해 "우리 지역 정세 문제와 관심사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하겠다"면서 "의견을 교환하고 노력한 다음에 말해야지 지금 말하는 것은 이르다"고 일견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회담이 잘될 것 같으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그렇게 되길 바란다"고 말해 이번 회담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김 제1부상은 이어 회담 준비를 많이 했느냐는 질문에 "준비하긴, 다 한 것인데, 뭘 또 한다고 그러겠어"라며 이미 오래전부터 북미 회담에 대한 준비를 해왔음을 시사했다.

실제 김 제1부상의 방미는 그 자체로 새로운 카드는 아니다. 그의 방미는 보즈워스 특별대표가 2009년 12월 평양을 방문한 이후 추가 북미접촉이 필요하다는 6자 내부의 공감대 속에서 대두한 아이디어였다. 그러나 천안함 폭침 사건이 터지면서 그의 방미 카드는 물거품이 됐고 올해 들어서도 지난 3월 이후부터 교착된 6자회담 국면에 돌파구를 내는 '깜짝 카드'로 그의 방미가 검토돼 왔다.

하지만, 천안함ㆍ연평도 문제와 6자회담 재개 수순을 둘러싼 남북 간 신경전 속에서 한두 차례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김 제1부상이 이날 오전 9시25분께 미국 유엔대표부 건물에 도착하자 출입구 밖까지 나와 악수로 맞아들였다.

북미 양측은 유엔대표부로 들어간 직후 가벼운 인사에 이어 바로 회담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 시작 이후 낮 12시 조금 넘어 점심을 위해 미국 유엔대표부 건물을 나온 김 제1부상은 "분위기가 좋았고 건설적이었다"고 말해 회담이 만족스럽게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북한 대표단과 함께 점심을 하지 않았지만, 2시25분께부터 시작된 오후 회담을 앞두고도 직접 회담장 입구에 나와 점심을 마치고 돌아온 김 제1부상을 맞았다.

양측은 오후 4시30분까지 진행된 회담에서 북핵 6자회담 재개 방안과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문제를 집중적으로 협의하고 6자회담 재개의 조건과 수순, 그리고 UEP의 성격에 대해 서로 입장을 확인해보면서 접점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대표단이 회담장에 적대국과의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외교 서적을 갖고 들어가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다.

AFP 통신은 미국 대표단의 한 보좌관이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미 국가안보위원회 수석연구원을 지낸 정치학자 찰스 쿱찬의 최근 저서 `적이 친구가 되는 법(How Enemies Become Friends)'을 회담장으로 갖고 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고 전했다.

찰스 쿱찬은 자신의 저서에서 미국이 적대국과 유대 관계를 맺는 것을 옹호했다.

쿱찬은 이번 북미 회담과 관련, AFP 통신에 "북미 간에 신뢰 부재라는 문제가 있어 대타협은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쿱찬은 북한이 특정 장소에 대한 사찰을 허용하거나 서방이 북한에 대한 경제적 원조를 더 늘리는 등의 과도적 조치를 하면 최종 협상을 타결하는 데 필요한 신뢰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 측은 이날 아침 경찰 등을 동원해 김 제1부상이 호텔에서 나와 차량에 탑승하고 회담장 건물에 들어갈 때까지 경호했고 취재진이 북측 대표단에 과도하게 몰려드는 것을 제지하기도 했다.

회담장과 북측 대표단이 투숙하고 있는 호텔 주변에는 AP, CNN, 교도통신, NHK 등 취재진 50여명이 몰려들었고 북측 대표단이 호텔에서 출발하기 전 어느 쪽 출구로 나올지를 두고 취재진 사이에 정보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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