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태 박사
▲홍상태 박사 ⓒ 기독일보DB

새학기가 시작되고 경기도 어느 중학교에서 새로 담임을 맡은 선생님이 급훈을 적어내라고 하였다고 한다. 학생들이 적어 낸 급훈 가운데 “너무 익숙해져서 소중한 것을 잊지 말자”라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고 하며 교회 대화모임에서 그 감동을 이야기하였다. 우리는 분단상황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남북한 사람들이 한민족이고 함께 살아가야 할 동포이며 통일은 이를 위해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사는게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지난 1월 6일 북한이 수소폭탄이라고 발표한 가공할 핵실험을 실시하고 한 달 뒤 광명성 4호라고 명명한 장거리 로켓에 인공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자 그로부터 3일 뒤 한국정부는 개성공단 폐쇄를 선언하였다. 이어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미군의 사드배치가 논의되며 남북관계 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3월 7일부터 4월 30일까지 한미연합군사훈련인 키 리졸브 훈련이 독수리 훈련과 연계하여 거의 2달간을 최신예 무기와 역대 최대병력이 동원되어 한반도에서 대규모 전쟁연습을 한다고 한다. 생명을 파괴하고 평화를 위협하는 온갖 무기와 위기상황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우리는 너무 무감각해져 있는 것 같다.

1953년 6.25전쟁이 끝난 게 아니고 전쟁을 잠시 중단하자는 정전협정을 맺은 것인데 우리는 말로는 현재 휴전상황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상황이 악화되면 재개될 수도 있다는 무서운 현실을 ‘과연 그렇게 되겠어’라고 하면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우리는 무디게 살고 있는 데 주변에서 한반도의 최근 정세에 대해 걱정을 한다. 이번 한미 연합 훈련에 대해 러시아 외무부가 "한반도와 주변에서 일어나는 상황들이 강한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16년 3월 7일 시작된 한미연합훈련은 공식적으로 계획된 것이긴 하나 전례가 없었던 사상 최대급 규모"라고 지적했다. 2달간 지속되는 대규모 군사훈련의 목표는 일본이나 중국이나 러시아가 아닌 바로 우리의 민족이며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임을 우리는 잊고 사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역시 극도로 긴장하며 대결자세를 견지할 것이 분명하고 핵실험과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 이상 군사훈련은 무력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것은 자명한 일이 아닌가?

통일에 대한 무감각을 이야기하며 어느 목사님께서 거라사 지역에 살던 미친 사람을 예수께서 치유해 주신 사건 (막 5:1-17)에 대해 말한 것이 생각이 난다. 미친 사람을 예수께서 고쳐주시자 마을 사람들이 예수께 떠나달라고 부탁하였다. 마을 사람들은 이 미친 사람을 늘 보면서 지나다녔고 때로는 못된 행동도 했을지 모른다. 그는 마을의 한 부분이었고 오랫동안 그렇게 대하며 살아와서 일상이 되었다. 그런데 예수께서 그를 치유하여 정상인이 되게 하자 익숙했던 삶에 변화가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미친 사람으로 인해 비정상적인 생활에 너무 익숙해 살고 있던 마을사람들이 그 사람이 정상이 되자 혼란스러워져서 예수께 떠나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해석하였다. 오랜 비정상적인 생활에 익숙해진 마을사람들은 미친 사람이 정상이 되는 게 두려웠을 것 같다.

해방 후부터 계산하면 71년을, 6.25전쟁이후부터 63년간을 우리는 분단상황이라는 비정상적인 상황에 너무 오랫동안 살아서 이 상황에 너무 익숙해져서 어쩌면 통일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이제는 통일을 말하면 종북과 관계가 있는 뉘앙스로 들리고 평화를 말하면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는 일이 많다고 한다. 분단상황이라는 이 비정상적인 것이 오히려 일상이 되어 평화와 통일, 한민족이 서로 돕고 살아가는 이 소중한 일을 잊고 살거나 두려워하는게 아닐까 조심스럽게 진단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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