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19일 서울 중구 국립의료원 격리병동에서 간호사가 밖으로 나오고 있다. 2015.06.19. photo@newsis.com 2015-06-19

【서울=뉴시스】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중앙거점 병원인 국립중앙의료원 의료진들이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최일선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다.

19일 직접 찾은 국립중앙의료원에는 100여명의 의사와 300여명의 간호사가 메르스 환자 치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앙의료원은 현재 5~8층 25개실에서 메르스 환자들을 치료 중이다. 최초 확진 환자를 비롯해 12명의 환자가 이곳에 머물고 있다.

지난 10일부터는 외래 진료를 중단하고 메르스 환자들을 위한 치료에만 집중하고 있는 상태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메르스 감염을 우려해 확진 환자 감염 지역 및 병원을 기피하고 일상 생활 속에서도 마스크를 끼고 살아가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곳의 의료진들은 매일매일을 확진 환자들과 근거리에서 마주하고 있다.

물론 환자들의 치료와,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져나가지 않도록 음압병실, 방호복 착용 등의 시스템이 마련돼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3교대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매일 환자들에게 투약, 주사 놓기, 인공호흡기 관리, 석션, 식사 챙기기 등의 업무를 반복하고 있다.

음압병실에 들어서기 전 간호사들은 보호복을 입고 덧신을 겹쳐 신는 등 각종 장비를 착용한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19일 서울 중구 국립의료원 격리병동에서 간호사가 환자를 간호하고 있다. 2015.06.19. photo@newsis.com 2015-06-19

환자들을 체크하고 나면 보호복 안이 땀으로 범벅되기 일쑤다. 한 간호사는 탈수증세로 쓰러지기도 했다.

하지만 의료진들에게 가장 큰 애로사항은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부분이다.

감염자센터 정은숙 수간호사는 "현재 많은 간호사들이 지쳐있다"며 "부족한 인력으로 너도나도 자청해 근무하는 상황"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출근길에는 택시들이 우리 병원 근처에 안 서려고 한다. 늦은 시간 퇴근하고서도 마찬가지"라며 "엄마가 병원에서 일하는 걸 아는 학교는 그 아이를 등하교 때마다 체온 체크하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또 "일부 간호사는 아이들이 (자신으로부터 감염될까봐) 걱정돼 한 달 이상 떨어져 생활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부분이 많이 불편하다"며 "안좋게 표현하면 의료진을 '감염 덩어리'라고 한다더라. 변장을 하고 집에 간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런 어려움이 있다"고 강조했다.

정 간호사는 "메르스 사태가 끝날 때까지는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 같다"며 "항상 긴장 상태에서 일을 하는데 동료애 덕분에 더욱 힘내고 있다"고 말했다.

5층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신숙영 수간호사는 "중환자실은 현재 3시간씩 간호를 하고 있는데 보호복은 꼭 입어야한다. 환자 자세를 바꾸거나 석션 등을 진행할 때 다리도 굉장히 아프다"며 "계속 착용하고 있으면 땀도 많이 나고 어지러움을 느낀다. 산소공급이 되지만 탈수도 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19일 서울 중구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메르스 관련 보호장구를 간호사가 설명하고 있다. 2015.06.18. since1999@newsis.com 2015-06-19

그러면서 "감염 의심자가 있을 수도 있는 상태에서 서로 보호구를 안하고 밀접 접촉했을 때의 감염우려가 가장 크다"며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 못해 과로로 쓰러질까봐 걱정된다. 충분한 인력지원이 우선필요하다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정신적인 피로도도 상당하다.

정 간호사는 "일반적으로 환자를 진료할 때 상태가 변하면 언제든 즉각 들어가 진료하게 되는데 이럴 경우 단시간 내에 보호복을 갈아입고 가야한다"며 "옷을 갈아입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중압감, 또 완벽하게 입고 병실에 들어간다해도 환자 상태가 어떤지 명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심리적인 불안감이 따른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 사고를 없애기 위해 저희가 항상 훈련도 하고 심리적 안정감도 갖고 있지만 어느 정도 긴장을 가져야 사고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며 "불안감이 심할 경우에는 의료진이 서로 이야기하면서 정신과 의사와 상담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애로사항이 있음에도 의료진들은 환자 치료를 비롯해 환자 가족과의 매개체, 홀로 격리돼 외로운 환자들의 말벗 역할까지 소화해내고 있다.

정 간호사는 "환자들은 격리병동에 있기 때문에 보호자와 차단된다. 본인들이 원하는 물건을 넣어달라고 하면 저희가 병실갈 때 전달해주고 있다"며 "어떤 환자, 나이든 분들은 손자 편지를 전하는 경우 있었고 환자에게 말을 시켜서 정서를 유지토록 돕기도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요즘은 식구들하고 핸드폰으로 가족과 직접 통화하기도 하고, 중간에 저희가 매개역할을 해 돕고 있다. 환자 상태 안좋은 경우는 환자 상태 좋아지도록, 보호자들이 안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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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국립중앙의료원