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부옥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 최부옥 목사. ©한국기독교장로회

“주님께서는 교만한 자들을 비천하게 만드신다. 교만한 자들이 사는 견고한 성을 허무신다. 먼지바닥에 폭삭 주저앉게 하신다.” (이사야 26:5)

지난 2월 23일 제340회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은, 국민의 자유와 인권 침해에 대한 심각한 위험성 때문에 그 동안 유보될 수밖에 없었던, ‘테러방지법’ 표결에 대하여 직권상정을 시도하였다. 정부는 이번 직권상정에 대한 법리적 근거로, 현재 국내 상황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고 내세우며,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108명의 의원은, 이러한 정부의 불의한 시도를 막고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신청하였고, ‘국민의당’과 ‘정의당’의 일부 의원들의 참여로 지금 이 시간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는,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안보라는 허울 좋은 명분 이면에 감추어져 있는 ‘테러방지법’의 위험성을 간파하고 그 허상을 고발한다. 뿐만 아니라 그 법적 근거가 미약한 직권상정이라는 무리한 방식을 동원하여 법안 표결을 관철시키고자 하는 박근혜 정부와 집권당인 새누리당의 불순한 의도를 규탄한다.

‘테러방지법’은 <9.11 사태>가 일어났을 때 국회에서 여러 차례 발의되었지만, 부결된 사례가 있었다. 또한 미국과 프랑스 등의 국가에서 ‘애국법’(Patriot Act) 등의 명칭으로 제정되었지만, 인권침해와 국민의 자유권 침해 사례를 무수히 양산함으로써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볼 때, 무리한 법안 상정을 시도하는 현 정부의 의도가 과연 무엇인지 심히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먼저,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 때 불거졌던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과, 민간인 사찰 등의 정치개입 의혹에 대한 아무런 해결 없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국가정보원에게 사실상 무제한의 권력을 부여하는 ‘테러방지법’을 관철시키고자 하는 박근혜 정부의 의도는 무엇인가? 또한 평화적 합의와 공존공생이 아닌, 대립과 대결의 대북정책을 고집함으로써, 공안정국을 강화하고 공포정치로 국민에 대한 탄압을 일삼는 현 정치적 상황에서, 전체 국민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낙인찍을 수 있는 ‘국민감시법’을 제정하려고 하는 그 의도가 심히 우려스럽다. 이는 결국 ‘국가 안보’라는 미명 하에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고 절대화하고자하는 현 정부의 불순한 저의를 드러내는 것으로, 권력분립의 원칙을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국민 안전’과 ‘테러 방지’라는 명목으로 전 국민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규정, 정치・사상과 결사・표현의 자유를 억압하여 영구 집권의 음모를 천명하는 것이다.

이는 창조주이신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도전이며, 모든 피조물의 생명 실현에 대한 그분의 정의를 부정하는 행위이다. 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을 차별 없이 대하고 섬기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에 대한 배신이며, 동시에 모든 생명의 자유와 존엄성을 온전히 보존하심으로써 ‘하나님의 나라’로 이끄시는 성령님에 대한 반역이다.

이에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정의, 평화, 생명 정신에 반하는,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바이다.

2016년 2월 25일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 최부옥 목사
총회 교회와사회위원장 김경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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